"삼성전자, SK하이닉스 추월하고 1위"…파격 전망 나왔다 [강경주의 테크X]
간단 요약
- UBS는 내년 HBM4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이 41%로 SK하이닉스(39%)를 앞서 1위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 UBS는 삼성전자가 HBM4 선제 양산과 생산능력 확대, 엔비디아·AMD향 공급 확대로 HBM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 UBS는 D램과 낸드플래시 비트 수요 증가와 구조적 공급 제약으로 메모리 공급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고 전했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테크X 112>
UBS "HBM 점유율 삼성전자 41% vs SK하이닉스 39%"
HBM4 시대 본격 개막…생산능력·첨단 패키징이 핵심
HBM4의 진화…'더 높게'에서 '더 똑똑하게'

삼성전자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앞세워 내년 HBM 시장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HBM 시장의 무게중심이 HBM3E(5세대)에서 HBM4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선제 양산에 나선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란 분석이다. SK하이닉스도 대규모 설비투자 확대와 장기공급계약(LTA)에 속도를 내는 등 HBM 주도권을 둘러싼 양사의 경쟁이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HBM4가 왜 게임체인저인가
1일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투자은행(IB) UBS는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에 대한 첫 분석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HBM4를 시작으로 올해부터 내년까지 절대 물량에서 SK하이닉스를 따라잡을 것으로 분석했다.
니콜라스 고도아 UBS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올해 HBM 비트 출하량의 48%를 차지해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내년에는 삼성전자가 41%의 점유율을 기록해 SK하이닉스(39%)를 근소하게 앞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20%의 점유율로 3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HBM 시장이 HBM3E에서 HBM4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삼성전자로 시장 주도권이 재편될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2월 업계 최초로 HBM4 양산 제품을 출하한 데 이어 평택·용인사업장에서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힌 것을 이 같은 분석의 근거로 댔다.
HBM3E는 기존 HBM3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 제품이라면, HBM4는 메모리의 설계 방식 자체를 바꾼 '세대 교체' 제품이다. HBM3E는 D램 칩을 최대 12단까지 더 높고 촘촘하게 쌓아 저장 용량과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반면 HBM4는 단순히 메모리를 더 높게 쌓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메모리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로(I/O)를 기존 1024개에서 2048개로 두 배 늘렸다. 쉽게 말해 왕복 8차선 도로를 16차선으로 확장한 것과 같다. 자동차 한 대의 최고속도가 그대로여도 차선이 두 배로 늘어나면 훨씬 많은 차량이 동시에 지나갈 수 있는 것처럼 HBM4는 한 번에 처리하는 데이터의 양(대역폭)을 크게 늘렸다.
인공지능(AI)이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읽고 계산해야 하는 시대에는 자동차의 속도보다 도로의 넓이가 더 중요해진 셈이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GPU인 '루빈'에 HBM4를 채택한 것도 AI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병목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다.
HBM4의 경쟁력은 속도보다 제조 기술에 있다. HBM3E 경쟁이 '높은 탑을 무너지지 않게 쌓느냐'였다면 HBM4는 탑 아래에 교통관제센터까지 함께 만드는 작업이다. HBM의 가장 아래에 있는 '베이스 다이'는 지금까지는 여러 개의 D램을 연결해주는 받침대 역할만 했다. 하지만 HBM4에서는 데이터를 어느 길로 얼마나 빠르게 보낼지 판단하는 '교통정리' 기능까지 맡는다. 이 때문에 D램 기술뿐 아니라 데이터를 처리하는 로직 반도체 기술도 함께 필요하다.
여기에 D램을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는 전극(TSV)으로 정확하게 연결하고 칩 사이를 빈틈없이 붙이는 하이브리드 본딩, 수많은 칩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패키징 기술까지 갖춰야 한다. HBM4를 단순한 차세대 메모리가 아니라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이 하나로 결합된 '종합 반도체 플랫폼'으로 평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4 전면전 돌입
UBS는 앞서 지난 5월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내년까지 SK하이닉스와 동등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봤는데 이번 보고서에서는 역전 시점을 앞당겨 잡았다. 실제 지난해까지만 해도 엔비디아는 삼성전자 HBM3E 구매에 소극적이었지만 HBM4에는 적극적으로 채택 의사를 보이고 있다.
AMD 역시 메인 공급사로 삼성전자를 택해 차세대 AI 시스템 '헬리오스'에 삼성전자 HBM4를 우선 배치하고 있다. HBM4 세대로 넘어가면서 SK하이닉스가 그동안 지켜온 독점적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실적에서도 HBM4 매출 기여 시점에는 삼성전자와 차이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UBS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분기 대비 30% 상승하는 데 그쳤는데 HBM4 출하가 분기 후반에야 본격화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가 HBM4 물량을 먼저 늘리며 엔비디아·AMD향 공급을 확대하는 사이, SK하이닉스는 HBM4 전환이 늦어지며 단가 상승 효과도 그만큼 늦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설비투자 확대로 대응하고 있다. UBS는 SK하이닉스 경영진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연간 설비투자 가이던스를 40조원대 후반 수준으로 상향했다고 짚었다. 다만 경기 이천, 충북 청주 등 기존 생산기지만으로는 평택에 넓은 유휴 부지를 확보한 삼성전자보다 증설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장기공급계약(LTA) 재계약도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10건이 체결됐고,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주요 완제품업체(OEM)와의 계약도 포함됐다. UBS는 이런 계약이 단기 판매가격 상승 여력은 제한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성과 주주환원에 긍정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HBM 1위 역전이 SK하이닉스의 성장 둔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UBS는 글로벌 D램 비트그로스(비트 기준 출하량) 증가율이 올해 22%에서 내년 36% 뛰어오른다고 내다봤다. 낸드플래시 비트 수요 증가율 역시 같은 기간 20%에서 23%로 높아질 전망이다.
반면 공급은 수요를 좀처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새로 추가되는 D램 웨이퍼 생산능력 대부분이 HBM에 투입되고 있고 낸드는 중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단기간 신규 생산능력 투자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UBS는 이 같은 구조적 공급 제약을 근거로 메모리 공급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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