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팔아야 하나"…오늘 밤 11시, 코스피 운명 가를 한마디
간단 요약
- 워시 의장의 발언 이후 미국 장기금리와 원·달러 환율의 방향이 국내 증시와 코스피 7000선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건설·부동산, 일부 증권주, 고평가 성장주와 코스닥 종목이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고 전했다.
- 미국 장기금리가 안정되고 AI 투자 확대와 반도체 실적 개선이 이어지면 금리 인상 부담을 완화하며 국내 증시 하단을 지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워시 Fed 의장, 28일 밤 첫 잭슨홀 기조연설
9월 금리보다 '물가·장기금리 판단 기준'이 핵심
美 30년물 한때 5.3%…추가 상승 땐 외국인 이탈 우려
韓 기준금리 두 차례 연속 인상…코스닥·고PER주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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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이 국내 증시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을 맞았다. 한국은행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가운데 케빈 워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잭슨홀 연단에 선다. 워시 의장이 미국 장기 국채금리 상승을 '이미 충분한 긴축'으로 평가하면 국내 증시가 안도할 수 있지만, 물가를 잡기 위한 추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할 경우 코스피가 다시 큰 폭의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의 관심은 워시 의장이 매파인지 비둘기파인지보다 앞으로 어떤 지표를 근거로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반응함수'를 제시할지에 쏠리고 있다. 미국의 단기 정책금리뿐 아니라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오른 장기 국채금리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코스피 7000선 안착 여부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9월 인상"보다 중요한 장기금리 판단
워시 의장은 28일 오전 8시(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11시)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기조연설에 나선다. 지난 5월 취임한 뒤 처음 하는 잭슨홀 연설이다. 올해 심포지엄 주제는 '금융 혁신: 지급결제와 정책에 대한 시사점'이다.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자산, 지급결제 혁신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시장은 금융혁신보다 워시 의장의 통화정책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Fed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당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세 명이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했다. 7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3.7%로 Fed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았다.
금리선물 시장은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35%, 연말까지 한 차례 이상 인상할 가능성을 70%대로 반영하고 있다. 워시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둔화하지 않았다"거나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면 9월 인상 확률이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워시 의장이 9월 금리 결정을 직접 예고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그는 취임 이후 점도표와 포워드가이던스(사전 지침)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시장이 Fed 당국자의 발언을 추종하기보다 경제지표와 시장가격을 직접 분석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9월 인상'이라는 직접적인 표현보다 물가와 고용, 중립금리, 장기금리에 관한 판단 기준을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워시 의장이 물가 둔화의 조건으로 어떤 지표를 제시하는지, 최근 장기금리 상승을 정책금리 인상을 대신하는 긴축 효과로 인정하는지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美 장기금리 급등이 최대 변수
이번 연설의 최대 쟁점은 미국 장기 국채금리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최근 한때 연 5.3%를 웃돌며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10년물 금리도 연 4.7%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 공급 증가, 끈질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겹친 결과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9일 장기 국채 바이백 한도를 회당 최소 4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금리를 안정시키는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시장에서는 미국 정부가 국채를 다시 사들이는 방식만으로 구조적인 공급 부담과 재정 신뢰도 하락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시 의장이 명목금리와 실질금리가 수익률곡선 전반에서 올라 금융환경이 이미 충분히 긴축됐다고 평가하면 시장은 안도할 가능성이 크다. 장기금리 상승이 기준금리 인상의 일부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만큼 Fed가 추가 긴축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커질 수 있어서다.
반대로 높은 장기금리를 정상적인 시장 조정으로 평가하면서 물가 안정을 위한 별도의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까지 강조하면 위험자산에는 이중 악재가 된다. 단기 정책금리와 장기 시장금리가 동시에 오르면서 주식의 할인율이 높아질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에 가장 우호적인 메시지는 물가 안정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장기금리가 이미 상당한 긴축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과 장기금리 상승의 정당성을 동시에 강조하면 성장주를 중심으로 밸류에이션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두 번 금리 올린 한은…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둬
한국 증시는 미국보다 복잡한 상황에 놓였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 7월에 이은 두 차례 연속 인상이다.
한은은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국내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데다 근원물가와 수도권 집값, 가계대출 상승 압력이 여전히 크다고 판단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3%, 내년은 2.9%로 제시했다. 올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2.7%, 2.5%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향후 네 차례 금통위에서 예상하는 기준금리 중간값이 연 3.25%라고 밝혔다. 현재보다 한 차례 더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열리는 회의는 모두 라이브"라면서도 두 차례 연속 인상이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준금리가 연 3.00%,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연 3.75%인 만큼 한·미 금리차는 0.75%포인트다. Fed가 9월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격차는 1.00%포인트로 확대된다. 금리차 자체가 과거보다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양국이 동시에 인상 사이클을 이어간다는 인식은 국내 증시에 부담이다.
한국의 할인율 상승과 미국 장기금리 상승, 달러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하면 외국인은 주가 하락과 환차손을 동시에 우려해 주식 비중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코스피 7000선, 금리 안정이 관건
잭슨홀을 앞둔 국내 증시는 이미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24일 3.12% 급락한 6696.96에 마감했다. 이후 반등해 27일 6912.37까지 회복했지만 28일 1.79% 하락한 6788.88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 매도가 집중되면서 반도체와 바이오 등 시가총액 상위주가 약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7000선을 일시적으로 넘어서는 것보다 미국 장기금리가 안정된 상태에서 이 수준을 지킬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기업 실적보다 미국 장기금리와 글로벌 투자자의 레버리지 축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서다.
워시 의장의 발언이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되면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하고 달러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원화 강세와 외국인 수급 개선을 바탕으로 코스피가 7000선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 미국 장기금리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바이오와 인터넷 등 성장주의 반등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워시 의장이 고물가 장기화와 추가 긴축 가능성을 강조하면 미국 10년물 금리가 연 4.75%를 넘어설 수 있다. 이 경우 코스피는 다시 6800선 안팎의 지지력을 시험할 가능성이 있다. 미래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주가가 형성되는 바이오·2차전지·인터넷 등 고평가 성장주와 코스닥 종목의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건설·부동산과 일부 증권주도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비용과 가계 이자 부담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과 보험주는 완만한 금리 상승에는 순이자마진과 채권 재투자 수익률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금리가 급등하면 연체율 상승과 채권평가손실 우려가 부각될 수 있다.
반도체 실적이 금리 충격 완충
다만 한국의 이번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환율 방어형 긴축은 아니라는 점은 증시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크게 높인 배경에는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 호조가 있다. 경기가 강하고 기업이익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단행된 금리 인상이라는 의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국내 기준금리보다 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와 메모리 반도체 가격, 미국 장기금리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장기금리가 안정되고 AI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 국내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을 실적 개선이 상쇄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워시 의장의 발언에 포함된 특정 단어보다 연설 직후 시장가격의 반응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미국 2년물 금리에서 9월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확인하고, 10년·30년물에서 장기적인 물가와 재정 우려를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달러화와 역외 원·달러 환율,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국내 증시의 다음 거래일 방향을 결정할 주요 지표다.
워시 의장이 물가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더라도 미국 장기금리가 하락한다면 시장은 해당 발언을 '신뢰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반대로 비둘기파적인 발언 이후에도 장기금리가 오른다면 Fed의 독립성과 물가 대응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신 총재도 잭슨홀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27일 출국했다. 다만 공개된 공식 프로그램에는 별도의 연설이나 패널 토론 일정이 포함되지 않았다. 신 총재는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 및 학계 인사들과 금융혁신과 통화정책 소통 방식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에는 워시 의장의 문구 자체보다 미국 장기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미국 장기금리가 안정되면 반도체 실적을 바탕으로 코스피가 7000선을 다시 넘어설 수 있지만, 금리가 재차 급등하면 한국은행의 추가 인상 우려까지 겹쳐 고평가 성장주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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