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여행인 줄"…사기범 된 환경미화원의 법정 거짓말 [최영총의 머니크라임]
간단 요약
-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로맨스스캠과 가상자산 투자 사기에 가담한 A씨가 범행을 사전에 알고 출국했음에도 "여행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 A씨는 기본급 약 200만원과 범행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조건을 듣고 합류해 피해자에게 가상자산 지갑 및 가상자산 거래 어플리케이션 설치를 유도하며 "100만원을 투자하면 하루에 20만원 가까운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였다고 전했다.
- 재판부는 A씨가 전기통신금융사기 특별법 위반, 사기, 위증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3년을 선고하고 피해 회복 노력이 없고 가담 정도가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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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돈벌이 알고 출국…"금방 팀장 달겠다" 적극 가담
자진 이탈 주장했지만 조직 내부서 불화 생겨 방출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로맨스스캠과 가상자산 투자사기에 가담한 남성이 재판에서 "여행인 줄 알았다"고 거짓 증언했다 위증죄까지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범죄 조직에 합류하기 전부터 보수 조건을 듣고 출국했으면서도 법정에서는 "캄보디아에 여행을 가는 줄 알았다"고 주장했고 감금 기간도 실제보다 길게 부풀렸다. 법원은 범행을 사전에 알고 출국한 데다 조직 내 역할도 적극적이었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로맨스스캠 사기 등..."잘할 자신 있다" 적극성 보이기도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합의부는 지난달 24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과 사기, 위증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환경미화원으로 일해오던 A씨는 지난해 2월 충주의 한 주거지에서 공범들로부터 "캄보디아에 가서 불법적인 일을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을 받고 이를 수락했다. 기본급 약 200만원과 범행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등 구체적인 보수 조건도 제시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해 3월 공범 3명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같은 달 시아누크빌의 범죄단지에 들어갔다. 현지 조직은 총책과 관리책,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유인책, 대포통장과 조직원을 구하는 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로맨스스캠과 가상자산 투자 사기를 벌였다.

A씨는 범죄단지에서 사기 수법을 교육받고 범행에 가담했다. 상선의 지시에 따라 컴퓨터와 책상을 옮기고 범행용 애플리케이션과 가상사설망(VPN)을 설치해 사무실을 꾸렸으며 메신저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직접 접근하는 유인책 역할도 맡았다. 다른 조직원에게 범행 수법과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기도 했다.
판결문에는 A씨가 범행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정황도 담겼다. A씨는 범죄단지에 들어간 뒤 "잘할 자신이 있다", "금방 팀장을 달겠다"는 취지로 말했고, 피해자에게 가상자산 지갑을 설치하도록 요구하다 차단당하자 아쉬워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일례로 이들 조직원은 지난해 3월 카카오톡으로 피해자 B씨에게 접근해 37세 여성인 것처럼 행세하며 친밀감을 쌓았다. 이틀 뒤 가상자산 거래 어플리케이션 설치를 유도한 뒤 "100만원을 투자하면 하루에 20만원 가까운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였다. B씨는 같은 달 27일부터 4월 11일까지 22차례에 걸쳐 총 1억8360만원을 송금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말 캄보디아에서 귀국했다. 이후 재판에서는 자신이 피해자를 직접 속이는 데 성공하지 못했고 피해금이 송금되기 전에 공모관계에서 벗어났으므로 미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자발적으로 범행을 중단하거나 탈출한 것이 아니라 조직 내부 문제로 방출된 것으로 판단했다. A씨가 상선 관리자의 성관계를 몰래 촬영했다가 폭행당하고 다른 조직원들과 분리되기는 했지만 다른 공범에게 "관리자들 얼굴을 찍어 돈을 뜯어내자"고 말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여행인 줄 알았다" 위증…감금기간 부풀리기도
A씨는 재판에서 위증도 했다. 그는 귀국 후인 지난해 11월 서울동부지법 공범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가담 경위를 거짓으로 증언했다. 당시 A씨는 "공범 중 한 명이 캄보디아에 일주일 정도 놀다 오자고 제안했다"며 불법적인 일을 하러 간다는 사실을 모르고 출국한 것처럼 진술했다. 또 다른 공범도 자신에게 캄보디아 여행과 먹을 것에 관한 이야기만 했을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A씨는 올 1월 검찰 조사에서는 공범 중 하나가 "내가 월 3000만~4000만원을 벌고 있으니 너도 일을 해보라"고 제안했다고 진술했다. 출국 전 지인에게도 "해당 공범이 해외에서 돈을 번다고 하니 직접 확인하러 간다"는 취지로 말했고, 여자친구와 공범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돈을 벌러 간다는 내용의 대화가 오간 것으로 조사됐다.
격리 기간도 부풀려 증언했다. A씨는 공범 재판에서 귀국 전까지 "일주일 정도 감금됐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에서는 지난해 3월 말 폭행당해 격리됐고 같은 달 30일 밤 캄보디아를 출국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재판부는 A씨가 다른 조직원들과 분리돼 지낸 기간이 약 이틀에 불과했다고 판단했다.
A씨 측은 기억을 정확히 떠올리지 못했을 뿐 위증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출국 제안과 보수 조건, 격리 시점을 A씨가 수사기관에서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 등을 들어 단순한 기억 착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불법적인 일을 하러 간다는 사실을 알고도 여행인 줄 알았다고 말하고, 이틀가량의 격리 기간을 일주일로 늘려 말한 것은 형사책임을 면하거나 줄이려는 의도적인 허위진술이라는 것이다.
이어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잘못을 숨기고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허위 증언을 해 실체적 진실 발견을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행유예 기간에 범행에 가담했고, 사기 조직의 사전 준비와 피해자 기망, 다른 공범에 대한 범행 수법 전수까지 맡아 가담 정도가 가볍지 않다"며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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