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디파이, 디지털 세상의 금융을 잠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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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비트 뉴스룸
이장우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 겸임교수
“분명 디파이 시장이 글로벌 금융의 한 축으로 다가올 텐데, 이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됩니다.”
이장우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 겸임교수는 앞으로 다가올 디지털 세상에서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가 강력한 금융 인프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그리는 디파이 혁신은 어떤 모습일까.
이장우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 겸임교수가 바라보는 디파이는 그야말로 ‘혁신’ 그 자체다. 기존 금융 시스템에 존재했던 한계와 장벽을 뛰어넘고, 디지털 경제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이 교수가 전망하는 디파이의 미래다. 가까운 미래, 디파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게 될까. 이 교수를 만나 가상자산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디파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우선 ‘디파이’의 개념이 궁금합니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졌던 기존 가상자산 시스템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기존의 암호화폐 거래소는 ‘중앙화된 금융’이라는 의미에서 ‘시파이(CeFi)’로 불립니다. 크립토(가상자산) 금융 중에서도 ‘탈중앙화 금융’은 ‘디파이’라고 부르고요. 둘의 차이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려면 시파이는 주인 있는 크립토 금융서비스, 디파이는 주인 없는 크립토 금융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현시점에서 디파이 시장은 어떤 단계라고 평가하시나요.
디파이는 글로벌 비즈니스 차원에서 보면 아직까지는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에요. 극초기 시장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이 시장이 많은 관심을 받는지 생각해보면, 미래 산업의 상당히 많은 분야를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기 때문이에요. 특히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의 성장 속도를 보면, 디파이 시장의 예치금이 굉장히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거든요. 이런 것들이 시장에서 이 섹터에 대해 나타내는 하나의 기대감이나 평가라고 봅니다.
○디파이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금융을 떠올리면 은행, 증권, 보험 등 여러 서비스들이 생각날 텐데요. 디파이에도 코인을 교환하는 탈중앙화 거래소가 있고, 이더리움과 같이 가상자산을 담보로 해서 또 다른 코인을 대출받는 랜딩 서비스도 있습니다. 은행과 같이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이자를 주는 형태나 탈중앙화된 보험 서비스도 존재하고요. 주식 등 특정 자산을 토큰화해서 거래할 수 있는 ‘합성 자산 플랫폼’도 생겼습니다. 생태계가 아주 다양하게 진화 중이죠.
○일각에서는 디파이를 ‘머니 레고’라고 부르던데, 무슨 뜻인가요.
디파이가 가진 속성 중 ‘결합성’을 비유한 말입니다. 각각의 레고를 조립하면 또 하나의 레고가 만들어지잖아요. 새로운 모양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고요. 디파이도 레고와 비슷한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마치 레고를 조립하는 것처럼 다른 디파이의 속성과 결합해 새로운 디파이로 만들 수 있어요. 이게 가능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디파이가 오픈 소스 문화이기 때문인데요. 다른 개발자가 개발한 코드에 본인이 원하는 기능을 더해 또 다른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기상천외한 서비스도 시도할 수 있는 겁니다.
지난 2008년 기존 금융 인프라들이 금융위기를 계기로 큰 테스트를 받았죠.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외부적인 위기로 금융 인프라들이 테스트를 받았고요. 디파이도 탈중앙화 금융 인프라 내에서 스트레스 테스트를 계속해서 받거든요. 오픈 소스를 통한 결합성이 있다 보니, 인프라가 무너지면 전 세계 개발자들이 부족한 것들을 업데이트해서 굉장히 빠르게 회복합니다. 그러면서 디파이의 금융 인프라가 탄탄해지는 거죠.
○세계적으로 디파이에 주목하는 분위기가 점점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어떤 배경이 있나요.
‘금융 혁신’이라는 역사적 흐름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금융 혁신은 좀 더 편리하고, 효율적이고, 안전한 기술을 기반으로 금융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뜻하잖아요. 과거 오프라인 뱅킹만 있었던 금융시장에 모바일 뱅킹이 생겨났고, 이후 토스나 카카오페이 같은 서비스가 나와서 간편결제 영역의 혁신을 이룬 것처럼요. 그런 관점에서 디파이를 통해 (금융 혁신의) 다음 단계를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금융이라는 분야는 굉장한 라이선스 사업입니다. 허가를 받아야만 진입할 수 있고, 기존 기득권이 아주 견고하죠.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금융의 혁신이 더뎠고, 금융 혜택을 못 누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디파이라는 이름의 혁신 금융이 장벽을 좀 뚫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시장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디파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 같고요.
○디파이 시장이 자리 잡으면 기존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것 같은데요.
기존 핀테크 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펼치는 과정에서 한계에 많이 부딪혔습니다. 각국의 금융 규제 때문이죠. 그런데 디파이는 각국의 금융 규제를 따르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디파이 서비스가 나오면 곧바로 글로벌화가 가능하다는 게 굉장한 장점으로 작용할 겁니다. 앞으로는 글로벌화된 금융 비즈니스들이 많아질 것 같아요. 사실 기존 핀테크 서비스를 상상하면 대부분 로컬 비즈니스잖아요. 앞으로 가상자산이라는 매개체와 디파이라는 금융 인프라를 통해 글로벌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큰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현시점에서 디파이에 대한 규제는 없는 건가요.
네, 아직은 디파이에 대한 규제가 명확히 수립돼 있지 않습니다. 지금은 시파이를 제도권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규제부터 진행하는 단계라서, 시파이 영역에 대한 규제가 먼저 마무리돼야 디파이 쪽도 규제를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현재 규제해야 할 가상자산 영역이 너무 산적해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어요. 아무래도 당국에서 규제를 하려면 명확한 명분과 논리, 근거가 필요하거든요. 그런 부분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과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디파이에서 금융 리스크나 보안상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디파이는 주인 없는 크립토 금융서비스인 만큼, 특정한 룰(rule)을 갖고 있습니다. 디파이에서의 룰은 프로그래밍 코드로 구현한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스마트 계약) 형태인데요. 시장에서는 디파이가 블록체인 기술인 만큼 보안에 뛰어나고, 해킹 당할 염려가 없다고 오판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룰 자체를 누군가가 임의로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지, 애초에 취약점이 있는 코드로 만든 룰이라면 충분히 해킹을 당할 수 있거든요. 올해만 하더라도 전체 암호화폐 해킹 건수의 75%가 디파이 해킹이었어요.
따라서 디파이의 취약점에 대해 개인이 조심해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검증된 외부 기관을 통해 스마트 컨트랙트에 대한 감사를 받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고요. 또 디파이 분야의 개발자들이 코드를 검증해주면 커뮤니티 내에서 어느 정도 자정이 가능합니다. 이 두 가지가 이뤄지면 좀 더 건전한 디파이 생태계가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 금융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개입하는 경우도 생기는데요. 디파이의 경우 이런 개입이 불가능한 건가요.
디파이가 왜 탄생했는지를 살펴보면, (외부 개입이) 본질적으로 힘든 시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에 존재했던 한계나 장벽을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기 때문에 누구도 임의로 시장의 룰을 바꾸지 못하는 게 디파이의 본질이거든요. 당분간은 지금과 같은 형태로 가겠지만, 앞으로 시장이 더 커지다 보면 보완점을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디파이의 큰 본질은 바뀌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제도권의 영향을 받는 하이브리드(hybrid) 형태로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기존 금융시장과 디파이는 다른 부분이 많은데, 두 시장이 공존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디파이가 기존 금융시장을 완전히 대체하는 그림보다는, 또 하나의 금융 세계가 만들어지는 쪽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코로나19를 통해 많은 분들이 느꼈을 것 같은데, 현재 디지털 세상이 굉장히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거든요. 메타버스 내에서 유의미한 자산들이 대체 불가 토큰(Non-Fungible Token, NFT)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갖게 되고, 또 NFT는 디파이라는 큰 금융 인프라를 통해 다시 거래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또 다른 경제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거죠. 디지털 경제 구조에서는 디파이나 NFT와 같은 가상자산을 활용하는 게 찰떡궁합처럼 굉장히 잘 맞습니다. 디지털 세상의 금융을 디파이가 빠르게 잠식해 나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마지막으로 디파이 금융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면 좋을지 말씀해주세요.
“한국에서 디파이 시장은 불모지나 다름없었습니다. 과거에는 시파이 서비스들이 많았죠. 그런데 최근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으로 인해 시파이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져버렸습니다. 이제는 일반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만으로 가상자산 서비스를 쉽게 하지 못하는 장벽이 생긴 거예요. 스타트업은 디파이 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어요. 디파이 생태계에 많은 개발자들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디파이에 대한 인식이 좀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디파이에 대한 담론과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생태계가 더 커져야 합니다. 분명 디파이 시장이 글로벌 금융의 한 축으로 다가올 텐데, 이 타이밍을 놓치면 안 돼요. 특히 디파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상태에서 시장을 어설프게 규제하는 형태가 좋지는 않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국내에서는 암호화폐를 활용한 비즈니스에 대해 편견이 많죠. 특히 블록체인 기술은 양성해야 하지만, 암호화폐는 규제해야 된다는 프레임이 너무 강하게 있었어요. 암호화폐는 나쁜 것이고, 블록체인은 좋은 것이라는 프레임 말이죠.
하지만 가상자산을 활용했을 때 파괴적인 혁신이 많이 나옵니다. 그동안 이런 비즈니스를 드러내놓고 할 수가 없었어요. 이렇게 되면 좋은 플레이어들은 떠나거든요. 그럼 안 좋은 플레이어들만 남게 되고, 음성적인 시장에서 더 문제를 일으키는 생태계를 만드는 거예요.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이 시장에 좋은 플레이어들이 많이 들어오고, 글로벌 수준의 디파이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습니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
“분명 디파이 시장이 글로벌 금융의 한 축으로 다가올 텐데, 이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됩니다.”
이장우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 겸임교수는 앞으로 다가올 디지털 세상에서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가 강력한 금융 인프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그리는 디파이 혁신은 어떤 모습일까.
이장우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 겸임교수가 바라보는 디파이는 그야말로 ‘혁신’ 그 자체다. 기존 금융 시스템에 존재했던 한계와 장벽을 뛰어넘고, 디지털 경제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이 교수가 전망하는 디파이의 미래다. 가까운 미래, 디파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게 될까. 이 교수를 만나 가상자산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디파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우선 ‘디파이’의 개념이 궁금합니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졌던 기존 가상자산 시스템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기존의 암호화폐 거래소는 ‘중앙화된 금융’이라는 의미에서 ‘시파이(CeFi)’로 불립니다. 크립토(가상자산) 금융 중에서도 ‘탈중앙화 금융’은 ‘디파이’라고 부르고요. 둘의 차이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려면 시파이는 주인 있는 크립토 금융서비스, 디파이는 주인 없는 크립토 금융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현시점에서 디파이 시장은 어떤 단계라고 평가하시나요.
디파이는 글로벌 비즈니스 차원에서 보면 아직까지는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에요. 극초기 시장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이 시장이 많은 관심을 받는지 생각해보면, 미래 산업의 상당히 많은 분야를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기 때문이에요. 특히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의 성장 속도를 보면, 디파이 시장의 예치금이 굉장히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거든요. 이런 것들이 시장에서 이 섹터에 대해 나타내는 하나의 기대감이나 평가라고 봅니다.
○디파이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금융을 떠올리면 은행, 증권, 보험 등 여러 서비스들이 생각날 텐데요. 디파이에도 코인을 교환하는 탈중앙화 거래소가 있고, 이더리움과 같이 가상자산을 담보로 해서 또 다른 코인을 대출받는 랜딩 서비스도 있습니다. 은행과 같이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이자를 주는 형태나 탈중앙화된 보험 서비스도 존재하고요. 주식 등 특정 자산을 토큰화해서 거래할 수 있는 ‘합성 자산 플랫폼’도 생겼습니다. 생태계가 아주 다양하게 진화 중이죠.
○일각에서는 디파이를 ‘머니 레고’라고 부르던데, 무슨 뜻인가요.
디파이가 가진 속성 중 ‘결합성’을 비유한 말입니다. 각각의 레고를 조립하면 또 하나의 레고가 만들어지잖아요. 새로운 모양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고요. 디파이도 레고와 비슷한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마치 레고를 조립하는 것처럼 다른 디파이의 속성과 결합해 새로운 디파이로 만들 수 있어요. 이게 가능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디파이가 오픈 소스 문화이기 때문인데요. 다른 개발자가 개발한 코드에 본인이 원하는 기능을 더해 또 다른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기상천외한 서비스도 시도할 수 있는 겁니다.
지난 2008년 기존 금융 인프라들이 금융위기를 계기로 큰 테스트를 받았죠.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외부적인 위기로 금융 인프라들이 테스트를 받았고요. 디파이도 탈중앙화 금융 인프라 내에서 스트레스 테스트를 계속해서 받거든요. 오픈 소스를 통한 결합성이 있다 보니, 인프라가 무너지면 전 세계 개발자들이 부족한 것들을 업데이트해서 굉장히 빠르게 회복합니다. 그러면서 디파이의 금융 인프라가 탄탄해지는 거죠.
○세계적으로 디파이에 주목하는 분위기가 점점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어떤 배경이 있나요.
‘금융 혁신’이라는 역사적 흐름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금융 혁신은 좀 더 편리하고, 효율적이고, 안전한 기술을 기반으로 금융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뜻하잖아요. 과거 오프라인 뱅킹만 있었던 금융시장에 모바일 뱅킹이 생겨났고, 이후 토스나 카카오페이 같은 서비스가 나와서 간편결제 영역의 혁신을 이룬 것처럼요. 그런 관점에서 디파이를 통해 (금융 혁신의) 다음 단계를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금융이라는 분야는 굉장한 라이선스 사업입니다. 허가를 받아야만 진입할 수 있고, 기존 기득권이 아주 견고하죠.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금융의 혁신이 더뎠고, 금융 혜택을 못 누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디파이라는 이름의 혁신 금융이 장벽을 좀 뚫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시장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디파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 같고요.
○디파이 시장이 자리 잡으면 기존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것 같은데요.
기존 핀테크 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펼치는 과정에서 한계에 많이 부딪혔습니다. 각국의 금융 규제 때문이죠. 그런데 디파이는 각국의 금융 규제를 따르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디파이 서비스가 나오면 곧바로 글로벌화가 가능하다는 게 굉장한 장점으로 작용할 겁니다. 앞으로는 글로벌화된 금융 비즈니스들이 많아질 것 같아요. 사실 기존 핀테크 서비스를 상상하면 대부분 로컬 비즈니스잖아요. 앞으로 가상자산이라는 매개체와 디파이라는 금융 인프라를 통해 글로벌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큰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현시점에서 디파이에 대한 규제는 없는 건가요.
네, 아직은 디파이에 대한 규제가 명확히 수립돼 있지 않습니다. 지금은 시파이를 제도권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규제부터 진행하는 단계라서, 시파이 영역에 대한 규제가 먼저 마무리돼야 디파이 쪽도 규제를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현재 규제해야 할 가상자산 영역이 너무 산적해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어요. 아무래도 당국에서 규제를 하려면 명확한 명분과 논리, 근거가 필요하거든요. 그런 부분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과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디파이에서 금융 리스크나 보안상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디파이는 주인 없는 크립토 금융서비스인 만큼, 특정한 룰(rule)을 갖고 있습니다. 디파이에서의 룰은 프로그래밍 코드로 구현한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스마트 계약) 형태인데요. 시장에서는 디파이가 블록체인 기술인 만큼 보안에 뛰어나고, 해킹 당할 염려가 없다고 오판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룰 자체를 누군가가 임의로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지, 애초에 취약점이 있는 코드로 만든 룰이라면 충분히 해킹을 당할 수 있거든요. 올해만 하더라도 전체 암호화폐 해킹 건수의 75%가 디파이 해킹이었어요.
따라서 디파이의 취약점에 대해 개인이 조심해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검증된 외부 기관을 통해 스마트 컨트랙트에 대한 감사를 받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고요. 또 디파이 분야의 개발자들이 코드를 검증해주면 커뮤니티 내에서 어느 정도 자정이 가능합니다. 이 두 가지가 이뤄지면 좀 더 건전한 디파이 생태계가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 금융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개입하는 경우도 생기는데요. 디파이의 경우 이런 개입이 불가능한 건가요.
디파이가 왜 탄생했는지를 살펴보면, (외부 개입이) 본질적으로 힘든 시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에 존재했던 한계나 장벽을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기 때문에 누구도 임의로 시장의 룰을 바꾸지 못하는 게 디파이의 본질이거든요. 당분간은 지금과 같은 형태로 가겠지만, 앞으로 시장이 더 커지다 보면 보완점을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디파이의 큰 본질은 바뀌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제도권의 영향을 받는 하이브리드(hybrid) 형태로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기존 금융시장과 디파이는 다른 부분이 많은데, 두 시장이 공존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디파이가 기존 금융시장을 완전히 대체하는 그림보다는, 또 하나의 금융 세계가 만들어지는 쪽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코로나19를 통해 많은 분들이 느꼈을 것 같은데, 현재 디지털 세상이 굉장히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거든요. 메타버스 내에서 유의미한 자산들이 대체 불가 토큰(Non-Fungible Token, NFT)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갖게 되고, 또 NFT는 디파이라는 큰 금융 인프라를 통해 다시 거래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또 다른 경제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거죠. 디지털 경제 구조에서는 디파이나 NFT와 같은 가상자산을 활용하는 게 찰떡궁합처럼 굉장히 잘 맞습니다. 디지털 세상의 금융을 디파이가 빠르게 잠식해 나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마지막으로 디파이 금융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면 좋을지 말씀해주세요.
“한국에서 디파이 시장은 불모지나 다름없었습니다. 과거에는 시파이 서비스들이 많았죠. 그런데 최근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으로 인해 시파이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져버렸습니다. 이제는 일반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만으로 가상자산 서비스를 쉽게 하지 못하는 장벽이 생긴 거예요. 스타트업은 디파이 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어요. 디파이 생태계에 많은 개발자들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디파이에 대한 인식이 좀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디파이에 대한 담론과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생태계가 더 커져야 합니다. 분명 디파이 시장이 글로벌 금융의 한 축으로 다가올 텐데, 이 타이밍을 놓치면 안 돼요. 특히 디파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상태에서 시장을 어설프게 규제하는 형태가 좋지는 않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국내에서는 암호화폐를 활용한 비즈니스에 대해 편견이 많죠. 특히 블록체인 기술은 양성해야 하지만, 암호화폐는 규제해야 된다는 프레임이 너무 강하게 있었어요. 암호화폐는 나쁜 것이고, 블록체인은 좋은 것이라는 프레임 말이죠.
하지만 가상자산을 활용했을 때 파괴적인 혁신이 많이 나옵니다. 그동안 이런 비즈니스를 드러내놓고 할 수가 없었어요. 이렇게 되면 좋은 플레이어들은 떠나거든요. 그럼 안 좋은 플레이어들만 남게 되고, 음성적인 시장에서 더 문제를 일으키는 생태계를 만드는 거예요.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이 시장에 좋은 플레이어들이 많이 들어오고, 글로벌 수준의 디파이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습니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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