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리티의 굴욕…韓서 반년 만에 자금 7000억 증발
간단 요약
- 피델리티자산운용의 국내 펀드 설정잔액이 6개월 만에 7080억원 줄며 국내 점유율 0.29%로 하락했다고 전했다.
- 피델리티운용 펀드는 수익률이 경쟁사보다 낮은 84% 수준인 반면 총보수 1.019%로 높아 주요 판매사와 투자자에게서 외면받고 있다고 밝혔다.
- 주력 상품인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증권자투자신탁과 피델리티 아시아증권자투자신탁(주식)A가 벤치마크 및 경쟁사 대비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하며 자금 이탈이 두드러졌다고 전했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고전하는 세계 3위 자산운용사…국내 점유율 0.29%
상위 10개 은행·증권사 판매 뚝
엔비디아 제외한 포트폴리오로
수익률은 경쟁사보다 낮은 84%
총보수 1%대로 높아 투자자 외면

블랙록과 뱅가드그룹에 이어 세계 3위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자산운용이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외 증시 활황으로 고수익 펀드로 수요가 몰린 가운데 피델리티운용은 증권사와 은행 등 주요 채널에서 판매액이 급감하는 '역성장'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피델리티운용의 펀드가 경쟁사 대비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데 높은 수수료를 고집한 게 '독'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승장서 판매액 급감 '역성장'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피델리티운용이 국내에서 출시한 펀드의 설정잔액은 3조1850억원이다. 피델리티운용의 설정잔액은 작년 말 3조8930억원까지 몸집을 불렸지만, 올해 3월 말 3조5990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올 들어 자금 이탈이 본격화됐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설정잔액이 7080억원 줄어들면서 피델리티운용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0.39%에서 0.29%로 크게 하락했다. 국내 펀드 전체 설정잔액이 작년 4분기 기준 990조3849억원에서 올 2분기 1061조8430억원으로 몸집을 키운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한국 시장에서 피델리티운용의 존재감이 크게 줄어든 배경은 국내 증권사와 은행 등 주요 판매사 창구에서 일제히 피델리티운용의 펀드가 외면받기 시작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보면 피델리티운용의 상위 10개 판매 채널에서 일제히 펀드 설정잔액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판매된 피델리티운용 펀드의 설정잔액은 작년 말 1조128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9020억원으로 급감했다. 6개월 만에 2260억원의 자금이 이탈한 것이다. 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477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하나은행은 3630억원에서 3170억원으로 각각 770억원, 480억원이 빠져나갔다. 이 외에 SC은행(-1260억원), 미래에셋증권(-610억원), 신한은행(-410억원), 우리은행(-260억원) 등도 피델리티운용의 펀드를 외면했다.
◇"저성과 상품에 투자자 '외면'"
펀드업계에선 피델리티운용의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과 저성과 대비 높게 책정된 보수가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상반기 국내외 증시 활황 속에 상장지수펀드(ETF)로 투자 자금이 쏠리며 전통적인 공모펀드 시장의 입지가 줄어든 가운데, 피델리티운용의 자금 이탈이 특히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피델리티운용의 펀드 구조 자체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어서 상승장에서 유리한 상품 쪽으로 자금이 이동한 것 같다"고 말했다.
피델리티운용이 국내 시장에서 주력으로 판매하는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증권자투자신탁'이 대표적 사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최근 3년간 피델리티 글로벌테크 펀드의 수익률은 84.4%에 그쳤다. 반면 국내 시장에서 라이벌 격인 프랭클린템플턴의 테크놀로지 펀드 수익률은 110.3%로 집계됐다. 한 펀드 운용역은 "피델리티 상품은 TSMC 비중이 높은 반면 증시 상승을 주도한 엔비디아 포지션이 비어 있다"며 "경쟁 테크 펀드는 엔비디아 등 핵심 AI 수혜주를 적극적으로 담는데, 이런 주요 종목 편입 전략의 차이가 장기 수익률 격차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피델리티운용의 또 다른 주력 상품인 '피델리티 아시아증권자투자신탁(주식)A' 역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펀(FUN) ETF에 따르면 이 상품의 3년간 누적 수익률은 23.02%로, 비교 기준인 벤치마크(73.85%)보다 50.83%포인트 밑돌았다. 이처럼 피델리티운용의 부진한 운용 성과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 부담이 투자자의 외면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피델리티운용의 총보수(운용·판매·수탁·일반)는 1.019%로 해외 운용사 전체 평균(0.808%)보다 높게 책정돼 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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