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적' 반도체 관세 검토하는 美..대미투자 압박용인가[이상은의 워싱턴나우]
간단 요약
-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 반도체 고율 관세 검토가 미국 내 빅테크 기업과 데이터센터 비용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 미국 정부가 높은 관세를 대미 투자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 한국·일본·대만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하려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 한국 반도체 기업, 특히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패키징 공장 기공 이후 추가 투자 여부를 검토 중이며, 향후 반도체 사이클 하락 시 공급과잉 리스크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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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반도체 고율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고 폴리티코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워싱턴 일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강합니다.
트럼프 정부는 그동안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경쟁 우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추구해 왔는데, 반도체 관세 부과는 그런 목표에 크게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반도체는 현재 굉장한 수요 초과 국면에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를 부과하면 그 비용은 결국 반도체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부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과적으로 미국 기업들이 더 비싸게 반도체를 이용한 상품을 생산하게 된다는 얘깁니다.
또 반도체의 대규모 수요처인 데이터센터를 짓는 비용과 직결됩니다.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로서는 상당히 부담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엔비디아나 AMD 같은 미국 칩 설계사들도 이런 부분을 강하게 비판할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는데요.
워싱턴 싱크탱크에서도 이런 비판론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마이클 소볼릭이라는 허드슨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폴리티코에 "공급망 분야의 디리스킹, 위험 완화가 핵심적인 지정학적 문제"라면서도 "미국에서 대규모로 많은 칩을 만드는 것은 정말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CSIS의 수자이 시바쿠마르도 관세를 높인다고 해서 기술자를 배출한다거나 허가기간이 단축되거나 전력이나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관세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즉각 늘려주는 게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이런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갈래로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이 커지는 상황을 고려해서 인공지능에 대한 경쟁 우위를 내세우는 것보다 제조업 기반 재건이라는 슬로건이 더 표심을 얻기에 유리하다는 계산입니다.
또 하나는 이 관세가 대미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일시적인 수단에 머물 가능성입니다. 현재 한국과 일본 대만을 상대로 대미투자를 받으려 하는 트럼프 정부 입장에서는 이들에게 좀 더 강경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한다는 평가가 워싱턴 일대에서는 지배적인데요. 높은 관세율을 내세워서 투자를 압박한 다음에 결국에는 이런 저런 명목으로 미국 기업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시나리오입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는 중입니다. 앞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여러 차례 이야기했듯이 미국 내 투자를 조건으로 관세를 일부 면제해주는 프로그램이 가동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러트닉 장관은 미국 내 투자를 하든지 아니면 100% 관세를 물리겠다고 여러 번 위협했습니다. 미국 내 투자 규모에 연동해 관세를 감면해주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는 관세를 부과한다 하더라도 그 비용이 소비자 쪽에 전가될 수 있지만, 대미 투자를 약속한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라는 압박을 마냥 모른 척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워싱턴 일대 한국 기업들의 공통된 고민입니다.
오늘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 라파예트 지역에서 반도체 패키징 공장 건설 기공식을 가졌는데요. 이를 기점으로 추가 투자 지역과 조건을 따져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아직 미국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투자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문제는 지금부터 투자를 할 경우 추후 반도체 사이클이 내리막에 접어들 때 공급과잉 등으로 인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미국 측의 반도체 관세 정책이 좀 더 구체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투자 방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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