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요약
- 정부가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에 대한 과세를 2년 유예해 2029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연간 250만원 공제 후 20% 세율로 분리 과세하는 기존 방안을 유지하되, 국내외 거래소 간 과세 형평성과 CARF 시행 시점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 정부는 가상자산 손실 이월공제를 3년간 허용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美와 정보교환 등 이유라지만
청년 여론 의식해 또다시 유턴
투자 손실은 3년간 이월 허용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에 대한 과세를 2년 더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과세 유예를 정부에 공식 요청한 지 하루 만이다. 정부는 미국과의 가상자산 정보 교환이 2029년부터 이뤄지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가상자산에 적극 투자하는 청년층의 지지율 하락을 염두에 뒀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상자산 소득 과세 관련 브리핑을 열고 과세를 2년 유예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국회에는 과세 2년 유예 법안이 발의돼 있다. 가상자산 소득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처음 제정됐고 2022년부터 시행하기로 했으나 2023년, 2025년, 2027년으로 세 차례 유예됐다. 이번에도 최종 유예되면 네 번째다.
정부는 당초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과세할 계획이었다. 연간 250만원을 공제한 뒤 20% 소득세율로 분리 과세하는 방식이다. 이 부총리는 후보자 신분이던 지난 9월 인사청문회를 위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구체적인 과세 기준은 연내 국세청 고시로 공표할 예정이며 납세자 신고에 어려움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과세를 재차 유예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와 미국 등 해외 거래소를 거친 투자자 간 과세 형평성 때문이다. 내년부터 국제 협정에 따라 가상자산 정보를 국가 간 자동으로 교환하는 제도(CARF)가 시행되는데 미국은 2029년부터 참여한다. 당장 내년부터 2년간은 미국 거래소를 이용한 투자자의 과세 정보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국내 거래소 이용자만 세금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 방식이 다양해진 것도 유예 이유로 꼽았다. 양도·대여 중심의 과세 체계로는 스테이킹 보상, 탈중앙화금융(DeFi)을 통한 수익 등 새로운 거래 구조를 반영하기 힘들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2년의 추가 준비 기간에 '손실 이월공제'를 3년간 허용하는 방안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는 같은 해 발생한 이익과 손실은 합산하지만, 손실을 다음 해로 넘길 수는 없다. 가상자산 투자로 첫해 1억원을 잃고 다음 해 5000만원을 벌었다면 2년간 5000만원의 손실을 봤어도 두 번째 해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하는 구조다. 정부는 미국 영국 등이 손실 이월공제를 인정하고 있는 점, 가상자산의 높은 가격 변동성을 고려할 때 일정 기간 손익을 통산해 과세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지적 등을 감안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유예의 진짜 이유가 여론 반발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부총리는 "한 번 더 과세를 유예해 무겁게 생각한다"며 "'소득 있는 곳에 과세'라는 조세의 기본 원칙을 견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일규/남정민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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