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최악의 위기'…후티 공격에 美는 지원 거부
간단 요약
- 동서 송유관 가동 중단과 바브엘만데브해협 봉쇄 위기로 사우디 원유 수출이 상당 부분 막힐 위기라고 전했다.
- 아부다비상업은행은 올해 사우디 경제가 3.1% 역성장, 동서 송유관 가동 중단 한 달 시 -4.5%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이번 사태로 브렌트유 선물과 WTI 가격이 급등하고 사우디가 유럽으로 보내는 원유를 줄였다고 전했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홍해 우회로도 막힌 사우디, 경제·군사 압박 직면
사우디 올해 역성장 전망
"송유관 중단 지속땐 -4.5%"
지상전 실전경험 없어 곤혹
이스라엘과 연합 관측도

이란 대리 세력의 잇따른 공격에 사우디아라비아가 궁지에 몰렸다. 남쪽에서는 예멘 후티반군 공세로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하는 주요 수출로인 바브엘만데브해협이 봉쇄될 위기에 처했다. 북쪽에서는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아 핵심 인프라 시설인 동서 송유관 운영이 중단됐다. 사우디 경제의 화수분 역할을 하는 원유 수출이 상당 부분 막힐 위기에 처하자 세계 에너지 시장의 공급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최대 위기 맞은 사우디
지난 14일 후티반군은 홍해 주요 해협인 바브엘만데브해협 인근 섬 두 곳을 추가로 점령했다고 밝혔다. 앞서 페림섬과 모카 항구를 점령한 데 이은 것이다.
이에 사우디는 홍해 남부 해상 통제력을 잃으며 호르무즈해협 우회 수출로가 사실상 막혔다. 홍해 항구로 석유를 운송하는 동서 송유관도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의 드론 공격으로 폐쇄됐다. 하루 최대 700만 배럴 수송 능력을 갖춘 동서 송유관은 호르무즈해협을 거치지 않고 홍해로 원유를 운송할 수 있는 핵심 통로다.
이에 홍해 연안에 자리 잡은 사우디 얀부와 페트로라비그 정유소 등의 생산 감축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7년 사우디의 실권을 잡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아부다비상업은행은 올해 사우디 경제가 3.1%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동서 송유관 가동 중단이 한 달간 이어지면 경제성장률이 -4.5%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봤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위축된 2020년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에너지, 전기차 등 다양한 산업에서 수십억달러 규모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는 사우디 정부 계획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태의 충격은 세계 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이날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2.90% 오른 배럴당 108.75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5월 19일 이후 최고가다. 10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도 4.38% 오른 105.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케이플러에 따르면 동서 송유관이 한 달간 폐쇄되면 1억2000만 배럴의 원유 공급이 줄어든다.
당장 공급 감소는 가시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유럽으로 보내는 원유를 줄였다고 전했다.

마땅치 않은 대응 방안
사우디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사우디는 정책적 딜레마에 빠졌다"며 "군사 압박에 굴복해 후티반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가운데 전쟁을 확대하면 아람코 원유 생산량의 절반을 잃을 수 있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우디 단독으로 후티반군의 공세를 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바브엘만데브해협 인근 섬과 항구를 탈환하려면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사우디 육군은 실전 경험이 적다. 패퇴할 경우 사우디 본토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주요 우방국은 지원에 난색을 보였다. 빈 살만 왕세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앤디 버넘 영국 총리에게 군사 지원을 요청했지만 두 지도자 모두 지원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미국은 이미 이란 전쟁만으로 부담을 느끼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의식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분쟁에 추가 개입할 가능성은 낮다. FT는 "사우디와 상호방위협정을 맺은 파키스탄, 튀르키예도 예멘에 지상군을 파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사우디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후티반군의 홍해 장악은 이스라엘에도 안보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쪽에서 하마스, 북쪽에서 헤즈볼라, 동쪽에서 이란을 상대하는 이스라엘로서는 남쪽에서까지 위협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이집트에도 홍해 항로 불안은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분쟁이 확대되면 국내총생산(GDP)의 2%를 차지하는 수에즈운하 통행료가 감소할 수 있어서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이집트를 방문해 홍해 항행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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