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때문에 다 묻혔다"…일본 증권가 분통 터트린 이유 [도쿄나우]
간단 요약
- 일본 증권가는 한국 연동으로 인해 일본 기업의 실적과 밸류에이션 같은 고유한 투자 재료가 묻히고 있다고 밝혔다.
- AI·반도체주 중심의 단기 자금과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해외 장기 투자자들의 일본 증시 매수 복귀가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 9월 전후 해외 투자자들의 현물 매수가 재개되면 일본 증시와 한국 증시의 동조 현상이 완화되고 펀더멘털 중심으로 회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고 전했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선물 중심 단기 자금이 증시 주도
반도체 비중 높은 한·일 증시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서 동반 매매
일본 기업 고유 재료 묻혀

일본 증권가에서 증시 움직임이 한국에 과도하게 좌우되는 이른바 '한국 연동'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6일 보도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의 급등락 충격이 일본 증시까지 그대로 이어지면서 일본 기업의 실적과 밸류에이션 같은 고유한 투자 재료가 묻히고, 해외 장기 투자자들의 매수 복귀도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5일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225평균주가는 장중 전날보다 2000엔 넘게 오르며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날 호실적을 발표한 이비덴을 비롯해 어드반테스트, 후지쿠라, 키옥시아홀딩스 등 인공지능(AI)·반도체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지수 상승 폭만큼 뜨겁지 않았다. 일본 대형 증권사의 한 트레이더는 "해외 롱온리 투자자들은 오히려 내수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며 "AI 관련주를 누가 사고 있는지 의아할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상승은 해외 장기 자금보다 주가지수 선물을 통한 단기 자금이 주도했다는 설명이다.
해외 투자자들이 매수 재개를 주저하는 핵심 원인으로는 일본 증시의 '한국 연동'이 꼽힌다. 닛케이평균과 코스피는 AI·반도체 관련주의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사실상 같은 투자 묶음으로 취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증시가 수급 요인으로 급등락하면 일본 증시도 같은 방향으로 크게 흔들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5일에도 코스피가 장중 상승 폭을 줄이자 닛케이평균 역시 보조를 맞추듯 오름세가 둔화했다. 일본 증권가에서는 한국 증시의 거친 움직임이 일본 시장으로 전이되면서 개별 기업의 실적과 성장성, 주가 수준을 토대로 한 투자 판단이 어려워졌다는 불만이 나온다.
지난달 AI 관련주 급락으로 손실을 본 헤지펀드와 기관투자가들도 아직 위험 노출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인베스트먼트랩의 우네 나오히데 대표는 "비관론이 극에 달한 국면은 지났지만 변동성이 높은 동안에는 곧바로 보유 비중을 확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도쿄일렉트론과 무라타제작소 등 일부 AI·반도체주는 최근 하락으로 고평가 부담이 상당히 완화됐다. AI 투자 수요도 여전히 강하지만, 주가가 기업 실적보다 한국 증시의 수급 흐름에 좌우되는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기 어렵다는 평가다.
미·일 당국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 이후 나타난 엔화 강세도 부담을 더하고 있다. 엔화 가치가 오르면서 자동차 등 수출주의 실적 기대가 낮아졌고, AI 관련주 역시 추가 상승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일본 증시의 매매 동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해외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매수가 본격적으로 재개되는 시점을 이르면 9월로 보고 있다. 일본계와 외국계 대형 증권사들이 해외 투자자를 초청해 일본 기업과의 면담을 주선하는 대규모 콘퍼런스를 잇달아 개최하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은 오는 8월 31일부터 9월 4일까지 관련 행사를 열 예정이다. 참가 예정 투자자는 이미 지난해보다 많고, AI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개별 면담 요청이 전년의 네 배로 늘어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투자자들이 개별 기업의 실적과 성장성을 다시 평가해 현물 매수에 나서면 일본 증시와 한국 증시의 과도한 동조 현상도 완화될 수 있다. 일본 증권가에서는 '한국 연동'에서 벗어나 시장이 펀더멘털 중심으로 돌아오는지가 연말 증시의 추가 상승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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