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헤지 10년만에 최저…기관, 대규모 '환손실' 직면
간단 요약
-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달러 헤지 비율이 2015년 이후 최저로 떨어져 환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 6개국 기관이 달러 자산 환헤지 비율을 5%포인트만 높여도 2300억달러 선물 매도가 발생해 달러가치 하락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 한국 보험사와 국민연금 등은 달러 헤지 비중 축소로 수익률 타격 가능성이 커져 외화자산 다변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헤지 수요 늘며 달러가치 하락 악순환 우려
주요국 헤지 비율 5%P만 높여도
외환시장에 2300억弗 매도 폭탄
헤지 비중 낮은 韓, 수익률 타격
"달러 외 외화자산 다변화해야"

주요 국가 기관투자가의 달러 헤지 비율이 2015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까지 달러화 가치가 올라 환헤지 비용이 증가하고,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것이 수익에 도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하면서 환 손실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달러화 자산 매도세를 부추겨 미국 국채 금리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곤혹스러운 글로벌 기관투자가
3일 블룸버그통신이 일본, 캐나다, 대만, 호주, 덴마크, 핀란드 등 6개국 연기금과 보험사를 조사한 결과 올해 6월 말 기준 외화 자산의 41%에만 환헤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56%에서 크게 낮아진 수치다. 호주가 27%로 가장 낮았고 캐나다 38%, 대만 43%, 일본 46%, 덴마크 49%, 핀란드 51% 순이었다. 블룸버그는 "달러 자산을 대규모로 보유한 해외 기관투자가가 환율 변동에 상당히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략은 최근 몇 년간 운용 수익률 상승에 더 도움이 됐다. 자산 가치가 올라 달러화 가치 상승에 따른 수혜를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하자 환헤지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 달러현물지수'는 7월 1일 101.39에서 9월 3일 99.29로 2.1%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달러지수'도 3분기 들어 1.9% 내렸다.
기관투자가가 뒤늦게 달러 헤지에 나서면 달러 가치 하락폭을 더 키울 수 있다. 환헤지 과정에서 달러화 선물을 매도하는 파생 거래가 대거 이뤄지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6개국 기관투자가가 보유한 달러화 자산에서 환헤지 비율을 5%포인트만 올리더라도 2300억달러의 선물 매도 계약이 체결돼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같은 부담에 달러화 표시 자산을 매도하거나 신규 매수를 중단하며 다시 달러화 가치 하락폭을 키우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오모리 쇼키 도이체방크 수석전략가는 "2013년에도 환헤지 비율이 지금처럼 낮았지만 지금 거시경제 여건은 당시와 정반대"라며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과 달러 가치 하락, 보험사의 환율 변동 감내 범위 감소가 맞물리며 환헤지를 급격히 늘려야 할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다만 에릭 넬슨 웰스파고 외환전략가는 "환헤지가 단기적으로 달러 가치 하락폭을 키울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달러 흐름은 결국 통화정책이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투자 악영향 우려
수년간 지속된 달러 강세로 한국 기관투자가의 달러화 헤지 비중도 최근 줄어들었다. 한국 보험업계는 과거 해외 채권 등에 전액 헤지 계약을 맺었지만 올 들어 관련 비중은 대형사가 80%, 중소형사가 50% 이하까지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화 강세로 헤지 비용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국민연금은 4월 해외 투자의 환헤지 비율을 10%에서 15%로 높이기로 했지만 여전히 85% 이상이 환율 변동 영향을 받는다.
이는 해외 투자 수익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투자정보 플랫폼 에픽AI에 따르면 주가연계지수(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인 '타이거 미국S&P500' 3개월 수익률은 환노출형이 -7.44%, 환헤지형은 1.23% 수익률을 나타냈다. 환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이 8.67%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환헤지율이 15%일 때 달러화 표시 자산 가격이 제자리걸음 하더라도 원화가 10% 절상되면 원화 기준 수익률이 약 8.5%포인트 낮아진다.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달러에만 의존하지 말고 외화 자산을 다양하게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호주 자산운용사 QIC의 스튜어트 시먼스 멀티애셋솔루션 책임자는 "외화 자산의 70%를 달러로 보유해 위험에 대비하는 전략이 앞으로도 통할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성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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