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매파 본색'에도 미 국채 30년 만기 덜 뛴 이유…뒤엔 베센트가 있었다? [글로벌 머니 X파일]
간단 요약
- 워시는 2% 물가 목표와 단기금리를 통한 인플레이션 통제를 재확인하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밝혔다.
- 베센트는 장기 국채 바이백 확대와 발행정책 조정을 통해 30년물 국채 유동성과 공급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 향후 9월 바이백 집행, 9월 FOMC, 11월 국채발행계획 결과에 따라 장기 국채금리, 달러, 국채 수요의 향배가 가늠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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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워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미국의 금리 문제를 서로 다른 수단으로 나눠 대응하는 새로운 정책조합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Fed는 단기 기준금리로 물가와 인플레이션 기대를 통제하고, 미 재무부는 국채 바이백(재매입)과 발행정책을 이용해 장기채 시장의 유동성과 공급 부담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두 사람이 이런 역할 분담을 공식적으로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잇따라 내놓은 정책과 발언을 연결하면 기능적인 보완 관계가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미 재무부의 국채 매입 확대
먼저 움직인 것은 미 재무부다. 미 재무부는 지난 19일 10~20년 및 20~30년 만기 명목 국채의 유동성 지원 바이백 한도를 회당 최대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두 배 이상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적용 기간은 다음 달 10일부터 11월 4일까지다. 공식 목적은 특정 장기금리를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 국채 시장에 더 큰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베센트 장관은 정책 의도를 더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일 CNBC 인터뷰에서 특히 30년물 국채 시장의 유동성이 매우 나쁘다며 "수익률이 기초여건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바이백 확대를 시장에 신호를 보내기 위한 일종의 '트레저리 트위스트'라고 표현했고 회당 매입액이 40억달러보다 커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Fed의 대차대조표 축소에 맞춰 국채 발행정책도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베센트 장관은 Fed가 보유 국채를 줄일 경우 "재무부와 Fed가 함께 일할 것"이라며 Fed의 자산 만기상환과 대차대조표 축소에 맞춰 재무부가 발행정책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Fed가 만기 도래한 보유 국채의 상환금을 새 국채에 재투자하지 않으면 재무부는 Fed가 다시 사주지 않는 만큼의 차환 물량을 민간 투자자에게 더 배분해야 한다. 여기에 재무부가 장기채 발행까지 늘리면 민간이 흡수해야 할 장기 듀레이션이 커져 장기금리에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 이때 미 재무부가 장기채 발행을 줄이거나 기존 장기채를 바이백하면 Fed의 자산 축소로 늘어나는 국채 공급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다만 베센트 장관은 이런 공조와 Fed의 기준금리 결정은 명확히 구분했다. Fed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면 재무부의 바이백 정책과 충돌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번 주 발표한 바이백 결정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워시 의장이 28일(현지시간) 잭슨홀 연설에서 Fed가 담당할 영역을 분명히 했다. 그는 "2%는 확고하고 고정된 목표"라며 "단기금리는 이중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주된 수단"이라고 못 박았다.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향해 분명하고 아주 빠르게 움직인다는 확신이 없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Fed가 평상시 장기 국채 매입이나 대차대조표 확대를 통해 금융시장을 움직이기보다 단기 기준금리로 물가와 총수요를 조절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워시 의장의 경제 진단도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두는 쪽이었다. Fed가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12개월 기준 3.7%, 최근 6개월 연이율 기준으로 4%를 조금 웃돈다고 밝혔다. 199개 PCE 구성항목 가운데 최근 12개월 동안 3% 넘게 오른 상품과 서비스의 비중은 54%, 최근 6개월 기준으로도 49%였다. 워시는 여름철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했지만 "기조적인 흐름이 의미 있게 개선됐다고 말해주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실업률 4.1%의 노동시장은 대체로 완전고용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장비와 무형자산 투자는 최근 4개 분기 약 9% 늘었고 S&P500 기업들의 이익은 지난 1년간 20% 넘게 증가했다. 회사채 스프레드와 기업 대출 시장에서도 뚜렷한 긴축 신호가 없다며 "광범위한 금융 여건을 긴축적이라고 표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도 워시의 발언을 우선 기준금리 상승 가능성으로 받아들였다. 미 재무부 고정만기금리 기준으로 28일 종가의 전일 대비 상승 폭은 2년물이 14bp(bp=0.01%포인트) 급등했다. 반면 10년물은 6bp, 30년물은 3bp 상승에 그쳤다. 로이터통신의 장중 집계에서도 2년물은 약 11bp 오른 연 4.34%, 10년물은 5bp 상승한 4.72%, 30년물은 1.6bp 오른 5.206%였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도 연설 전 35%에서 연설 후 57~60% 수준으로 높아졌다.
시장의 관심은 단기보다 장기 국채 금리
시장은 국채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훨씬 큰 폭으로 올랐다는 점에 주목했다. 워시의 물가 대응 의지를 가까운 시기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는 강하게 반영했지만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위험까지 같은 폭으로 높여 잡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워시 의장과 베센트의 정책이 연결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시는 단기금리를 통해 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기대를 통제한다. 반면 베센트는 거래가 부진한 장기 국채를 재무부가 직접 사들여 유동성 부족에 따른 부담을 낮추려 한다. 이를 기능적으로 결합하면 '단기금리는 Fed, 장기채 유동성과 공급은 재무부'라는 역할 분담이 가능해진다.
장기 국채 금리는 앞으로 단기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전망뿐 아니라 장기채를 오래 보유하는 데 따른 위험 보상과 물가 상승 우려 등을 함께 반영할 전망이다. 워시 의장이 기준금리를 높게 유지하거나 추가로 올릴 수 있다는 신호를 주면 단기금리는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Fed가 2% 물가 목표를 반드시 지키겠다는 신뢰를 확보하면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우려는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여기에 재무부의 바이백이 장기 국채의 거래를 원활하게 만들면 유동성 부족 때문에 장기금리에 붙는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워시가 과거 제시한 구상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는 Fed 의장이 되기 전인 작년 7월 새로운 '재무부-Fed 협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Fed 의장이 장기적인 중앙은행 대차대조표 목표를 설명하고 재무부 장관이 이에 맞춰 국채 발행계획을 제시하면 시장이 양 기관에서 나오는 국채 공급을 보다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다만 당시에도 행정부의 요구에 따라 Fed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방식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기준금리는 Fed가 물가와 고용을 보고 독립적으로 결정하면서 Fed의 대차대조표와 재무부의 국채 발행이 동시에 시장에 미치는 공급 충격은 양측이 조율하는 방식이다. 이 선이 지켜진다면 Fed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국채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공조가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시장 전문가들도 워시 연설에서 이런 역할 구분에 주목했다. 크리스토퍼 호지 나티시스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과소평가해 왔다며 워시가 물가 문제를 직접 인정하고 2% 목표를 재확인해 인플레이션 대응 신뢰를 높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견조한 성장과 완전고용, 느슨한 금융 여건을 감안하면 Fed가 높은 금리를 유지하거나 물가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추가 인상하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차대조표가 아니라 단기금리를 주된 정책 수단으로 규정한 데 주목했다
브라이언 스토리 브링커캐피털 멀티에셋전략 담당 수석부사장은 "워시 의장이 2% 목표와 Fed의 책임을 재확인한 점이 채권시장에 일정한 안도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마크 카바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도 "워시가 잭슨홀에서 보다 정통적인 물가 대응 연설을 한 것이 채권시장을 진정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네이선 셰티 SEI인베스트먼츠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매파적 어조 외에는 달리 해석하기 어렵다"며 "시장은 그동안 Fed의 행동 가능성을 과소평가했다"고 말했다. 칼 샤모타 코페이 수석시장전략가는 워시가 "Fed의 2% 목표를 둘러싼 모호성을 줄이고 단기금리의 역할을 강조했다"고 진단했다. 게리 슐로스버그 웰스파고투자연구소 전략가는 "점들을 연결하면 최소 한 차례, 경우에 따라 그 이상의 금리 인상을 위한 재료가 모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이 정책조합이 효과를 냈다고 보기는 이르다. 연설 직후 장중에는 30년물 금리가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이후 다시 상승으로 돌아섰다. 미국 정부의 장기 차입비용 자체가 낮아진 것은 아니다.
미 재무부의 확대 바이백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이날 시장가격에는 지난 19일 발표에 따른 기대가 일부 반영됐을 수 있지만 회당 40억달러 이상의 바이백이 실제로 집행된 것은 아니다. 바이백 확대가 장기채의 거래비용과 수익률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다음 달 10일 이후에야 검증할 수 있다.
워시 의장의 정책 방향도 완전히 명확해진 것은 아니다. 엘런 헤이즌 F.L.퍼트넘 수석시장전략가는 "Fed의 반응함수를 공개하지 않아 시장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있다"고 평가했다. 필 블랑카토 오사익 수석시장전략가도 "물가를 어디로 보내려는지는 더 잘 알게 됐지만 어떤 물가와 고용의 조합이 Fed 행동을 촉발할지는 거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마이클 아론 스테이트스트리트 수석투자전략가는 "Fed가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아직 결론 내리지는 않았다"고 했다.
피터 앤더슨 앤더슨캐피털 창업자는 "투자자들은 경제에 관한 GPS를 원했지만 Fed는 나침반을 줬다"고 비유했다. 유진 엡스타인 머니코프 트레이딩·구조화상품 책임자는 워시 의장이 이전에도 매파적인 메시지를 내놓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시장의 신뢰가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Fed와 재무부의 정책이 보완이 아니라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워시는 국채 가격과 거래량, 달러 가치, 신용 비용과 원자재 가격 등에서 "가능한 한 여과되지 않은 시장 신호"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Fed의 말을 보고 가격을 만들고 Fed가 다시 그 가격을 정책 판단에 사용하는 이른바 '거울의 방'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 재무부가 장기 국채를 직접 대규모로 사들이면 워시가 정책 판단에 활용하려는 시장가격 자체가 정부 개입의 영향을 받게 된다. 가브리엘 루빈 로이터 칼럼니스트는 투자자들이 Fed와 재무부라는 "두 명의 심판"을 상대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워시는 시장 스스로 가격을 만들라고 요구하지만 베센트는 장기채 시장에서 직접 호루라기를 불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 재무부의 개입이 지나치게 커지면 다른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더크 윌러 씨티그룹 글로벌 거시·자산배분전략 책임자는 미 재무부가 30년물 금리를 일정 수준 아래로 강하게 억제하려 하면 투자자들이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지 않는 다른 국가의 채권을 찾으면서 달러가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재무부가 아직 쓸 수 있는 수단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수단이 몇 발 남았고 언제 소진될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이벤트
결국 워시와 베센트의 정책조합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는 앞으로 세 차례의 정책 이벤트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첫 번째는 확대 바이백이 시작되는 9월 9일이다. 미 재무부가 장기 국채를 40억달러 이상 사들였다는 사실만으로 효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투자자들이 팔겠다고 내놓은 국채 가운데 재무부가 실제로 얼마나 사들였는지, 거래가 뜸한 오래된 국채의 매매가 얼마나 쉬워졌는지, 새로 발행된 국채와 기존 국채 사이의 금리 차이가 줄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이런 지표에서 거래 여건이 좋아졌는데도 30년물 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장기금리 상승의 핵심 원인은 유동성 부족이 아니라 미국의 재정적자와 높은 실질금리, 시장이 소화해야 하는 국채 물량 증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9월 15~16일 FOMC다. 시장은 워시 연설 뒤 금리 인상 가능성을 57~60%로 높였지만 워시는 인상을 약속하지 않았다. 그는 연설 마지막에 "특정 결정이 아니라 규율에 전념한다"고 말했다. Fed가 실제로 금리를 올리는지, 동결하더라도 어떤 조건에서 인상할 것이라고 설명하는지가 워시의 인플레이션 대응 신뢰를 가를 전망이다.
세 번째는 11월 4일 재무부의 분기 국채발행계획이다. 재무부는 이날 이후의 바이백 규모를 다시 발표하기로 했다. 회당 40억달러 이상의 장기물 매입을 연장하는지, 단기채와 장기채의 발행 비중을 어떻게 조정하는지, Fed의 대차대조표 변화와 연결된 구체적인 발행 방침을 내놓는지가 핵심이다.
정책조합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Fed가 단기금리로 물가 기대를 통제하는 동안 재무부 바이백은 장기채의 거래비용을 낮춰야 한다. 30년 만기 금리와 장기 물가 보상이 안정되고 장기채 입찰 수요가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나야 한다.
반대로 30년 실질금리가 계속 오르고 장기물 입찰이 부진한 가운데 재무부가 바이백 규모를 반복적으로 키워야 한다면 시장은 이를 성공적인 역할 분담이 아니라 가격관리의 실패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달러까지 약해진다면 재무부가 국채금리에서 덜어낸 위험이 환율시장으로 옮겨갔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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