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한 주도 안 팔았는데"…30조 쥔 서학개미 '날벼락'
간단 요약
- 해외 기업 합병 시 국내 세법상 해외주식 교환이 양도로 간주돼 양도소득세 22%가 부과된다고 밝혔다.
- 테슬라 투자잔액 231억달러 전량이 스페이스X 합병 구조에 따라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 장기 보유자일수록 세금 부담이 커지고 주가 하락 시에도 확정된 세금을 내야 해 제도 개선 청원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테슬라 30조 쥔 서학개미, 스페이스X 합병 땐 양도세"
세금에 떠는 서학개미
안 팔아도 국내선 '매도'로 간주
작년 로켓랩도 차익 22% 과세
장기 투자자 세금 최대 9배 더 내
'해외주식도 합병땐 과세이연' 청원
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전문 유료 플랫폼 **'한경 프리미엄9'**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경 프리미엄9(www.hankyung.com/premium9)을 구독하시면 더 많은 주식 투자 기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달 16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X(옛 트위터)에 두 기업 합병에 관한 글을 올리자 월가는 곧바로 합병의 득실 계산에 들어갔다.
하지만 서학개미는 다른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은 해외 기업이 합병으로 기존 주식을 새 회사 주식과 교환하는 순간 이를 양도로 보고 차익에 양도소득세 22%를 매기기 때문이다. 지난해 로켓랩 주주가 겪은 일이 테슬라에서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주도 안 팔았는데 세금"
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올라온 '해외주식 조직재편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이연 제도 도입' 청원은 이날 동의 2만5000명을 넘겼다. 오는 21일까지 5만 명을 채우면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가 심사한다.
투자자가 우려하는 것은 지난해 로켓랩 사례가 재연되는 일이다. 지난해 5월 로켓랩이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면서 기존 주식 1주가 새 주식 1주로 자동 교환됐다. 미국에서는 세금이 없었지만 국내에선 달랐다. 일부 국내 증권사는 전환일 종가에 기존 주식을 팔고 새 주식을 산 것으로 처리했다. 과세당국의 해석도 '양도'였다. 로켓랩 주주는 올해 5월 세금을 냈다.
세제당국의 근거는 소득세법이다. 소득세법은 매도뿐 아니라 교환도 양도로 규정한다. 현금이 한 푼 들어오지 않아도 옛 주식을 팔고 새 주식을 산 것으로 간주해 차익에 22%의 세금을 매긴다. 국내 법인끼리 합병하거나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는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받은 주식을 팔 때까지 과세가 미뤄지지만 외국 법인은 이 특례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 보유할수록 더 낸다
테슬라는 로켓랩과 비교가 안 되는 규모라는 점에서 투자자의 관심이 더 크다. 이날 한국예탁결제원 집계를 보면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테슬라 투자잔액은 231억1000만달러다. 미국 주식 가운데 1위로, 2위 엔비디아와 3위 알파벳(클래스A)을 합친 규모에 육박한다.
월가가 유력하게 보는 합병 구조대로라면 이 231억달러어치 전량이 과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월가는 덩치가 큰 스페이스X가 테슬라를 인수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본다. 스페이스X 시가총액은 약 2조달러로 테슬라보다 5000억달러가량 크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테슬라 주주는 테슬라 주식을 내주고 스페이스X 주식을 받는다. 한국 세법은 이 순간을 테슬라 주식을 판 것으로 본다. 얼마를 받느냐는 교환 비율과 프리미엄에 달렸다. 바클레이스는 테슬라 1주당 스페이스X 약 3.1주, 프리미엄 약 20%를 가정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30%, RBC와 JP모간은 20~35%를 예상한다.
가장 보수적인 바클레이스 추정을 적용해 계산하면 이렇다. 2023년 1월 초 주당 108달러에 테슬라 1000만원어치를 산 투자자가 있다. 테슬라가 합병 검토를 공식화한 지난달 20일 종가 373.71달러 기준 평가액은 3000만원이 넘는다. 이를 3000만원으로 잡고 합병 때 프리미엄 20%를 얹으면 3600만원어치 스페이스X 주식을 받는다.
세법은 이를 3600만원에 판 것으로 본다. 차익은 2600만원이다. 여기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2350만원에 22%를 매기면 세금은 517만원이다. 현금은 한 푼도 받지 않았지만 세금은 합병 이듬해 5월까지 현금으로 내야 한다.
문제는 오래 보유한 투자자일수록 세금이 커진다는 점이다. 일찍 살수록 매수 단가가 낮아 차익이 크기 때문이다. 원금 1000만원을 똑같이 놓으면 2023년 1월 매수자의 세금은 517만원, 2024년 4월 저점인 142달러 매수자는 약 410만원, 올 7월 저점인 298달러 매수자는 약 55만원이다. 3년 보유자가 올여름 매수자보다 9배 넘게 낸다. 팔 생각이 없던 투자자가 세금을 내려고 주식을 팔아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불리한 점은 또 있다. 세금은 교환 시점에 확정돼 이후 주가가 떨어지면 손에 쥐지도 못한 이익에 세금을 낸 꼴이 된다. 3600만원어치 스페이스X 주식이 반토막 나 1800만원이 돼도 세금은 517만원 그대로다. 해외주식 손실은 다음 해로 넘길 수 없어 돌려받을 길도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합병 구조가 확정돼야 알 수 있지만 지금 법대로라면 로켓랩과 다르게 볼 근거가 마땅치 않다"며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투자자가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한경닷컴 뉴스룸
hankyung@bloomingbit.io한국경제 뉴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