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퍼리치들은 '조정'을 기다린다 [박신영의 개장전 요것만]
간단 요약
-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해 국채 공급, 기간 프리미엄 확대 등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 씨티웰스는 S&P500 조정이 더 컸어도 장기 투자자에겐 매수 기회가 됐을 것이라며 주식 비중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 BofA는 AI 풋, AI 포모로 AI 관련 대형 기술주에 매수세가 쏠리지만, AI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증시 조정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1. 트럼프 "디젤 수출 금지 여전히 검토"…휘발유값 상승 우려에 신중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공행진하는 디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디젤 수출 금지를 여전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수출을 막을 경우 휘발유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최근보다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디젤 수출 금지 여부를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여전히 그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디젤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다른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있다"며 "특히 휘발유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휘발유 가격은 조금 오르고 디젤 가격은 조금 내려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디젤 수출 제한이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는 정유 과정에서 여러 석유제품이 함께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정유사는 원유를 처리하면서 휘발유·디젤·항공유·LPG 등을 동시에 생산합니다. 제품별 생산 비중을 일정 부분 조정할 수는 있지만, 디젤 생산만 대폭 줄이면서 휘발유 공급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미국 정유사들은 국내 수요뿐 아니라 유럽과 중남미의 디젤 수요를 겨냥해 높은 가동률을 유지해 왔습니다. 미국은 대규모 정제시설과 풍부한 원유 공급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정제유 수출국 역할을 해왔습니다. 해외 판매 수익은 정유사들이 원유를 더 많이 들여오고 정유시설 전체를 높은 수준으로 가동하도록 만드는 유인입니다.
따라서 디젤 수출을 막으면 정유사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원유 처리량도 감소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디젤뿐 아니라 함께 생산되는 휘발유와 항공유 공급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디젤값을 낮추려는 조치가 오히려 미국 내 휘발유 공급 감소와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이 회복되고 있다며 미국이 "매우 좋은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도 미국 정유사들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가동 중이고 유럽의 추가 디젤 공급도 예상된다며, 앞으로 수주 안에 디젤 가격이 의미 있게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러시아·중동 분쟁과 중국발 공급 차질로 세계 디젤 수급은 여전히 빠듯하다고 인정했습니다.
2. 미 국채 10년물 금리 2002년 이후 최고…저금리 시대 끝나나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자극하면서 글로벌 채권 매도세가 이어졌습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10월 1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6bp(1bp=0.01%포인트) 오른 연 5.34%까지 상승했습니다. 이는 2007년 고점을 넘어선 수준입니다.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도 이번 주 2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가 세계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투자자들은 주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다"고 밝혔습니다. 노동시장은 "상당히 괜찮지만 훌륭하지는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대규모 정부 차입과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자금 수요도 시장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고, 기술기업은 AI 데이터센터·반도체 공장·전력망 투자를 위해 회사채를 대규모로 발행하고 있습니다. 한정된 투자자금을 놓고 정부와 기업이 경쟁하면서 전반적인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는 구조입니다.
장기금리는 Fed의 단기 통화정책 전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2년물 국채금리가 Fed의 기준금리와 향후 1~2년의 정책 경로에 민감하다면, 1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장기 인플레이션, 재정적자, 국채 공급, 경제의 장기 성장률에 더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투자자들은 장기채를 보유하는 데 따른 별도의 위험 보상을 요구합니다. 이를 기간 프리미엄이라고 합니다.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동안 물가·경기·정부 재정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만큼 추가 이자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최근 기간 프리미엄 상승은 장기 물가와 재정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국채 공급은 늘어나는데, 꾸준히 사주던 큰손 수요는 약해지고 있습니다. Fed 등 주요 중앙은행은 양적긴축(QT)을 통해 보유 국채를 줄이고 있습니다. 중국 등 해외 중앙은행도 달러 자산에 집중하기보다 금·유로·엔화 등으로 외환보유액을 분산하려는 유인이 커졌습니다.
다만 높은 국채금리가 반드시 나쁜 신호만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높은 이자수익을 원하는 채권 투자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고, 금리 상승의 일부는 고금리에도 경제가 버틸 만큼 성장세가 견조하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관건은 재정적자와 물가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신뢰가 유지되느냐입니다.
3. "더 큰 조정이 매수 기회였을 것"
S&P500지수는 지난 8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보다 약 1%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수 내부를 들여다보면 다수 종목의 흐름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대형 기술주가 지수를 떠받치는 사이 시장의 상승 기반은 빠르게 좁아지고 있습니다.
S&P500 편입 종목의 약 75%는 9월 한 달간 하락했습니다. 지수는 고점 부근을 유지하고 있지만, 상승을 이끄는 종목군은 극히 제한됐다는 의미입니다.
크리스 투미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웰스매니지먼트 전무는 "시장 폭이 실제로 좁아지기 시작했고, 지수 비중이 큰 고품질 종목으로 쏠리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투자자들이 기존 상승장을 주도했던 고베타 종목에서 빠져나와 상대적으로 방어적인 대형 우량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S&P500 종목 가운데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거래되는 비율은 여름철 약 75%에서 최근 49%까지 하락했습니다. 지수는 대형주의 강세 덕분에 견조해 보이지만, 개별 종목의 기술적 흐름은 광범위하게 약화됐다는 뜻입니다.
다만 글로벌 초고액 자산가와 패밀리오피스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는 씨티웰스는 최근의 조정이 더 깊어졌더라도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지니 선 씨티웰스 포트폴리오자문 총괄은 올해 증시에서 나타난 하락과 조정이 놀랄 만큼 얕았다며, 투자자들이 우려했던 수준의 가격 조정은 아직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조정 폭이 조금 더 컸어도 괜찮았을 것"이라며 "기업의 펀더멘털은 매우 강하고 이익 증가세도 견조하기 때문에, 더 큰 하락은 장기 투자자에게 좋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지수가 단기적으로 내려가더라도 기업 실적과 경제의 기본 여건이 유지된다면, 주가 조정은 상승 추세의 종료라기보다 밸류에이션 부담을 낮추는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씨티웰스는 높은 시장금리와 국채금리에도 4분기를 앞두고 주식 비중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는 것만으로 증시 하락을 단정하기보다, 금리 상승의 원인이 무엇인지와 그것이 실제 소비·기업투자·기업 이익을 훼손하는지를 봐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선 총괄은 최근 금리 상승이 인플레이션 기대의 재확대보다 실질금리 상승에 의해 주도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예상 물가상승률을 뺀 금리로, 기업과 가계가 실제로 체감하는 자금조달 비용에 가깝습니다. 실질금리 상승은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이번에는 미국 경제의 성장 기대가 견조하다는 신호도 함께 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금리가 오르더라도 성장세가 매우 강하다면 두 요인이 서로 상쇄될 수 있다"며 "실제 실적 발표를 보면 기업 성장세가 금리 상승의 영향을 예상보다 훨씬 잘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업 이익이 계속 늘고 소비와 설비투자가 유지된다면, 높은 금리가 주식의 할인율을 높이는 부정적 효과를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씨티웰스는 현재까지 소비 지출과 기업 설비투자가 비교적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어, 금리 상승이 경기와 실적을 본격적으로 훼손하고 있다는 경고 신호는 뚜렷하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모기지 금리가 7%를 넘어선 상황에서도 과거처럼 급격한 경기 둔화가 나타나지 않은 데에는 주택 공급 부족과 견조한 고용, 상대적으로 탄탄한 가계 대차대조표 등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4. AI주 하락 때마다 매수세…Fed 풋 대신 'AI 풋'
미국 증시가 높은 국채금리에도 크게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AI에 대한 투자자들의 강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현재 시장이 Fed의 정책보다 'AI 풋(AI put)'에 더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풋'은 주가가 하락할 때 시장을 지지하는 안전판을 뜻합니다. 과거에는 시장이 흔들리면 Fed가 금리를 내리거나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는 기대가 작동했고, 이를 'Fed 풋'이라고 불렀습니다.
지금은 Fed가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AI 관련주가 하락할 때마다 AI 상승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 즉 포모(FOMO)에 따라 다시 매수에 나서고 있습니다. BofA는 AI 포모가 거시경제 위험보다 더 강하게 시장을 지배하면서 조정 때마다 공격적인 매수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시장 내부는 약합니다. 금리에 민감한 중소형주와 중형주는 하락했고 금융주와 유틸리티주도 부진했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 등 AI 관련 대형 기술주의 강세가 지수 하락을 막았습니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8월 31일 이후 S&P500 상승률 상위 20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총 1조7000억달러 늘었습니다. 반면 나머지 480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약 1조9000억달러 줄었습니다. 소수 AI 대형주가 지수를 지탱하는 동안 시장 저변은 약해졌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AI 인프라에 이미 1조달러 이상이 투입된 만큼, 이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다음 시험대입니다. 기술업종 애널리스트들은 AI 서비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지만, 정작 비용을 내야 하는 일반 기업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훨씬 낮은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AI 풋은 Fed 풋처럼 제도적으로 보장된 안전판이 아니라 투자자 심리에 의존합니다. AI 투자와 기업 이익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고금리·물가·재정적자라는 기존 위험이 한꺼번에 부각되며 증시 조정 폭이 커질 수 있습니다.
5. 넷플릭스 성장 둔화 경고등…미국 시청시간·광고 수익화가 과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넷플릭스의 성장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성장 가속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내 시청시간 둔화, 대형 히트작 공백, 광고 사업의 수익화 속도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서랜도스 CEO는 지난달 30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블룸버그 스크린타임 콘퍼런스에서 "전반적으로 넷플릭스는 내가 원하는 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넷플릭스의 전 세계 이용자 시청·활동 지표는 2% 증가했고, 모든 지역에서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성장성이 가장 중요한 미국 시장의 시청시간 흐름을 더 민감하게 보고 있습니다.
일부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넷플릭스 가입자의 하루 평균 시청시간은 1.6시간으로, 비밀번호 공유 단속과 가입자 지역 구성을 감안해 조정하면 2023년 같은 기간보다 약 8% 감소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이에 대응해 영화와 TV 시리즈 중심의 사업을 넘어 라이브 스포츠와 이벤트, 비디오 팟캐스트, 유튜브 인기 크리에이터 콘텐츠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연간 200억달러 규모 콘텐츠 예산 가운데 약 5%를 라이브 프로그램에 배정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전략은 이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고 광고 수입을 확대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스포츠 판권과 라이브 프로그램, 콘텐츠 제작, 마케팅 비용이 커지는 만큼 단기적으로 이익과 현금흐름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광고 요금제 역시 핵심 성장 동력이지만 수익화 속도는 시장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넷플릭스의 올해 광고 매출 목표는 30억달러이며, 최근 분기 잉여현금흐름은 콘텐츠 투자 증가 영향으로 전년 동기보다 32.7% 감소한 15억30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대형 히트작 공백도 부담입니다. 올해 미국 시장에서는 '기묘한 이야기', '오징어 게임', '브리저튼'처럼 신규 가입자 유입과 재시청을 동시에 이끄는 초대형 시리즈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넷플릭스는 극장 개봉 확대와 AI 활용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는 사전 시각화와 시각효과, 복잡한 장면 제작 등 약 300개 작품의 후반작업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결국 넷플릭스가 증명해야 할 것은 미국 시청시간을 회복할 대형 콘텐츠를 다시 만들고, 광고·라이브·AI 투자를 실제 이익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입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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