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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금지하면 더 오른다…비트코인 규제의 역설 [한경 코알라]

기사출처
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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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훈종의 알쓸₿잡 <6>
중국에서 금지된 비트코인의 역설

○넷플릭스 금지된 중국에서 '오징어 게임'이 인기?
요즘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무섭다. 9월 23일 처음 1위에 오른 이후 18일 연속 넷플릭스 전 세계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탄탄한 줄거리와 배우들의 명품 연기도 훌륭하지만,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사용된 1980~1990년대 한국 어린이들이 즐겨하던 놀이가 외국인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도 한 몫 단단히 했다. 영미권 국가들에선 벌써 이번 할로윈데이 최고 인기 코스튬은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이 입었던 녹색 트레이닝복과 일꾼들이 입었던 빨간 작업복 및 도형 가면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인들의 반응이다. 참고로 중국은 2016년 한반도 사드 배치 이후 공식적으로 한한령을 발표하여 자국 내 영화관, 방송국 및 동영상 플랫폼에 한류 콘텐츠 방영을 금지한 국가다. 그런데도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에서 오징어 게임 해시태그 누적 조회 수는 16억 건을 넘어섰으며 지금도 오징어 게임의 유명 장면에 중국인 배우 얼굴을 합성한 사진, 달고나를 직접 만들어 먹어봤다는 것을 인증하는 영상까지 다양한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에서는 이미 달고나는 물론 트레이닝복과 가면이 인기리에 판매되는 중이다.

넷플릭스와 한류 드라마가 모두 금지되어있는 중국에서 어떻게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많은 중국인이 VPN(가상사설망)으로 우회 접속하거나 불법 다운로드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중국에서 한국 콘텐츠를 불법으로 내려받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중국에서 가장 큰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에서 '오징어 게임'을 검색하면 수십 개의 불법 내려받기 웹사이트가 나온다.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에서는 오징어 게임 불법 DVD를 판다는 광고가 버젓이 노출되고 있다.

○중국이 처한 상황
중국에서 넷플릭스와 오징어 게임 등 해외 콘텐츠 방영이 금지된 배경엔 시진핑 주석이 밀고 있는 '공동부유(다 함께 잘살기)' 공약이 있다. 중국은 지금 수십 년째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총력을 다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019년 중국 월 소득 수준별 인구 구성에 따르면, 중국 인구의 70%는 평균 월 소득이 100만 원 이하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전체 인구가 14억 명에 달하니 거의 10억 명의 인구가 한 달에 100만 원도 벌지 못한다는 뜻인데, 서울보다 비싸다는 중국 대도시 부동산 가격과 월세를 고려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가난하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그동안 펼친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대신 인터넷 플랫폼, 사교육, 부동산 등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했는데,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관리 대상 중 하나이다. 특히 중국의 신흥 귀족이라 불리는 고소득 연예인들에 대한 규제는 그 정도가 굉장히 심하다. 지난 9월, 중국 국가방송총국(NRTA)은 메이크업을 많이 한 남자 연예인들을 콕 집어 비난하며 방송사들에 앞으로 이들이 더욱 남성적인 이미지를 갖도록 독려하고 배우 선정 시 정치적, 도덕적 소양을 포함하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또한 스타들에게 지급되는 고액 출연료를 제한하고 탈세를 단속하라고 명령했는데, 이에 따른 조치로 중국 유명 여배우 정솽은 얼마 전 무려 2억9900만 위안(약 539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기까지 했다.

○중국에서 금지된 것들의 공통점
이렇듯 노골적으로 부자에 대한 반감을 표시하는 중국 정부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대한민국의 콘텐츠를 환영할 리 만무하다.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검색엔진과 SNS도 중국에서는 불순한 사상을 퍼트릴 수 있는 서비스로 규정되어 접속이 금지되어왔다. 미국의 헤지펀드 판테라캐피털이 얼마 전 이에 대해 재미있는 조사 결과를 내놨는데, 바로 중국에서 금지된 인터넷 서비스들의 공통점이다.



위 도표는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스냅챗, 그리고 비트코인이 각각 중국에서 금지된 이후 각각 몇 %나 가치가 상승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모든 기업이 중국에서 서비스가 금지된 이후 성장이 꺾이기는커녕 하나같이 더욱 급속도로 성장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비트코인은 한 번도 아니고 무려 세 번이나 금지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비트코인은 승승장구 중이다. 올해 5월 중국의 채굴금지 조치에 이어 9월엔 거래 전면금지 조치까지 나왔지만,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연초보다 2배 가까이 오른 6900만 원 (10월 11일 기준)에 거래 중이다.

○후오비에서 대량 출금된 비트코인의 의미
지난 9월 중국 당국의 암호화폐 거래 전면금지 조치 이후 주요 중화권 거래소들이 중국 본토 이용자 계정 차단을 발표하자 각 거래소에서 대량의 비트코인이 출금되었다. 암호화폐 분석 웹사이트 뷰베이스(ViewBase)에 따르면 후오비에서 가장 많은 1만3903개의 비트코인이 인출됐으며, OKEx에서 5872개, Gate.io에서 95개의 비트코인이 빠져나갔다. 이렇게 유출된 비트코인은 약 7000개 이상이 바이낸스에, 그리고 약 5000여 개가 코인베이스와 비트파이넥스에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인들의 사유재산권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는 사례다. 계정이 차단되기 전에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현금화할 수 있었음에도 계속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사유재산권 보호제도는 18세기 산업혁명이 당시 부의 축적 및 과학기술 면에서 선진국이었던 중국을 비껴가 서유럽에서 일어나게 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다. 서유럽은 사유재산권 보호제도가 확립되었기 때문에 창의적인 개인과 기업들이 물질적 보상의 기대 속에 혁신을 거듭할 수 있었다. 정부는 개인과 기업이 얻은 물질적 보상을 사법제도를 통해서 지켜주었다. 덩샤오핑 때 시장경제 체제를 받아들인 덕분에 G2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중국은 이제 공동부유라는 거대한 사회주의 슬로건 아래 개인의 자유와 사유재산권을 억압하는 전체주의 사회로 회귀하고 있다.

만약 과거였다면 중국에 사는 개인들의 재산은 그것이 부동산이든, 현금이든, 보석이든 국가가 원할 때 언제든 손쉽게 몰수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이제는 비트코인이 있기 때문이다.

○기억에 보관할 수 있는 최초의 자산, 비트코인
비트코인은 제대로 된 방법으로 보관하기만 하면 소유자 본인 외에는 그 누구도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비트코인을 개인 지갑에 넣어두고 개인 키를 적은 무언가(종이, 나무판, 티타늄 카드 등)를 자신만 아는 곳에 숨겨놓거나, 아니면 개인 키를 20개의 일반 영어단어로 이루어진 시드 구문으로 변환하여 순서대로 외우기만 하면 된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의 자산을 훔치거나 몰수하는 처지라고 가정해 보자. 게임이론에 따르면 당신은 해당 자산의 현재 소유주를 살려둘 요인이 없다. 살려두건 그렇지 않건 모든 자산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훔쳐야 할 자산이 비트코인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현재 소유자가 죽어버리면 개인 키를 알아낼 수 없으므로 비트코인을 영영 찾을 수 없게 되어버린다. 따라서 게임이론에 따라 당신은 비트코인의 현재 소유자에게 협상을 제시해야만 한다. 이론적으로 당신이 가져갈 수 있는 몫은 절반을 넘지 못한다. 그 이상이면 소유자가 동의할 리 없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앞으로 중국에서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지키는 마지막 수단으로 더욱 널리 이용될 수 있다. 자국 내 오징어 게임 시청도 막기 힘든 당국으로서는 비트코인은 더욱 버거운 상대일 것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인터넷 서비스들과 오징어 게임이 그랬듯, 비트코인은 중국에서 금지되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더욱 성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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