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상장 추진한 건 진짜인데"…5000만원 투자 사건의 반전 [최영총의 머니크라임]
간단 요약
- 이들은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 90일 내 상장, 원금 반환 보장을 내세워 코인 125만개를 5000만원에 판매했다고 밝혔다.
- 그러나 실제로는 상장 예비심사 통과 단계에 불과했고 본심사 서류 미제출, 게임 개발비 미지급, 상장심사 거절 등으로 약속이 이행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 재판부는 상장 보장 근거 부재에도 투자자를 모집한 점을 들어 사기죄 성립을 인정했고, 피해자는 약 3년 8개월 후에야 원금 반환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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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상장돼 떼돈 번다"…코인 투자자 울린 약속의 실체
"90일 내 주요 거래소 상장" 약속
코인 125만개 팔아 5000만원 챙겨
개발비 4억 밀리고 상장 심사도 탈락
원금 반환까지 3년 8개월 걸려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 90일 내 상장될 것이라며 투자자를 속여 가상자산 5000만원어치를 판매한 업체 관계자 2명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기한 내 상장되지 않으면 원금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당시 코인 상장에 필요한 개발비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실제 상장을 추진하고 있었더라도 기한 내 상장을 보장할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투자자를 모집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서울동부지법 형사단독 권민정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와 40대 B씨에게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은 이후 항소했다.

이들은 2022년 10월 게임을 하면서 보상으로 가상자산을 지급하는 '플레이 투 언(P2E)' 방식의 코인 사업을 추진하면서 투자자에게 상장과 원금 반환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5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코인 발행업체의 주주이자 국내 거래소 상장 업무 담당자였으며 B씨는 해당 업체의 사내이사로 재무·회계 업무를 맡고 있었다.
B씨는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피해자에게 자신들의 회사가 발행하는 코인이 조만간 국내 주요 거래소에 상장될 예정이며 상장 이후 가격이 급등하면 큰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소 기업이나 거액 투자자만 상대하지만 지인의 소개인 만큼 소액 투자 기회를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이들은 2022년 10월 7일 피해자와 코인 125만개를 개당 40원에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에는 구매대금 지급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등 국내 주요 거래소에 상장시키고, 기한 내 상장되지 않으면 같은 가격에 코인을 재매입한다는 조건이 명시됐다. 피해자는 이를 믿고 같은 달 7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총 5000만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당시 코인 상장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해당 코인은 계약 체결 이틀 전인 2022년 10월 5일 코인원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을 뿐, 사업성과 재정건전성을 평가하는 본심사에 필요한 서류조차 제출하지 못했다. 결국 같은 해 12월 코인원으로부터 상장심사 거절 통보를 받았다. 빗썸에도 계약 체결 이후인 11월에야 상장을 신청했지만 같은 달 내부 사정을 이유로 신청을 철회했다.
코인의 가치를 받쳐줄 게임 개발도 차질을 빚고 있었다. 업체는 게임 개발사에 개발대금 10억원을 지급하기로 계약했지만 6억원만 지급했다. 개발사는 투자자와의 계약 체결 이전인 2022년 8월부터 미지급 대금에 대한 독촉과 계약 해지를 예고한 상태였다. 결국 개발사는 같은 해 11~12월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재판부는 B씨가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객관적인 근거 없이 상장 기한을 90일로 정한 점에 주목했다. 특히 국내 거래소 상장 추진이 무산된 이후인 2023년 1월에도 피해자에게 주요 거래소 중 한 곳에서 상장이 진행 중이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지적했다.
A씨는 피해자와 직접 투자 상담을 하지 않았고 계약서 내용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국내 거래소 상장 업무를 직접 담당했고 게임 개발사와의 대금 분쟁도 알고 있었던 만큼 상장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이 사건 코인이 90일 이내에 국내 거래소에 상장되지 아니할 가능성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이를 용인하면서도 상장이 이루어진다고 피해자를 기망했다"고 밝혔다. 실제 코인 상장을 추진한 사실이나 이후 코인을 추가 매수한 것만으로 사기 범행의 고의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피해자는 계약 이후 약 3년 8개월이 지난 올 6월에야 투자 원금을 돌려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원금 반환에 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을 알았다면 애초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원금을 초과하는 총 6000만원이 지급돼 피해가 회복됐고, B씨가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참작했다. B씨는 초범이고 A씨에게는 동종 범죄 전력이 없는 점도 고려했다. A씨는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지만 범행을 주도한 정도가 B씨보다 크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해 두 사람 모두에게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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