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가 1·2위인데"…中기업 '중대 결단' 내렸다 [테크로그]
간단 요약
- CXMT가 낸드플래시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AI 서버용 eSSD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 SK하이닉스 자회사 솔리다임이 미국 내 낸드 공장 신설을 검토하며 생산 거점·공급망 다변화를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서버용 eSSD 시장 점유율 1·2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CXMT의 상업 양산 성공 시 기존 업체들의 시장 몫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했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CXMT, 낸드 시장 진출 추진
낸드 '생산 지도' 변화 조짐
솔리다임, 미국 내 생산 검토

인공지능(AI) 서버가 촉발한 낸드 공급 부족에 미·중 기술 갈등이 맞물리면서 삼성전자가 선두를 달리는 낸드 시장의 경쟁 구도와 '생산 지도'가 꿈틀대고 있다. 중국 메모리 업체 CXMT가 D램을 넘어 낸드플래시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고 알려진 당일 SK하이닉스 자회사 솔리다임이 미국에 낸드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함께 전해졌다.
"CXMT, 낸드 진출…솔리다임, 미국 공장 검토"
20일 업계에 따르면 낸드 시장 생산 지도가 지각변동을 보일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8일(현지시간) CXMT가 중국 베이징에 짓는 신공장에 낸드 연구개발(R&D) 생산라인을 구축한다고 전했다. 베이징엔 낸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연구소도 설립했다. AI 시스템·슈퍼컴퓨터용 저장제품에 CXMT의 낸드를 사용할 계획인 신생 스타트업을 포함해 고객사들과 낸드 사업 계획도 논의했다. D램에 집중했던 CXMT가 낸드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CXMT가 실제 상업 양산에 들어가면 경쟁 상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기존 글로벌 업체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낸드 1위인 YMTC와도 맞붙게 된다. 그간 중국 메모리 시장에선 CXMT가 D램, YMTC가 낸드를 각각 주력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YMTC도 지난 4월 고객사에 저전력 D램 샘플을 보내면서 D램 시장 진출을 저울질했다. 중국 양대 메모리 업체의 사업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한 상황이다.
중국에서 낸드 공급자를 늘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날 미국에선 정반대 변화가 포착됐다. 미국에 본사를 둔 SK하이닉스 자회사 솔리다임이 현지 낸드 공장 신설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 SK하이닉스와 인텔이 미국 오하이오주 인텔 공장에서 메모리를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과는 별도 프로젝트다. SK하이닉스 측은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솔리다임이 현재 보유한 낸드 생산시설은 중국 다롄 공장이 유일하다. 미국 공장이 들어서면 중국 생산거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미국의 잠재적 관세와 대중국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 제한에 따른 위험도 분산할 수 있다. 중국 메모리업체들이 빠르게 생산능력을 늘리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해외 반도체 업체들에 자국 내 생산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생산지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비용 문제뿐 아니라 통상·규제 위험도 좌우되는 셈이다.
AI 서버 확장에 낸드 수요도 '급증'
CXMT의 낸드 진출과 솔리다임의 공급망 다변화 배경으로는 AI가 키운 메모리 수요가 꼽힌다. 특히 낸드 시장에서 수요를 끌어올리는 제품이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다. 낸드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장치로 AI 서버가 처리해야 할 방대한 데이터를 담는다.
시장 규모는 숫자로 확인된다. 트렌드포스가 이달 1일 발표한 올 2분기 상위 5개 eSSD 업체 합산 매출은 약 375억9000만달러로 wlr전 분기보다 103.6% 증가했다. 석 달 만에 두 배를 넘어선 것이다. 출하량이 늘어난 데다 계약가격이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트렌드포스는 생성형 AI 에이전트 서비스 확산,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의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 엔비디아 GB 시리즈 AI 서버 랙 출하 등이 eSSD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요는 빠르게 늘지만 공급은 속도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메모리 업체들이 설비투자 우선순위를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두면서 낸드 신규 생산능력 확대가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다. AI 서버용 eSSD 수요 증가에 더해 공급 제약이 동시에 나타나자 낸드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도 커졌다. 트렌드포스는 낸드 공급 부족이 내년 하반기에야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급 부족은 기존 업체들엔 실적을 끌어올릴 기회이면서 새로운 경쟁자를 불러들이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올 2분기 낸드 매출 기준 점유율은 삼성전자 29.3%, SK하이닉스그룹(솔리다임 포함) 18.2%, 마이크론 15.1% 순이다. 삼성전자가 1위를 유지했지만 CXMT가 상업 양산에 성공하면 기존 업체들이 나눠 갖던 몫을 새로운 공급자에도 내줘야 하는 상황이 된다.
AI 서버용 eSSD 시장, 국내 업체들이 1·2위
AI 서버용 eSSD에선 국내 업체들의 존재감이 크다. 2분기 eSSD 매출 점유율은 삼성전자 35.1%, SK하이닉스 21.1%로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마이크론이 17.1%로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176단 QLC 제품 출하를 크게 늘린 데다 고성능 PCIe 5.0 제품 비중도 확대했다. D램·낸드를 함께 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북미 서버 고객을 확보하는 데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21단 TLC 제품 출하를 확대하고 솔리다임의 초고용량 QLC eSSD 판매를 늘리고 있다.
AI가 커질수록 낸드 시장을 둘러싼 셈법은 복잡해진다. 중국은 공급 부족을 틈타 CXMT도 낸드 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SK하이닉스는 중국에 집중된 생산망을 미국으로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시장 1위인 삼성전자도 AI 저장장치 시장 주도권을 지키는 동시에 중국 업체들의 공급 확대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트렌드포스는 중국 업체들의 생산 확대와 중국 내 클라우드 시장 성장이 앞으로 eSSD 시장 경쟁 구도를 바꿀 변수라고 내다봤다.
다만 당장 시장 판도가 뒤집힐 단계는 아니다. CXMT의 낸드 R&D 생산라인은 가동 시점이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개발·시험생산을 넘어 대규모 상업 양산으로 이어질지도 아직 불분명하다. 솔리다임도 미국 투자와 관련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도체 생산시설은 실제 가동되는 데 통상 수년이 걸릴 뿐 아니라 미국의 높은 생산비용도 부담이다. 공장이 완공될 시점에도 지금과 같은 AI·메모리 수요가 이어질지는 또 다른 변수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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