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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뛰는 금리, 그래도 기술주는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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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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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의 S&P500 지수가 21일(현지시간) 장 막판 가까스로 사상 최고치 기록을 다시 썼습니다. 0.3% 오른 4549.78로 마감해 기존 기록(9월 2일, 4545.85)을 넘어섰습니다. 7일 연속 상승세입니다. 다우는 전날에 이어 장중 기록을 또 바꿨지만 결국 0.02% 약보합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3대 지수중 사상 최고 기록에서 가장 먼 위치(1.5% 아래)에서 출발했던 나스닥은 0.62% 상승해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지수가 단기 급등한 탓에 사상 최고 기록이 기술적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경제 지표는 계속 괜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주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6000건 감소한 29만 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역시 팬데믹 발생 이후 최저 기록으로 월가 예상 30만 건을 밑돌았습니다. 3주 연속 예상보다 낮았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세가 꺾이니까 확실히 고용시장이 살아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는 겁니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는 "우리는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올해가 다 갈 무렵에 팬데믹 이전의 최저치인 21만 건대로 돌아갈 것으로 보는 건 괜찮은 베팅"이라고 밝혔습니다. 고용이 증가하면서 기업들의 인력난이 해결되면 공급망 혼란도 나아질 수 있습니다.

9월 기존주택 판매도 전월 대비 7%나 증가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예상은 3.7% 증가였습니다. 지난 8월에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로렌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이 내년에 모기지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주택을 확보하기를 원할 가능성이 커서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 심리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미국개인투자자협회(AAII)의 주간 심리지수 설문에서 향후 6개월간 강세를 보는 사람이 전주보다 9%포인트 늘어나 47%까지 증가했습니다. 약세장을 전망하는 응답자는 4% 떨어져 28%로 줄어들었습니다.
기업 3분기 실적 발표도 괜찮았습니다. 전날 테슬라가 놀라운 실적을 내놓았고 버라이즌, AT&T, 다나허, 다우, 앤섬, 애벗, CSX, 크록스, 유니레버, 치폴레 등도 모두 월가 예상을 넘는 성적표를 공개했습니다. 다만 지난 1, 2분기에 비하면 흥분할 수준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S&P500 기업의 20%가량인 100여 개 기업이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들의 이익은 월가 예상보다 12.6% 많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이전 5개 분기 동안 19.2% 많았던 것에 비하면 낮은 편입니다.

3분기 이익이 괜찮으면 4분기 이익에 대한 월가의 기대도 높아지는 게 통상적이지만, 아직은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지난 10월 1일 기준 S&P500 기업의 4분기 이익 기대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7% 증가였는데, 이날도 22.7%로 제자리에 있습니다.

이는 아무래도 대부분 기업이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혼란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탓으로 보입니다. 테슬라는 전날 실적 발표에서 "반도체 부족, 항만 혼잡, 정전 등 다양한 문제가 공장을 최고 속도로 가동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유니레버는 이날 식품, 음료, 세정제, 개인 위생용품 등의 가격을 3분기에 4.1% 인상해 7년 만에 가장 많이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그래미 피케틀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가격 인상은 우리가 겪고 있는 매우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과 관련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소비재 산업의 인플레이션은 10%대 후반(high teens)에 있으며, 그나마 가격경쟁력으로 인플레이션 영향을 일부 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피케틀리는 "인플레이션이 내년에 더욱 급증할 수 있으며 회사는 원자재 헤지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비싸진 가격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앨런 조프 최고경영자(CEO)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최소 12개월 동안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인플레이션 우려가 계속되자 연일 금리가 뛰고 있습니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5.1bp(1bp=0.01%포인트) 상승해 연 1.68%까지 올랐습니다. 특히 단기물 금리가 더 높게 치솟았습니다. 2년물은 6.5bp 올라 0.44%, 5년물은 7.5bp나 상승해 1.223%를 기록했습니다. 5년물 금리는 팬데믹 이전인 작년 2월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하루 6~7bp씩 금리가 뛴다면 금세 올해 고점인 연 1.75%를 넘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장기 금리보다 단기물 수익률이 더 크게 오르면서 수익률 곡선은 약간 평탄해졌습니다. 금리 상승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①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움직임

인플레이션은 세계적 현상입니다. 브렉시트 효과까지 겹쳐 에너지 가격이 공포를 자아내고 있는 영국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지난 17일 “인플레이션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믿지만, 에너지 부족과 공급망 혼란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 중앙은행은 조치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5%는 매우 불편한 인플레이션 수치"라면서 "11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도 살아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캐나다에서도 9월 물가 상승률이 2003년 2월 이후 최고치인 4.4%를 기록하면서 캐나다 중앙은행이 현재 0.25%인 기준금리를 내년 말까지 1%로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티프 맥클럼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고물가 상황이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미국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나타내는 미 국채 5년물 브레이크이븐 금리(BER)는 사상 최고인 2.915%까지 치솟았습니다. 일반 국채 5년물과 물가연동채(TIPS) 5년물 간의 금리 차이가 그만큼 벌어진 겁니다. 10년물 BER도 2006년 이후 최고로 높아졌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릴 것이란 인식이 확산하면서 미국 채권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면 수익률 곡선은 평탄해진다. 지난 며칠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졌던 건 단기적 기술적 요인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진다는 건 향후 경기가 둔화할 것이란 신호로 해석이 됩니다.

② 계절적으로 금리 상승기

이 관계자는 "통상 금리는 10~11월에 오르는 경향이 있고 지난 10년간에도 그랬다"라며 "이런 계절적 경향도 최근 금리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④ Fed 비둘기파, 전향 가능성

이날 발표된 실업급여 청구 건수에서 보듯 델타 변이가 꺾어지자 고용시장은 개선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다음 달 2~3일 열리는 미 중앙은행(Fed)의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을 발표하는데 걸림돌은 없어 보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11월 FOMC에서는 테이퍼링 발표가 컨센서스다. 별다른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다. 우려되는 건 Fed의 비둘기파들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인플레는 일시적이고 테이퍼링은 금리 인상과 관계없다'는 제롬 파월 의장의 어조가 달라진다면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수익률 곡선이 평탄화된다면 주식 투자자들은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요? BCA리서치는 이날 보고서에서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는 일반적으로 성장 가속도와 관련이 있다"라면서 "평평한 곡선이 나타날 때는 경기방어주, 고품질 주식, 성장주의 수익률이 경기민감주나 소형주, 가치주에 비해 더 낫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업종별로 보면 부동산, 유틸리티, 기술주, 필수소비재가 상대적으로 괜찮은 수익률을 보였습니다.
이날 금리가 올랐는데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강세를 보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나스닥과 10년물 수익률은 역상관 관계를 보여왔는데 최근 그 차이가 벌어졌다"라며 "이렇게 차이가 벌어지면 다시 좁혀지는 게 통상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금리가 떨어지든지, 아니면 나스닥이 하락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최근 월가에서는 금리와 기술주의 관계가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견해도 많이 나옵니다.

금리 상승과 함께 기술주가 폭락했던 대표적 사례가 2000년 닷컴버블 붕괴 때였죠. 씨티는 지난 17일 자 보고서에서 기술주가 2000년 닷컴버블 때와는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① 1990년대 후반 당시 채권 금리는 연 7%였지만 현재는 2% 미만의 수익률에 불과하다. 이런 낮은 수익률은 기술주와 경쟁할 수 없다.

② 높은 이익을 내면 상승하는 채권 금리로 인한 주가 밸류에이션 타격을 흡수할 수 있다. 2000년에는 기술기업의 이익이 정점에 도달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하지만 지금은 앞으로 18개월간의 경제 회복이 흔들리거나 기술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증거가 없다.

③ 내년 경제 전망은 반도체와 같은 순환적 기술 산업에 긍정적일 수 있다. 사이버 보안에 대한 장기적 전망도 매우 견고하다. 새로운 바이오 기술, 에너지 기술, 물류 및 전자 상거래도 투자를 받을만한 자격이 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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