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업의 빚투, 닷컴버블과 닮아…조정 후 옥석 가려질 것"
간단 요약
- 슈미츠는 AI 시대에도 반도체보다 전력·에너지·인프라가 최대 수혜 업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일부 AI 관련 기업의 과도한 증설 투자와 부채로 인해 조정기가 오면 옥석 가리기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 지속되는 고금리 국면에서는 사모대출·인프라 자산으로 방어막을 구축하고 사모주식을 국가·섹터별로 분산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세컨더리 운용사 佛아디안 얀 필리프 슈미츠 총괄사장

"공급 부족에 따른 병목 현상은 반도체보다 에너지 분야가 훨씬 심각합니다."
프랑스 아디안의 얀 필리프 슈미츠 총괄사장은 최근 방한해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급으로 최대 수혜를 볼 업종으로 반도체가 아니라 전력·에너지·인프라를 지목하며 이같이 말했다. 1996년 설립된 아디안은 2000억달러(약 272조원)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세컨더리 운용사다. 연기금 사모펀드(PEF) 등 펀드 지분을 만기 전에 사서 되팔아 수익을 내는 세컨더리 분야 세계 1위다. 서울에서 열리는 투자자 행사 참석차 방한한 슈미츠 총괄사장은 반도체 업종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엔 유럽 비상장 가족기업을 적극 인수합병(M&A)하라고 조언했다.
▷반도체산업 전망은 밝은 것 아닌가요.
"역사적으로 반도체는 대규모 설비투자와 폭발적 성장 후 반드시 다운사이클(조정)이 찾아오는 경기순환적 특성을 보였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인공지능(AI) 시대 투자 성패는 에너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에너지 수급은 인류의 장기적 과제이기도 합니다. 아디안이 최근 수년간 이 분야 투자를 확대한 배경입니다."
▷전력·에너지 분야에 어떤 투자 했나요.
"2023년 북유럽 데이터센터 전문기업 베른을 인수한 뒤 4조4000억원을 투자해 아이슬란드에 데이터센터를 지었습니다. 아일랜드 발전회사 에너지아를 인수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에 전력도 공급합니다. 유럽 내 대체투자 운용사로는 최대 수준인 11기가와트(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도 확보했습니다. 미국 뉴욕시의 여름철 피크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준이죠."
▷장기적으로 AI산업 전망은 어떻나요.
"분명 AI는 전기와 인터넷 발명에 버금갈 정도로 산업과 경제의 모든 영역을 바꿀 겁니다. 다만 '모든 호황기 뒤엔 반드시 조정기가 온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저는 2000~2001년 닷컴 버블 당시 인터넷·테크기업이 줄도산한 사례가 AI 시장에서도 재연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합니다."
▷최근 AI 기업 가치가 너무 올랐습니다.
"일부 AI 관련 기업은 과도하게 증설 투자하거나 지나친 부채를 끌어다 쓰고 있어 시장에선 과열 우려도 나옵니다. 시장 조정기를 거치면서 기업마다 옥석이 가려질 것으로 봅니다."
▷한국도 유럽 회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유럽이 지금 한국 기업에 매력적인 이유는 장수기업의 승계 문제가 맞물린 데다 투자 수요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유럽은 미국에 이은 세계 두 번째 경제 블록입니다. 한국 기업은 유럽 내 비상장 중소·중견기업 인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정밀기계·산업자동화·첨단소재 기업이 유망합니다. 수백 년 역사를 지닌 가족 소유 형태의 비상장 기업이 많습니다. 한국의 제조 역량을 한 단계 도약시킬 겁니다. 네덜란드 ASML의 공급사인 독일 트럼프(TRUMPF) 같은 기업이나 '미텔슈탄트'로 불리는 독일 강소 기술기업 등을 추천합니다."
▷한국에 대한 투자 전략이 궁금합니다.
"아디안은 국내 대형 연기금과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 60여 곳으로부터 100억달러(약 13조5000억원)를 약정받아 운용하고 있습니다.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프리미어파트너스 등 PEF 운용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기업에 투자해왔죠. 앞으로는 직접 투자도 할 계획입니다."
▷어떤 업종을 염두에 두고 있나요.
"첨단 정밀 제조기업과 헬스케어기업, 식품 분야 밸류체인 기업을 유망하게 보고 있습니다. 모두 중소·중견기업이죠."
▷세컨더리 딜은 한국에선 생소합니다.
"세컨더리는 펀드에 묶인 기관투자가 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도록 돕고, PEF나 인프라 운용사 입장에서도 안정적으로 펀드가 굴러가도록 뒷받침니다. 아디안은 40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세컨더리 펀드(아디안 9호)를 조성해 투자를 완료하고 10호 펀드 조성을 준비 중입니다. 전 세계 세컨더리 거래액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3000억달러(약 404조원)를 돌파할 전망입니다. 대체투자 영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죠. 세계적으로 PEF의 M&A 매물이 소화가 안 되는 상황이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요."
▷치솟는 금리로 고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는 오래 지속될 겁니다. 일부 미세한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지만 과거처럼 초저금리 시대로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거예요. 고금리 국면엔 사모대출과 인프라 자산으로 안전한 방어막을 구축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주식 수익률은 언제나 채권을 앞섰습니다. 인내심을 갖고 사모주식 투자를 지속하되 투자 시점(빈티지)과 국가, 섹터별로 분산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얀 필리프 슈미츠는
△1976년 독일 출생 △아더앤더슨, 언스트&영 PE 거래자문 담당 △2005년 아디안 프랑크푸르트 세컨더리·프라이머리팀 합류 △2014년 글로벌 사업개발·투자자 관계 총괄 △맞춤형 투자·개인자산관리 솔루션 사업 총괄 △2023년 아디안 총괄부사장 △2026년 아디안 총괄사장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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