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요약
-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30년 만에 3%를 돌파하며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과 다카이치 정권의 적극재정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 다카이치 정권의 대규모 성장 투자와 감세 추진으로 예산 규모가 사상 최대인 143조엔 안팎으로 불어난 가운데 국채 매수 수요가 약해져 국채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 시장에서는 장기금리 3% 돌파를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 탈출과 금융 정상화이자 재정 확대에 대한 채권시장의 경고로 해석하며, 소비세 감세와 방위비 증액의 재원 제시가 향후 금리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10년물 30년만에 3%대
'적극재정' 청구서 날아와

"다카이치 정권의 재정정책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
일본 장기금리가 30년 만에 연 3%를 돌파했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과 미국의 긴축 우려가 겹친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적극적인 재정 확대에 대한 시장의 경계가 커진 영향이다. 국채 이자 부담이 급증하면서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추진해온 다카이치 정부의 정책 운신 폭도 좁아질 전망이다.
1일 도쿄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 지표인 신규 발행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전날보다 0.060%포인트 오른 연 3.000%를 기록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3%대에 올라선 것은 1996년 9월 이후 30년 만이다. 전날에도 장중 연 2.950%까지 오르며 30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한 지난해 10월만 해도 장기금리는 연 1.6%대였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금리가 두 배 가까이 뛴 셈이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등 대외 요인도 있지만 일본의 금리 상승 속도가 미국과 유럽 주요국보다 빠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일본 재무성이 실시한 10년물 국채 입찰도 부진했다. 최저 낙찰 가격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고 최고 낙찰 금리는 1996년 이후 처음으로 3%대로 상승했다. 시장의 일본 국채 매수 수요가 약해졌다는 의미다.
금리 상승의 직접적인 배경 중 하나는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다. 지난 7월 말 미국과 일본 정부가 공동으로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선 이후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기대가 빠르게 높아졌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3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엔화 강세로 이어질 조치를 취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에 추가 금리 인상을 주문한 발언으로 받아들였다.
일본은행은 오는 17~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연다. 익일물금리스와프(OIS) 시장이 반영하는 9월 금리 인상 확률은 90%를 웃돈다. 이후 12월에도 일본은행이 금리를 추가로 올리면서 최종 정책금리 수준이 기존 전망보다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확산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금리 상승 압력이 커졌다. 케빈 워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달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인플레이션 둔화에 확신을 가질 수 없다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를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매파적 발언으로 해석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일본 국채에도 매도 압력이 번졌다.
하지만 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다카이치 정권의 재정 확대다. 다카이치 정부는 '책임 있는 적극재정'을 내세워 대규모 성장 투자와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전략 17개 분야에 2040년까지 민관 합계 370조엔 이상을 투입하는 성장전략을 결정했다. 지난달에는 2027년 4월부터 식료품 소비세율을 2년간 한시적으로 1%로 낮추는 방침도 정했다.
반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지난달 말 마감된 2027회계연도 예산 개산요구액은 상한을 두지 않은 성장투자 항목 신설 등의 영향으로 일반회계 기준 143조엔 안팎까지 불어났다. 사상 최대 규모다. 연말에는 방위비 추가 증액도 결정될 전망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기존의 재정운영 원칙도 수정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기초재정수지(프라이머리 밸런스·PB)를 단년도 흑자로 만드는 기존 목표 대신 국가채무 잔액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을 안정적으로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의존도를 낮추고 신규 국채 발행액을 전년도보다 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카이치 총리도 지난달 5일 소비세 감세 방침을 발표하면서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시장의 신뢰 확보에도 충분히 배려한 재정 운용을 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지난 7월 정부가 마련한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 이른바 '호네부토 방침' 초안에서 '재정 건전화'라는 문구가 빠지면서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호네부토 쇼크'가 발생했다. 당시 다카이치 총리는 "쇼크의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금리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장기금리가 3%까지 오르면서 다카이치 정부의 재정 부담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금리가 오를수록 신규 국채와 차환 국채의 이자 비용이 늘어나 감세와 성장 투자, 방위비 증액 등에 쓸 수 있는 재정 여력은 줄어든다.
일본 장기금리는 버블경제 붕괴 이후 디플레이션과 함께 장기간 하락했다. 일본은행이 2013년 대규모 국채 매입을 포함한 이차원 금융완화를 시작한 뒤에는 더 떨어져 2016년 마이너스 0.3%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2024년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와 수익률곡선통제(YCC) 폐지로 금융정책 정상화가 시작된 이후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시장에서는 이번 3% 돌파를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 탈출과 금융 정상화를 보여주는 동시에 재정 확대에 대한 채권시장의 경고로 해석한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다카이치 정부가 소비세 감세와 방위비 증액 등의 구체적인 재원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향후 금리 방향을 좌우할 전망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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