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유 수출 금지"…중동 이어 미국發 '에너지 쇼크' 오나
간단 요약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유 수출 금지 방안을 검토하면서 미국 경유 가격 급등과 글로벌 공급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 미국이 최대 경유 수출국인 만큼 수출 금지 시 국제 경유 가격이 최대 100% 오르고 유럽·중남미 등 미국산 경유 의존도가 높은 지역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 미국의 경유 수출 통제가 현실화하면 아시아 경유 정제마진 상승과 함께 한국 정유사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지만 정부의 경유 수출량 규제로 실질 수익 개선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글로벌 공급난 심화
美 의존 높은 유럽·중남미 타격
미국 경유가격 6.53弗 '사상 최고'
수출물량 자국 내 우선 공급 검토
"정유 처리 줄며 가격 되레 뛸수도"
통제 땐 韓 정유사 반사이익 기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유 수출 금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경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자 수출 물량을 자국 내 공급으로 돌려 가격을 잡겠다는 것이다. 당장 미국산 경유에 의존하는 유럽 농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매출에서 경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한국 정유사는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경유 수출 입장 바꾼 트럼프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경유를 해외로 내보내지 말자'고 주장했다"며 "참모진에게 이를 지시했고 계속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유 수출 금지 관련 결정이 조만간 나올 것임을 시사했다.
같은 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미국의 전반적인 정유 능력을 고려할 때 (경유 수출 금지가) 실행 가능할지, 전면 또는 부분적인 수출 금지가 효과가 있을지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석유 제품의 수출 금지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최근 경유 가격 급등으로 공화당에서 수출 중단 주장이 확산하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상승기에 접어든 미국 경유 가격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에너지 시설 공습을 강화하면서 급등했다. 이날 경유 소비자 가격은 갤런당 6.53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내 경유 재고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경유 재고는 9697만 배럴로 최근 5년 평균보다 약 13% 낮다.

국제 경유 가격 밀어 올리나
관련 업계에서는 경유 수출 금지가 단기 처방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수출길이 막히면 미국 정유업체가 원유 처리량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렇게 되면 휘발유와 항공유 생산이 함께 감소해 전반적인 석유 제품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제임스베이커공공정책연구소는 "정유업체가 판매할 수 있는 시장 자체가 축소되기 때문에 이들은 가동률을 낮출 것"이라며 "어떤 시장에서도 손해를 감수하면서 제품을 파는 참여자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북동부 등 일부 지역에서는 경유를 수입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미국석유협회(API)는 "멕시코만 연안에서는 지역 소비량보다 많은 경유를 생산하지만 지리와 인프라 제약 때문에 남는 물량을 미국 내 다른 지역으로 곧바로 보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 역시 크다. 미국은 최대 경유 수출국 중 하나기 때문이다. 에너지 경제학자 필립 벌레거는 로이터통신에 "경유는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크게 줄지 않는 만큼 수출 금지로 국제 가격이 최대 100%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미국산 경유 의존도가 높은 유럽과 중남미 등에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전쟁 이후 이 지역 국가들의 미국산 경유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케이플러에 따르면 미국 경유 수출량은 지난 2월 하루 약 100만 배럴에서 8월 160만 배럴로 증가했다. 유럽에서는 미국산 경유 수입량이 이란 전쟁 발발 후 약 50% 증가해 지난달 하루 50만6000배럴을 기록했다. 경유 수급 문제로 유럽 농기계가 멈춰 서면 여름철 폭염으로 수확량이 줄어든 유럽 농작물 생산에 추가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유사에 호재 될까
미국의 경유 수출 통제가 현실화하면 국내 정유업계는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한국산 경유 수요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공급 차질 우려가 번지며 9월 셋째주 아시아 경유 정제마진은 배럴당 50.4달러에서 60.4달러로 뛰었다.
경유는 수송, 난방 등 산업 전반에서 수요 기반이 넓다. 국내 정유 4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에 이른다. 올 상반기 기준 HD현대오일뱅크가 38.5%로 가장 높았고 이어 SK에너지(33.8%) 에쓰오일(31.6%) GS칼텍스(29.2%) 순이었다. 올해 1~7월 경유 수출은 147억3002만달러를 기록해 전체 석유 제품 수출액(342억2619만달러)의 절반에 달했다.
다만 정유사의 실질 수익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수출 규제 때문이다. 정부는 국내 수급을 안정화하기 위해 경유 수출량을 전년 동월 대비 100% 이하로 묶어뒀다.
한명현/안시욱 기자 wise@hankyung.com
한경닷컴 뉴스룸
hankyung@bloomingbit.io한국경제 뉴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