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밍비트 뉴스룸
[비트코인 A to Z]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다섯째 게임은 확률이 성패를 가른다. 공중에 매달린 다리에서 2분의 1의 확률로 20개의 올바른 선택을 연속해 하지 못하면 떨어져 죽는다. 혼자서는 성공할 수 없지만 앞서가는 참가자의 희생을 딛고 뒷 번호, 몇 사람은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다리 한 가운데서 뒤돌아 보면 성공은 하나의 경우로만 이뤄져 있다. 과거는 자신이 올바르게 예측했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사후 확신 편향(hindsight bias)이라고 한다. 투자에서 사후 확신 편향은 치명적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투자 종목이 크게 오르고 나면 자신의 통찰력이 부족해 큰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기보다 당시 올바른 선택을 가로막았던 외적인 요인을 탓한다. 자신의 판단력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기 때문에 비슷해 보이는 기회가 눈앞에 나타나면 과거까지 만회하려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곤 한다.
사후 확신 편향이 이끈 블록체인 투자
블록체인 투자도 마찬가지다. 상승장이 오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경험적으로 검증된 종목보다 더 빠르고 더 높게 튀어올라 신규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상품들이 즐비하다. 바로 사후 확신 편향이 작동해 집단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비트코인이 추락할 때 이를 거슬러 상승하는 코인은 아직 없다. 이는 이더리움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하락장에서는 비트코인에 가려져 있던 수많은 코인들이 상승장에서는 성장 잠재력을 앞다퉈 과시한다. 만약 비트코인을 추월하는 성장 잠재력이라는 주장이 진실이고 그 진실이 투자자들을 충분히 설득했던 것이 성장의 동력이라면 비트코인이 하락할 때도 어느 정도는 통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이 산업의 속성을 파악하지 못한 채 본능에 따라 투자하고 있다고 전제하면 이 현상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 크게 상승해 분위기가 바뀌면 주저하던 투자자들이 시장을 낙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은 비트코인이 충분히 상승했다고 판단한다. 수익률이 더 큰 대안을 찾을 때 과거 비트코인을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가 판단 착오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어떤 이유에서건 스스로 선택한 코인이 비트코인의 길을 따라 갈 것으로 확신하고 나면 이 선택을 방해하는 정보는 차단한다. 이는 확증 편향이다. 몇 년 전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비트코인은 스캠에 불과하다’는 판단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모으게 했던 자신의 확증 편향 때문이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한다. 시장 전체적으로는 비트코인 수익률을 초라하게 만드는 신규 코인의등장으로 발현된다.
문제는 성장 잠재력이 대단해 급성장하는 코인이 매번 바뀐다는 사실이다. 상승장이 시작되면 비슷한 성정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충분히 오르지 않아 보이는 새로운 종목을 찾는다. 그리고 사후 확신 편향과 확증 편향이 연쇄적으로 작동하면서 새로운 스타를 창출해 내는 데는 일단 성공한다. ‘남들이 뽑을 미인을 미리 뽑기만 하면’ 짧은 시간 내에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비트코인과 같은 검증된 종목을 놓쳤던 안목을 지닌 이들이 갑자기 100만 달러짜리 선구안을 탑재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단기간에 크게 성공한 블록체인 커뮤니티는 언제나 맹렬한 확신에 차 있다. 이는 합리적이기도 하다. 신규 투자자들을 유인하려면 자신들은 이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검증됐다고 호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규 투자자는 바로 그 주장을 믿을수록 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미 성공했다는 이유로 비트코인처럼 매력이 떨어진다. 그들은 단숨에 100배가 오를 진흙 속의 진주를 찾을 수 있다며 자신의 안목을 믿는 이들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단기간에 성공한 코인은 지속적으로 성공을 유지하지는 못한다. 이미 검증된 낡은 코인과 잠재력이 발견되지 않은 신규 코인 사이라는 어정쩡한 위치에 놓인다.
신규 투자자들의 본능이 매번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가장 강력한 사실을 이해하면서 이더리움의 지위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블록체인 버전업’ 경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 3.0이라며 투자자들을 그러모은 대표적인 블록체인이 카르다노와 솔라나다. 최근 이들의 성장세는 경이로울 정도다. 이더리움이 비싼 수수료에 발목이 잡혀 있는 틈을 찾아 더 빠르고 더 저렴하고 더 안정적이라는 속성을 부각해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카르다노와 솔라나가 다음 번 하락장을 버티고 지금의 지위를 유지할지를 예측하기에 앞서 과연 속도와 수수료로 경쟁하는 게임의 법칙이 적절한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2014년 한국 킨텍스에서 열린 ‘비트코인 콘퍼런스’에 연사로 참여한 적이 있는데 당시 비탈릭 부테린도 이 콘퍼런스에 참여하기 위해 처음으로 내한했다.
그는 스마트 콘트랙트 플랫폼으로 널리 사용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올라가는 코인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더리움이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그는 네이티브 코인의 가격과 수수료의 역설을 내다보고 있었던 셈이다. 애초에 이더가 무한 생산되도록 설계한 것도 가격이 오르면 곤란하다는 생각을 투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더리움은 7년 만에 희소성을 부여하는 쪽으로 근간을 바꿨다. 이는 스마트 콘트랙트 플랫폼, 블록체인이 직면하게 되는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플랫폼 블록체인이 기술적으로 저렴한 수수료를 달성하면 두 가지 어려움에 직면한다. 첫째, 서비스 거부 공격의 비용도 낮춘다. 애초에 트랜잭션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이유도 논리 폭탄 같은 악성 프로그램으로 시스템의 자원을 잠식하려는 시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수수료가 낮으면 공격자가 지불할 비용도 낮아진다. 실제로 최고의 속도와 가장 저렴한 트랜잭션당 수수료를 자랑하던 솔라나가 9월 디도스 공격을 받았고 17시간 동안 메인 노드들이 불능됐다.
둘째, 수수료로 쓰이는 네이티브 코인의 사용 가치가 낮아진다. 현재의 시장은 장밋빛 미래에 대한 베팅이므로 이 문제가 가격에 반영돼 있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 블록체인이 여러 산업에 사용된다면 이는 실제적인 문제가 된다. 전기를 응축해 생산하는 PoW코인과 달리 PoS코인들은 생산비용이 아니라 사용 가치를 가격의 본질이라고 내세운다. 따라서 수수료가 낮아지면 네이티브 코인의 사용 가치도 낮아진다.
트랜잭션 수수료 저하를 향한 무한 경쟁이 PoS 블록체인을 위태롭게 할 수 있을까. 사고 실험을 해 보면 이 질문의 답은 일단 ‘그렇다’로 나온다. 스마트 콘트랙트에는 수많은 자산들이 올라온다. 그렇지 않다면 플랫폼으로서의 의미가 없다. 저렴한 수수료 때문에 네이티브 코인의 총가치가 플랫폼에 올라온 자산들의 총가치보다 낮아질 수 있다. PoS에서 네이티브 코인 보유자들은 시스템이 해킹되면 네이티브 코인의 가치가 폭락할 것을 예상하기 때문에 권한이 있을 때도 시스템을 해킹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산들의 가치가 더 높을 경우 어떤 자산과 관련한 막대한 계약을 되돌리는 데 협조하면 네이티브 코인의 폭락으로 인해 자신이 입을 손실보다 더 많은 것을 뇌물로 얻을 수 있게 된다. 즉 시스템을 왜곡해 얻는 이익이 그 손실보다 클 경우인데, 이는 자산의 총가치가 네이티브 코인보다 더 높으면 ‘코즈의 정리’에 따라 산술적으로 도출될 수 있는 결과다.
게임의 법칙, 겸손과 냉정 그리고 인내
하나의 블록체인 플랫폼은 ‘자기 실현적 예언’이 알려주는 경로를 회전하며 성장한다. 성공할 것 같다는 희망 때문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그 투자자들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고 그렇게 늘어난 자원을 투입해 시스템을 강화하고 가치를 고양한다. 그런 시스템을 믿고 여러 자산들이 올라와 실제로 플랫폼의 총가치가 증진된다. 하지만 저렴한 수수료 경쟁이 어떤 균형점을 이탈하면 이 선순환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할 수도 있다. 우리는 아직 플랫폼 블록체인의 종결자를 찾는 게임의 법칙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말이기도 하다.
신규 투자자들은 사후 확신 편향과 확증 편향을 버려야 하고 자기 실현적 예언을 성취하려는 내부자들의 목소리는 한 걸음 떨어져 볼륨을 낮춰 들어야 한다. 즉 자신의 지적 역량에 대해서는 겸손함을, 이미 성공한 투자자들의 외침에 대해서는 냉정함을, 옥석을 가리는 최종 심판자인 시간에 대해서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겸손과 냉정 그리고 인내라는 미덕에 붙어 있어야만 한순간의 선택으로 나락에 떨어져 버리는 ‘오징어 게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오태민 '비트코인은 강했다', '비트코인 지혜의 족보' 저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다섯째 게임은 확률이 성패를 가른다. 공중에 매달린 다리에서 2분의 1의 확률로 20개의 올바른 선택을 연속해 하지 못하면 떨어져 죽는다. 혼자서는 성공할 수 없지만 앞서가는 참가자의 희생을 딛고 뒷 번호, 몇 사람은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다리 한 가운데서 뒤돌아 보면 성공은 하나의 경우로만 이뤄져 있다. 과거는 자신이 올바르게 예측했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사후 확신 편향(hindsight bias)이라고 한다. 투자에서 사후 확신 편향은 치명적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투자 종목이 크게 오르고 나면 자신의 통찰력이 부족해 큰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기보다 당시 올바른 선택을 가로막았던 외적인 요인을 탓한다. 자신의 판단력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기 때문에 비슷해 보이는 기회가 눈앞에 나타나면 과거까지 만회하려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곤 한다.
사후 확신 편향이 이끈 블록체인 투자
블록체인 투자도 마찬가지다. 상승장이 오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경험적으로 검증된 종목보다 더 빠르고 더 높게 튀어올라 신규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상품들이 즐비하다. 바로 사후 확신 편향이 작동해 집단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비트코인이 추락할 때 이를 거슬러 상승하는 코인은 아직 없다. 이는 이더리움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하락장에서는 비트코인에 가려져 있던 수많은 코인들이 상승장에서는 성장 잠재력을 앞다퉈 과시한다. 만약 비트코인을 추월하는 성장 잠재력이라는 주장이 진실이고 그 진실이 투자자들을 충분히 설득했던 것이 성장의 동력이라면 비트코인이 하락할 때도 어느 정도는 통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이 산업의 속성을 파악하지 못한 채 본능에 따라 투자하고 있다고 전제하면 이 현상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 크게 상승해 분위기가 바뀌면 주저하던 투자자들이 시장을 낙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은 비트코인이 충분히 상승했다고 판단한다. 수익률이 더 큰 대안을 찾을 때 과거 비트코인을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가 판단 착오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어떤 이유에서건 스스로 선택한 코인이 비트코인의 길을 따라 갈 것으로 확신하고 나면 이 선택을 방해하는 정보는 차단한다. 이는 확증 편향이다. 몇 년 전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비트코인은 스캠에 불과하다’는 판단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모으게 했던 자신의 확증 편향 때문이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한다. 시장 전체적으로는 비트코인 수익률을 초라하게 만드는 신규 코인의등장으로 발현된다.
문제는 성장 잠재력이 대단해 급성장하는 코인이 매번 바뀐다는 사실이다. 상승장이 시작되면 비슷한 성정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충분히 오르지 않아 보이는 새로운 종목을 찾는다. 그리고 사후 확신 편향과 확증 편향이 연쇄적으로 작동하면서 새로운 스타를 창출해 내는 데는 일단 성공한다. ‘남들이 뽑을 미인을 미리 뽑기만 하면’ 짧은 시간 내에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비트코인과 같은 검증된 종목을 놓쳤던 안목을 지닌 이들이 갑자기 100만 달러짜리 선구안을 탑재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단기간에 크게 성공한 블록체인 커뮤니티는 언제나 맹렬한 확신에 차 있다. 이는 합리적이기도 하다. 신규 투자자들을 유인하려면 자신들은 이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검증됐다고 호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규 투자자는 바로 그 주장을 믿을수록 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미 성공했다는 이유로 비트코인처럼 매력이 떨어진다. 그들은 단숨에 100배가 오를 진흙 속의 진주를 찾을 수 있다며 자신의 안목을 믿는 이들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단기간에 성공한 코인은 지속적으로 성공을 유지하지는 못한다. 이미 검증된 낡은 코인과 잠재력이 발견되지 않은 신규 코인 사이라는 어정쩡한 위치에 놓인다.
신규 투자자들의 본능이 매번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가장 강력한 사실을 이해하면서 이더리움의 지위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블록체인 버전업’ 경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 3.0이라며 투자자들을 그러모은 대표적인 블록체인이 카르다노와 솔라나다. 최근 이들의 성장세는 경이로울 정도다. 이더리움이 비싼 수수료에 발목이 잡혀 있는 틈을 찾아 더 빠르고 더 저렴하고 더 안정적이라는 속성을 부각해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카르다노와 솔라나가 다음 번 하락장을 버티고 지금의 지위를 유지할지를 예측하기에 앞서 과연 속도와 수수료로 경쟁하는 게임의 법칙이 적절한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2014년 한국 킨텍스에서 열린 ‘비트코인 콘퍼런스’에 연사로 참여한 적이 있는데 당시 비탈릭 부테린도 이 콘퍼런스에 참여하기 위해 처음으로 내한했다.
그는 스마트 콘트랙트 플랫폼으로 널리 사용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올라가는 코인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더리움이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그는 네이티브 코인의 가격과 수수료의 역설을 내다보고 있었던 셈이다. 애초에 이더가 무한 생산되도록 설계한 것도 가격이 오르면 곤란하다는 생각을 투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더리움은 7년 만에 희소성을 부여하는 쪽으로 근간을 바꿨다. 이는 스마트 콘트랙트 플랫폼, 블록체인이 직면하게 되는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플랫폼 블록체인이 기술적으로 저렴한 수수료를 달성하면 두 가지 어려움에 직면한다. 첫째, 서비스 거부 공격의 비용도 낮춘다. 애초에 트랜잭션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이유도 논리 폭탄 같은 악성 프로그램으로 시스템의 자원을 잠식하려는 시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수수료가 낮으면 공격자가 지불할 비용도 낮아진다. 실제로 최고의 속도와 가장 저렴한 트랜잭션당 수수료를 자랑하던 솔라나가 9월 디도스 공격을 받았고 17시간 동안 메인 노드들이 불능됐다.
둘째, 수수료로 쓰이는 네이티브 코인의 사용 가치가 낮아진다. 현재의 시장은 장밋빛 미래에 대한 베팅이므로 이 문제가 가격에 반영돼 있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 블록체인이 여러 산업에 사용된다면 이는 실제적인 문제가 된다. 전기를 응축해 생산하는 PoW코인과 달리 PoS코인들은 생산비용이 아니라 사용 가치를 가격의 본질이라고 내세운다. 따라서 수수료가 낮아지면 네이티브 코인의 사용 가치도 낮아진다.
트랜잭션 수수료 저하를 향한 무한 경쟁이 PoS 블록체인을 위태롭게 할 수 있을까. 사고 실험을 해 보면 이 질문의 답은 일단 ‘그렇다’로 나온다. 스마트 콘트랙트에는 수많은 자산들이 올라온다. 그렇지 않다면 플랫폼으로서의 의미가 없다. 저렴한 수수료 때문에 네이티브 코인의 총가치가 플랫폼에 올라온 자산들의 총가치보다 낮아질 수 있다. PoS에서 네이티브 코인 보유자들은 시스템이 해킹되면 네이티브 코인의 가치가 폭락할 것을 예상하기 때문에 권한이 있을 때도 시스템을 해킹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산들의 가치가 더 높을 경우 어떤 자산과 관련한 막대한 계약을 되돌리는 데 협조하면 네이티브 코인의 폭락으로 인해 자신이 입을 손실보다 더 많은 것을 뇌물로 얻을 수 있게 된다. 즉 시스템을 왜곡해 얻는 이익이 그 손실보다 클 경우인데, 이는 자산의 총가치가 네이티브 코인보다 더 높으면 ‘코즈의 정리’에 따라 산술적으로 도출될 수 있는 결과다.
게임의 법칙, 겸손과 냉정 그리고 인내
하나의 블록체인 플랫폼은 ‘자기 실현적 예언’이 알려주는 경로를 회전하며 성장한다. 성공할 것 같다는 희망 때문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그 투자자들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고 그렇게 늘어난 자원을 투입해 시스템을 강화하고 가치를 고양한다. 그런 시스템을 믿고 여러 자산들이 올라와 실제로 플랫폼의 총가치가 증진된다. 하지만 저렴한 수수료 경쟁이 어떤 균형점을 이탈하면 이 선순환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할 수도 있다. 우리는 아직 플랫폼 블록체인의 종결자를 찾는 게임의 법칙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말이기도 하다.
신규 투자자들은 사후 확신 편향과 확증 편향을 버려야 하고 자기 실현적 예언을 성취하려는 내부자들의 목소리는 한 걸음 떨어져 볼륨을 낮춰 들어야 한다. 즉 자신의 지적 역량에 대해서는 겸손함을, 이미 성공한 투자자들의 외침에 대해서는 냉정함을, 옥석을 가리는 최종 심판자인 시간에 대해서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겸손과 냉정 그리고 인내라는 미덕에 붙어 있어야만 한순간의 선택으로 나락에 떨어져 버리는 ‘오징어 게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오태민 '비트코인은 강했다', '비트코인 지혜의 족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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