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상반기 사상 첫 일본 추월...'삼전닉스의 힘' [도쿄나우]
간단 요약
- 올해 상반기 한국 수출액이 일본을 처음으로 추월했으며 AI용 반도체, 집적회로, HBM 수출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앞세운 한국과 TSMC 중심의 대만이 AI 반도체와 첨단 메모리 수출 확대를 통해 실질적인 세계 수출 4강 진입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 반도체 수출 호조로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1인당 GDP가 상승하며 4만달러 돌파 가능성이 제기된 반면 일본은 엔저와 낮은 성장률로 소득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한국 4963억달러·일본 3844억달러
AI반도체가 만든 수출 격차

한국의 수출액이 올해 상반기 사상 처음 일본을 넘어섰다.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앞세운 한국의 수출이 급증한 반면, 일본은 엔저 효과에 발목을 잡혔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한국은 올해 기준 중국, 미국, 독일에 이어 실질적인 세계 수출 4강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미쓰비스UFJ에 의뢰해 한국·일본·대만의 무역통계와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유엔 무역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올해 1~6월 한국의 수출액은 4963억달러로 집계됐다. 일본의 3844억달러보다 1119억달러 많았다.
대만의 수출액도 4166억달러를 기록해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했다. 일본의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0% 가까이 늘었지만 한국과 대만은 각각 50%에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하며 격차를 벌렸다.
한국 수출을 끌어올린 핵심은 AI용 반도체였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메모리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집적회로 수출액은 1490억달러에 달했다. 전체 수출의 약 30%를 차지했다. 상반기 실적만으로 지난해 연간 수출액을 넘어설 정도로 증가세가 가팔랐다.
대만도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를 중심으로 첨단 반도체 수출을 크게 늘렸다. 대만의 상반기 집적회로 수출액은 1332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약 30%를 차지했다. 반면 일본의 집적회로 수출액은 212억달러에 그쳤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5%에 불과했다.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했던 일본이 첨단 반도체 완제품 생산 경쟁에서 한국과 대만에 뒤처진 결과다.
일본은 반도체 제조장비와 소재 분야에서는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도쿄일렉트론과 어드밴테스트, 레이저테크 등은 세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일본의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액은 150억달러로 한국의 52억달러, 대만의 35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늘면서 일본 장비업체들도 AI 특수의 수혜를 받았다.
하지만 소재와 장비는 최종 제품인 첨단 반도체보다 시장 확대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다. 부가가치가 높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AI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한국과 대만이 더 큰 수출 증가 효과를 거뒀다.
미쓰비시UFJ리서치앤드컨설팅의 마루야마 겐타 연구원은 "각국이 반도체 수출을 확대하더라도 부품과 소재, 제조장비의 수출액은 완제품처럼 급격하게 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최근 엔화 약세로 일본 수출액의 달러 환산 가치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 그러나 원화와 대만달러 역시 달러 대비 약세를 보여 환율 요인만으로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격차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일본의 수출 부진은 AI 특수에 따른 일시적 현상만도 아니다. 가격 변동 효과를 제외한 일본의 수출수량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을 정점으로 최근까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일본은 전후 섬유와 철강, 자동차, 전자제품 등 세계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제품을 차례로 공급하며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 이후에는 스마트폰과 첨단 반도체, 플랫폼 등 새로운 성장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반면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와 HBM, 대만은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AI 산업의 핵심 공급망에 올라탔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경쟁이 한국의 수출 증가로 직접 연결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한국 1인당 GDP 4만달러 넘을듯...일본과 격차 확대
AI 반도체 특수는 성장률에서도 한·일 간 격차를 벌리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면서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2.0%에서 3.0%로 상향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설비투자 확대를 반영한 결과다.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실제 성장률이 정부 전망을 웃돌 가능성도 거론된다.대만 통계당국은 지난 5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9.64%로 제시했다. AI 서버와 첨단 반도체 주문이 예상보다 강하게 이어지면서 향후 전망치가 10%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은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본 내각부는 지난달 30일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2026회계연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기존 1.3%에서 0.9%로 낮췄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에너지 수입 비용이 늘어난 점을 반영했다.
성장률과 환율의 차이는 1인당 GDP에도 반영될 전망이다. 한국의 올해 1인당 GDP는 3만9164달러로 추산된다. 성장세가 이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면 사상 처음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일본의 1인당 GDP는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3만5000달러 안팎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달러 환산 기준 한·일 소득 격차는 실제 성장률 차이보다 더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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