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홀 수제자 "韓, 내년 불황에 대비해야"
간단 요약
- 레이미 교수는 한국이 호황 뒤 찾아올 수 있는 불황에 대비해 장기 지출을 지나치게 늘려선 안 된다고 밝혔다.
- 한국의 국가부채 비율이 미국 수준으로 높아지는 길을 따라가선 안 된다며 821조원 슈퍼 예산안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 고유가 등에 따른 한시적 바우처·보조금은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다며 홀 교수의 항상소득가설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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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러리 레이미 UC샌디에이고 석좌교수
44년 전 홀 교수 조교로 첫 인연
美 NBRE 경기순환위원장 재임
"한시 보조금, 경기부양효과 적어"

"첫 학기에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절반밖에 이해 못했죠."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홀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를 44년 전 강의실에서 처음 마주했던 밸러리 레이미 UC샌디에이고 석좌교수(66)는 12일(현지시간) 이 같이 회상했다. 홀 교수의 노벨경제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모교인 스탠퍼드대 캠퍼스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두 학기를 더 공부한 뒤에야 비로소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레이미 교수는 1981년 애리조나대 경제학부를 수석 졸업하고 이듬해 입학한 스탠퍼드대 대학원에서 홀 교수와 첫 인연을 맺었다. 4년 간 연구실 조교로 일했고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받기도 했다. 2024년엔 홀 교수의 뒤를 이어 경기 과열·침체 여부를 판단하는 미국경제연구소(NBRE) 경기순환판정위원장을 맡는 등 스스로도 거시경제학 분야 석학의 반열에 올랐다.
레이미 교수는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2020년 연세대에서 조락교경제학상을 수상했으며 지난 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컨퍼런스에서 서울시 '디딤돌소득'을 '음의 소득세'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레이미 교수는 다만 "고용률과 인구가 감소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디딤돌소득의) 정책 효과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821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안'을 편성한 한국 정부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호황 뒤에는 불황이 와서 세수가 말라버릴 수 있기 때문에 장기 지출을 지나치게 늘려서는 안 된다는 것. 그는 "캘리포니아주에선 자본이득을 일반 소득과 마찬가지로 과세해 세수가 크게 출렁이는데, 불황이 오면 학교 교사를 해고해야 할 만큼 재정이 열악하다"며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122%에 달하는 미국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고유가 등에 따른 한시적 바우처·보조금 정책에 대해서도 "일시적 지원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는 크지 않다"며 "이는 홀 교수의 항상소득가설 검증 결과와도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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