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한국 반도체 사이클 끝나면 재정적자 확대 우려"
간단 요약
- 피치는 820조원 예산과 162조원 미래대응기금이 재정수지를 개선하지만 효과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지속 여부에 달렸다고 밝혔다.
- 피치는 국가채무비율 48.3% 등 재정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하나 세입 증가분이 반도체 산업에 집중돼 일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 피치는 AI·반도체 관련 세수 급증이 사라지면 재정적자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이를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한 효과적인 투자로 연결하는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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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 보고서
일시적인 재정 지표 개선보다
실질적인 성장률 제고가 중요

"한국의 '2027년 예산안'은 재정지표를 개선시키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일 수도"
세계 3대 신용평가사 피치(Fitch)의 진단이다. 9일 피치는 위와 같은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820조원에 달하는 내년 예산과,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이 한국 재정수지를 개선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러한 양호한 전망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국가채무 전망, 당초보다 양호하지만...
피치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이 제안한 2027년 예산안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양호한 재정 성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세수 급증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수입분이 지출 증가분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적었다.
피치는 "세금 수입(세입) 전망의 개선은 상당한 재정성과 호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내년 국가채무비율 48.3%로 피치의 기존 전망인 51.7%를 하회해 종전보다 안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피치의 전망은 재정경제부가 이달 발표한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주요내용'과도 결을 같이 한다. 정부는 820조원이라는 역대급 확장재정에도 불구하고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재정수지가 모든 연도에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GDP 증가의 영향이 가장 크다. 정부는 반도체 호조가 이어지면서 국세수입이 증가하고, 덩달아 중기 재정수지도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컨대 실질적인 정부의 살림 현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027년 0.1%, 2028년 1.5%. 2029년 2.5%, 2030년 2.9%일 것으로 전망했다. 통상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기준은 GDP 대비 3% 이내로 보곤 한다.
국가채무는 내년 1500조원을 넘긴 뒤 2030년 1734조1000억원까지 불어나지만, 같은 기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8.3%에서 49%로 상승하는 데 그친다. 지난해 8월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했을 땐 2029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8%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반도체 사이클에 따른 GDP 및 국세수입 증가를 반영하면서 해당 전망치가 1년 만에 10%포인트가량 낮아졌다.
"재정개선 지속 여부는 '반도체·AI 사이클'에 크게 좌우"
문제는 '반도체 호황이 얼마나 지속될 것이냐'에 있다. 피치가 지적한 점도 이 부분이다. 피치는 "지금과 같은 양호한 재정전망은 현재 진행 중인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관련 수익 사이클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에 크게 좌우된다"며 "정부의 세입 전망 역시, 기업 수익성의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제에 기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입 증가분이 일부 산업(반도체)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만약 기업 실적 증가세가 둔화될 경우 재정성과 호전이 한시적인 데 그칠 위험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중장기적으로 국가신용도에 미치는 영향도 일시적인 재정지표 호전보다는 내년에 증가하는 정부 지출이 실제로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지 여부에 더 크게 달려 있다고 피치는 설명했다.
피치는 "현재의 반도체발(發) 세수 급증이 사라지고 세입 증가세가 정상화되면, 재정적자는 다시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국가신용도 측면에서 핵심 질문은 일시적인 AI·반도체 관련 세수 증가분을 얼마나 효과적인 투자로 연결해 중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치는 올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수준으로 유지했다. 지난 1월 국가신용등급은 'AA-',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한국은 2012년 9월 'AA-'로 상향된 이후 14년째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주요 신용평가사 및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우리 재정정책과 중장기 성장전략을 적극 설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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