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호 보이면 위험"…서학개미 떨게 한 '시나리오' 뭐길래 [분석+]
간단 요약
-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5.3%를 넘었지만 S&P500·나스닥이 고점 대비 2%도 안 떨어지며 기업이익 증가가 방어하고 있다고 밝혔다.
- AI 설비투자(CAPEX) 관련 업종이 12개월 선행 EPS를 107% 끌어올리며 S&P500 기업이익 증가분 47%를 차지해 미국 증시를 지탱하고 있다고 전했다.
- 향후 인플레이션이 둔화돼 금리 급등이 진정되면 주식·채권 비우기 어렵지만,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기업이익이 훼손되면 미국 증시의 진짜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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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0년물 금리 24년 만에 최고치
S&P500·나스닥, 고점 대비 2%도 안 떨어져
"인플레이션 지속 따른 고금리 지속에 기업이익 꺾이면 위험"

미국 국채 10년 만기 금리가 연 5.3%를 넘어서며 2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지만, 증권가에서는 우려보다 증시가 잘 버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이익 증가세가 꺾이지 않은 데다 지정학적 긴장 완화로 유가와 물가가 안정되면 금리 급등세도 되돌려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장중 미 국채 10년 만기 금리는 연 5.3420%를 찍었다. 2002년 5월 이후 2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 금리의 벤치마크로도 사용되는 이 금리는 지난 2월27일 연 3.962%였지만 이달 1일까지 7개월여 만에 1.281%포인트 상승해 연 5.243%를 기록했다.
금리 상승은 증시에 악재로 받아들여지지만, 뉴욕증시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미국에 상장된 대형주 500개를 모아 놓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지난 1일 7666.45에 마감됐다. 지난 8월13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7798.99)보다 1.70% 낮은 수준이다. 기술주 중심으로 한국 증시와 상관성이 더 높은 나스닥종합지수는 사상 최고치가 지난달 22일의 2만7244.28이다. 이달 1일 종가는 2만6871.60으로 사상 최고치 대비 1.37% 낮다.
고금리 아래에서도 미국 증시가 최고가 부근에서 버티는 첫 번째 이유로는 기업이익이 꼽힌다. 금리와 유가 상승, 인공지능(AI) 투자 고점 논란 등 잇따른 악재가 주가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는 부담을 줬지만 기업이익 자체는 훼손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식시장 해석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업이익"이라며 "기업이익은 주가 추세를 결정하며 시장이 추세적인 약세장으로 진입한다는 뜻은 기업이익이 하강한다는 것과 같은 명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서 열거한 각종 악재는 불편할지언정 완전히 시장을 끝장낼 수 있는 고통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실제 주가가 조정받은 사이 이익 추정치는 빠르게 높아졌다. 연초 310포인트였던 S&P500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400포인트를 넘어섰다. 신한투자증권은 현재 상향 속도가 이어지면 연말 440포인트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AI 투자 관련 업종이 이익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들어 AI 설비투자(CAPEX) 관련 산업의 12개월 선행 EPS는 107% 증가했다. S&P500 전체 기업이익 증가분 가운데 47%가 이들 업종에서 나왔다. 반면 AI CAPEX와 무관한 산업의 이익 증가율은 16%였다.
김 연구원은 "최근의 금리 상승은 주식시장 주가수익비율(PER) 디레이팅에는 일정 부분 영향을 줬지만 EPS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속도가 빨라지는 점은 부담스럽지만, 단기간 내 금리가 기업이익을 타격할 개연성이나 취약성은 현재로서는 감지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높은 금리가 AI 투자를 곧바로 꺾기도 어렵다는 판단이다. 미국 기업의 매출액 대비 이자비용 지출은 1.2%로 역사상 최저 수준이다. AI 투자의 주체인 빅테크도 낮은 금리를 이용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 때문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최근 부채 확장의 주요 주체인 빅테크는 저금리 환경이기 때문에 AI Capex를 일으킨 것이 아니다"며 "이들은 생존 경쟁 중이며 성장률도 가파르기 때문에 고금리가 투자를 억제할 수 있는 구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의 연 5%대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KB증권은 10년물 금리가 급등했음에도 증시가 급격하게 무너지지 않은 핵심 이유를 향후 물가 전망에서 찾았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국채금리 급등에도 시장이 희망을 놓지 않는 핵심 이유는 인플레이션 전망에 있다고 본다"며 "이코노미스트들의 중장기 CPI 전망을 보면 대부분 4분기 이후 물가가 다시 둔화되고 내년 상반기에는 2%대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다시 둔화된다면 지금의 금리 급등도 오래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며 "만약 지금이 정점이라면 주식·채권을 크게 비우긴 어렵다"고 말했다.
금리가 방향을 돌릴 경우 하락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주식의 프로그램 매매처럼 정해진 규칙에 따라 매매하는 기관성 자금들의 미 국채 포지션이 현재는 대규모 매도에 기울어 있어서다. 국제 유가와 금리 방향이 바뀌면서 포지션 청산이 이뤄지면 급격한 가격 상승(금리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 증시의 진짜 위험 신호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 연 5.3%라는 숫자 자체보다 높은 금리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장기화하면서 기업이익까지 훼손하기 시작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통제되지 못하면서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다시 상회하고 인플레이션이 수요 견인 형태가 아니라 비용 인상 형태로 바뀐다면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긍정적 시나리오가 좌절될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도 "국채금리가 지금처럼 급등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전망까지 다시 상승한다면 시장은 더 이상 지금과 같은 희망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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