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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사업 접겠다는데…왜 다른 계좌까지 입금 정지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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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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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하던 암호화폐 거래소를 닫기로 한 정보기술(IT) 기업의 한 모 대표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개정된 특정금융정보이용법(특금법) 시행일 전 암호화폐 관련 계좌를 정리하기 위해 주거래 은행을 찾았는데 거래소 사업와 무관한 용도로 쓰이는 일반 법인계좌까지 입금정지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특금법 시행으로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암호화폐가 제도권으로 편입됐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사업이 어려워졌다. 한 대표의 회사도 이같은 흐름에 맞춰 거래소 사업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이 업체는 지난달 24일 가상자산과 관련된 계좌를 닫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 하지만 은행 측은 “내일부터 모든 법인 명의의 계좌가 입금정지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업체 명의로 된 여러 개의 법인 계좌를 갖고 있었는데, 암호화폐와 관련없는 계좌까지 지난달 25일부터 정지가 된 것이다.

업체 측은 “암호화폐와 관련없는 계좌에 대한 입금정지 조치를 해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은행 측은 “암호화폐와 관련 없는 계좌가 맞는지 본사에서 판단하겠다”고 맞섰다. 결국 이 업체는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에 나섰다. 공문과 내용증명 등 각종 증빙서류를 은행 본사에 보내 ‘암호화폐와 관련 없는 계좌’라는 사실을 소명하고 은행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한 대표는 “은행 직원은 지난달 17일 팩스로 계좌정지를 예고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하지만 수신된 기록이 없고 별도의 연락도 없었다”며 “거래소 운영과 무관한 용도로 사용한 계좌까지 은행이 묶어 직원 급여를 주거나 타사로부터의 차입금을 수령할 때 차질을 빚고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충분한 소명 후에도 은행에서 계좌를 풀어주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다른 계좌에도 암호화폐 관련 자금이 섞여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계좌로 거래를 계속 하고 싶다면 서류상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가 당국의 요주 감시 대상이 되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감독기관의 눈치를 보면서 애꿎은 고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석진 사기방지회 부회장은 “시중은행들은 제도권에서 밀려난 대다수의 거래소들과 최대한 엮이고 싶지 않은 눈치”라며 “그럼에도 암호화폐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일반 사업자의 계좌를 우선적으로 묶은 건 은행의 과잉조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금법 개정안 시행 이후 암호화폐 사업 신고를 못한 거래소는 암호화폐를 취급할 수 없고, 신고 없이 영업하면 5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진다. 은행은 지난달 24일부로 미신고 암호화폐 사업자의 집금 계좌에 대해 입금 정지 조치를 취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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