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앙은행(Fed)이 즉시 테이퍼링을 실시하고 가능한 한 빨리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9일(현지시간) 오후 12시 36분 월가의 유명 투자자인 빌 애크먼은 트위터를 통해 "지난주 뉴욕연방은행에서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에 대한 우리 견해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했다"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는 또 금리 인상이 주식 포트폴리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금리 상승에 대한 노출을 헤지하는 데 투자했다고 공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우리는 계속 춤을 추고 있지만, 이제 음악을 끄고 자리에 앉을 시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애크먼은 2004년 헤지펀드 퍼싱스퀘어를 만들어 운용해왔습니다. 지난해 70%가 넘는 엄청난 수익률을 올렸지만, 엄청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팬데믹에 따른 봉쇄로 뉴욕 증시가 연일 폭락하던 작년 3월 18일 CNBC에서 "지옥이 오고 있다. 한 달간 증시 거래를 중단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공포감을 부추겼으나 나중에 보니 당시 시장 폭락에 막대한 돈을 건 상태였고 그 베팅으로 2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헤지펀드들이 방송에 나와 떠들면 그들이 관련 포지션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라면서 "애크먼은 많은 돈을 기준금리 상승에 걸고 채권을 공매도했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유가 어쨌든 월가에선 애크먼처럼(?) 내년 기준금리 상승을 점치는 베팅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내년 6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을 64.5%로 보고 있습니다. 또 내년 12월까지는 96.3%로 베팅하고 있습니다. 인상 횟수 1회 베팅이 17.5%에 불과하고 2회가 31.8%, 3회가 28.6%입니다. 4회 이상 베팅도 18.4%에 달합니다.
이날 나온 경제 지표는 이런 시각을 뒷받침했습니다. 9월 물가는 3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고, 임금은 20년 만에 가장 많이 오를 것으로 드러난 겁니다.
상무부가 발표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지난 9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상승해 1991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올랐습니다. 전월 대비로는 0.3% 증가했습니다. 변동성이 더 큰 식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는 전년 대비 3.6%, 전월 대비 0.2% 올랐습니다. 지난 8월에 전월 대비 0.3% 상승했던 것보다는 나아졌지만, 전년 대비 3.6%는 여전히 20년 전인 1991년 5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이날 미시간대가 발표한 10월 소비자 심리 지수(consumer sentiment)는 9월 72.8에서 10월 71.7로 떨어졌습니다. 팬데믹 이전인 2020년 2월 101보다 훨씬 낮은 수준입니다. 지난 26일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10월 소비자 신뢰 지수(consumer confidence)는 113.8로 9월 109.8보다 4포인트 올랐었습니다. 석 달 연속 내림세를 접고 상승했었죠.
향후 경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나타내는 이 두 지수가 다르게 나온 이유는 뭘까요? 그건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 신뢰 지수는 뜨거운 고용시장 상황을 많이 반영하지만, 미시간대 소비자 태도 지수는 물가를 크게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미시간대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향후 12개월 인플레이션을 4.8%로 예상했습니다. 전월(4.6%)보다 더 높아진 것으로, 2008년 이후 가장 높습니다. 급등하는 물가가 소비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입니다. 리처드 커틴 미시간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은 10월 조사에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연간 인플레이션을 예상했을 뿐만 아니라 거의 40년 중 어느 때보다 물가 불확실성이 크다고 표현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책 입안자들은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아지면 기업은 가격을, 근로자는 급여 인상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우려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이날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비용 지수는 전년 대비 3.7% 올라 2001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2분기부터 3분기까지 1.3% 상승했는데 이는 1984년 이후 가장 높습니다. 이 지수는 임금과 복리후생을 모두 포함하는 근로자 보상의 척도입니다. 마침 다음 주 11월 2~3일 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통화정책을 논의합니다. 월가는 이번 회의에서 테이퍼링이 발표되고 11월부터 즉각 실시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장 11월부터 매월 150억 달러(국채 100억, 모기지증권 50억 달러)씩 채권매입액을 감축해 8개월 뒤인 내년 6월에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한다는 겁니다.
또 테이퍼링에 따른 텐트럼(발작)은 없을 것이란 게 컨센서스입니다. 최근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를 인터뷰했는데요. 그는 "Fed가 테이퍼링의 임박을 시장이 놀라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알린 듯하다. 과거 테이퍼 텐트럼은 Fed가 갑자기 테이퍼링을 언급해 시장이 놀랐기 때문이다. 이번은 꽤 오래전부터 알려온 만큼 시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관심이 쏠리는 건 인플레이션에 대한 겁니다. 어제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회의에서는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 등 세 가지 주제만 논의했다"라고 밝혔었지요. 인플레이션이 높고, 길게 이어지고 있는 만큼 Fed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고민이 클 것입니다.
기존 통화정책 성명엔 "인플레이션은 높아졌지만 많은 부분은 '일시적' 요인들을 반영한 것이다"(Inflation is elevated, largely reflecting 'transitory' factors)라는 문구가 들어있습니다. 그랜드손튼의 다이언 스웽크 이노코미스트는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단어가 성명에서 빠질 것"이라며 "좀 더 매파적인 Fed를 대비해라. 빠른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문구가 바뀌면 정말 매파적으로 인식돼서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 그럴 가능성은 좀 낮을 것이고 아마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공급망 문제, 에너지 가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게, 또 길게 이어질 위험이 높아졌다'라고 언급하고 넘어가는 정도로 끝내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지난 8월 잭슨홀 연설에서 10여 분 이상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설명하는 데 할애했었습니다. 이번에도 질문이 쏟아지면서 많은 시간을 인플레이션에 대해 쏟아야 할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어쨌든 결론적으로는 시장은 파월 의장의 인플레이션 발언이 매파적이라고 느낄 가능성이 크고 채권 수익률 곡선은 더 평탄화될 것 같다"라고 예상했습니다.
Fed가 매파적으로 나올 것이란 예상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ING는 전날 미국의 경기 회복이 이어져 실업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인 3% 후반까지 떨어지면 Fed가 내년 초 테이퍼링 속도를 더 높여 내년 6월 이전에 채권매입을 끝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ING는 특히 "꽤 오랫동안 2022년 하반기 두 차례, 즉 9월에 한 번, 12월에 한 번 금리 인상을 예측해 왔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명백히 높아지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Fed가 더 공격적 태도를 보일 위험이 커지고 있다. 내년 7월부터 시작해 9월, 12월 등 세 차례 금리 인상을 하는 쪽으로 점점 더 기울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ING가 이렇게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봅니다. 강력한 수요 속에 공급망 혼란이 이어지고 있고 지속적 물가 요인인 임금과 임대료도 꿈틀대고 있습니다. 게다가 반도체 부족으로 폭등하다가 꺾였던 중고차 가격까지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ING는 12월 소비자물가가 헤드라인은 6%, 음식물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5%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4분기부터 경기 회복세가 강해질 것이란 겁니다. 2019년 말 이후 미국의 자산 가격이 26조 달러 이상 폭증했고 임금 상승도 이어지고 있어 강한 소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여기에 연방정부는 추가로 2조 달러가 넘는 돈을 인프라 및 사회복지에 쓸 것이고, 11월부터는 백신을 다 맞은 해외 관광객의 미국 입국이 가능해집니다. ING는 내년 미국 경제가 4.5%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아직 ING와 같은 매파적 관측은 컨센서스는 아닙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테이퍼링 내년 6월 종료, 내년 12월까지 기준금리 1회 인상입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내년이면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면서 Fed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겨울을 지나면서 공급망 혼란이 조금씩 풀리고 올해 인플레이션이 치솟은 4월부터는 기저효과가 역으로 작용하면서 내년 4월부터는 물가가 확연히 떨어질 것이란 관측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골드만삭스처럼 생각하는 이들도 그동안은 내년 2~3월부터 물가가 2%대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해왔는데 요즘은 3%대로 낮아질 것으로 얘기하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전날 장 마감 뒤 애플과 아마존은 실망스러운 3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애플은 공급망 혼란 탓에, 아마존은 구인난과 임금 상승 등으로 인해 월가 예상에 못 미치는 실적을 공개했죠. 스타벅스도 전체 매출은 늘었지만, 중국 시장 매출이 7% 감소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날 7% 급락했습니다.
이들이 모두 하락하면서 3대 지수는 0.3~0.7% 내림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오후로 접어들자 S&P500 지수는 상승 전환했고 처음으로 4600을 넘었습니다. 결국 0.19% 오른 4605.38로 장을 마쳤습니다. 다우는 0.25%, 나스닥은 0.33% 상승했습니다. S&P500 시가총액의 거의 10%를 차지하는 애플(-1.82%), 아마존(-2.15%)의 주가가 내렸지만, 시장 복원력은 대단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24% 폭등해 애플을 제치고 시총 1위에 등극하며 상승세를 견인했습니다. 테슬라는 또다시 3.43% 폭등했고 나이키와 인텔도 거들었습니다. 이날 국제 유가 상승으로 시장 예상보다 많은 3분기 이익을 발표한 셰브론, 엑슨모빌도 각각 1.21%, 0.25% 오르며 지원 사격을 했습니다.
이에 따라 S&P500 지수는 10월 한 달 동안에만 6.9% 폭등해 작년 11월 이후 최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7.3%, 다우는 5.8% 올랐습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미국 경제의 반등, 기업 이익의 전반적 선전, 뉴욕 증시의 계절성(연말 상승) 등 덕분에 투자자들이 눈에 띄는 기업들의 실적 타격을 잘 흡수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S&P500 기업의 절반 정도가 3분기 실적을 공개한 가운데 80% 이상이 월가 예상을 넘는 이익을 냈습니다. 그는 또 "애플, 아마존의 실적 저하 요인은 모두가 이미 알고 있거나 두려워했던 것이고 이미 정점에 달했을 수도 있다. 또 수요는 소멸하는 게 아니라 지연된 것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JP모간도 애플과 관련, "이번 공급망 혼란 영향은 일시적이며 매출과 수요가 뒤로 미뤄질 뿐"이라며 목표주가 180달러를 유지했습니다.
다음 주에도 160개 이상의 S&P500 기업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월요일(1일) NXP반도체 로우스 클로락스 △화요일(2일) 화이자 티모바일 에스티로더 액티비전블라자드 듀폰 데본에너지 △수요일(3일) 퀄컴 CVS헬스 메리어트 앨버말 MGM리조트 △목요일(4일) 모더나 조에티스 익스피디아 바이아컴CBS △금요일(5일) 버크셔헤서웨이 존슨콘트롤즈 등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아마존의 경우를 보면 저임 노동자가 많은 기업의 임금 부담이 매우 커졌다는 걸 알 수 있다"라며 "앞으로 소비, 유통 관련 기업들 일부가 예상보다 나쁜 실적을 내놓을 수 있다"라고 경계했습니다.
월가의 시장정보업체 날리지바이털은 이날 뉴욕 증시의 강세와 약세를 뒷받침하는 논리를 정리했습니다.
강세장 논리는 △기업 이익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자사주 매입 등 자본환원이 늘어나고 있다 △가장 큰 거시적 위험인 증세가 사라졌다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혼란은 이제 개선되기 시작할 것이다 등입니다.
반면 약세장 논리는 △경제 성장, 기업 이익, 통화 및 재정 부양책 등 모든 게 정점을 지나고 있다 △테슬라 비트코인 등 주가 움직임을 보면 대단하면서도 황당하다 △로빈후드의 실적을 보면 시장을 이끌어온 개인들이 주식에 관심을 잃기 시작한 것 같다 등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의견에 동조하십니까.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29일(현지시간) 오후 12시 36분 월가의 유명 투자자인 빌 애크먼은 트위터를 통해 "지난주 뉴욕연방은행에서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에 대한 우리 견해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했다"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는 또 금리 인상이 주식 포트폴리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금리 상승에 대한 노출을 헤지하는 데 투자했다고 공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우리는 계속 춤을 추고 있지만, 이제 음악을 끄고 자리에 앉을 시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애크먼은 2004년 헤지펀드 퍼싱스퀘어를 만들어 운용해왔습니다. 지난해 70%가 넘는 엄청난 수익률을 올렸지만, 엄청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팬데믹에 따른 봉쇄로 뉴욕 증시가 연일 폭락하던 작년 3월 18일 CNBC에서 "지옥이 오고 있다. 한 달간 증시 거래를 중단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공포감을 부추겼으나 나중에 보니 당시 시장 폭락에 막대한 돈을 건 상태였고 그 베팅으로 2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헤지펀드들이 방송에 나와 떠들면 그들이 관련 포지션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라면서 "애크먼은 많은 돈을 기준금리 상승에 걸고 채권을 공매도했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유가 어쨌든 월가에선 애크먼처럼(?) 내년 기준금리 상승을 점치는 베팅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내년 6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을 64.5%로 보고 있습니다. 또 내년 12월까지는 96.3%로 베팅하고 있습니다. 인상 횟수 1회 베팅이 17.5%에 불과하고 2회가 31.8%, 3회가 28.6%입니다. 4회 이상 베팅도 18.4%에 달합니다.
이날 나온 경제 지표는 이런 시각을 뒷받침했습니다. 9월 물가는 3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고, 임금은 20년 만에 가장 많이 오를 것으로 드러난 겁니다.
상무부가 발표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지난 9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상승해 1991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올랐습니다. 전월 대비로는 0.3% 증가했습니다. 변동성이 더 큰 식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는 전년 대비 3.6%, 전월 대비 0.2% 올랐습니다. 지난 8월에 전월 대비 0.3% 상승했던 것보다는 나아졌지만, 전년 대비 3.6%는 여전히 20년 전인 1991년 5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이날 미시간대가 발표한 10월 소비자 심리 지수(consumer sentiment)는 9월 72.8에서 10월 71.7로 떨어졌습니다. 팬데믹 이전인 2020년 2월 101보다 훨씬 낮은 수준입니다. 지난 26일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10월 소비자 신뢰 지수(consumer confidence)는 113.8로 9월 109.8보다 4포인트 올랐었습니다. 석 달 연속 내림세를 접고 상승했었죠.
향후 경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나타내는 이 두 지수가 다르게 나온 이유는 뭘까요? 그건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 신뢰 지수는 뜨거운 고용시장 상황을 많이 반영하지만, 미시간대 소비자 태도 지수는 물가를 크게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미시간대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향후 12개월 인플레이션을 4.8%로 예상했습니다. 전월(4.6%)보다 더 높아진 것으로, 2008년 이후 가장 높습니다. 급등하는 물가가 소비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입니다. 리처드 커틴 미시간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은 10월 조사에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연간 인플레이션을 예상했을 뿐만 아니라 거의 40년 중 어느 때보다 물가 불확실성이 크다고 표현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책 입안자들은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아지면 기업은 가격을, 근로자는 급여 인상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우려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이날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비용 지수는 전년 대비 3.7% 올라 2001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2분기부터 3분기까지 1.3% 상승했는데 이는 1984년 이후 가장 높습니다. 이 지수는 임금과 복리후생을 모두 포함하는 근로자 보상의 척도입니다. 마침 다음 주 11월 2~3일 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통화정책을 논의합니다. 월가는 이번 회의에서 테이퍼링이 발표되고 11월부터 즉각 실시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장 11월부터 매월 150억 달러(국채 100억, 모기지증권 50억 달러)씩 채권매입액을 감축해 8개월 뒤인 내년 6월에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한다는 겁니다.
또 테이퍼링에 따른 텐트럼(발작)은 없을 것이란 게 컨센서스입니다. 최근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를 인터뷰했는데요. 그는 "Fed가 테이퍼링의 임박을 시장이 놀라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알린 듯하다. 과거 테이퍼 텐트럼은 Fed가 갑자기 테이퍼링을 언급해 시장이 놀랐기 때문이다. 이번은 꽤 오래전부터 알려온 만큼 시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관심이 쏠리는 건 인플레이션에 대한 겁니다. 어제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회의에서는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 등 세 가지 주제만 논의했다"라고 밝혔었지요. 인플레이션이 높고, 길게 이어지고 있는 만큼 Fed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고민이 클 것입니다.
기존 통화정책 성명엔 "인플레이션은 높아졌지만 많은 부분은 '일시적' 요인들을 반영한 것이다"(Inflation is elevated, largely reflecting 'transitory' factors)라는 문구가 들어있습니다. 그랜드손튼의 다이언 스웽크 이노코미스트는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단어가 성명에서 빠질 것"이라며 "좀 더 매파적인 Fed를 대비해라. 빠른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문구가 바뀌면 정말 매파적으로 인식돼서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 그럴 가능성은 좀 낮을 것이고 아마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공급망 문제, 에너지 가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게, 또 길게 이어질 위험이 높아졌다'라고 언급하고 넘어가는 정도로 끝내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지난 8월 잭슨홀 연설에서 10여 분 이상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설명하는 데 할애했었습니다. 이번에도 질문이 쏟아지면서 많은 시간을 인플레이션에 대해 쏟아야 할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어쨌든 결론적으로는 시장은 파월 의장의 인플레이션 발언이 매파적이라고 느낄 가능성이 크고 채권 수익률 곡선은 더 평탄화될 것 같다"라고 예상했습니다.
Fed가 매파적으로 나올 것이란 예상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ING는 전날 미국의 경기 회복이 이어져 실업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인 3% 후반까지 떨어지면 Fed가 내년 초 테이퍼링 속도를 더 높여 내년 6월 이전에 채권매입을 끝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ING는 특히 "꽤 오랫동안 2022년 하반기 두 차례, 즉 9월에 한 번, 12월에 한 번 금리 인상을 예측해 왔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명백히 높아지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Fed가 더 공격적 태도를 보일 위험이 커지고 있다. 내년 7월부터 시작해 9월, 12월 등 세 차례 금리 인상을 하는 쪽으로 점점 더 기울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ING가 이렇게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봅니다. 강력한 수요 속에 공급망 혼란이 이어지고 있고 지속적 물가 요인인 임금과 임대료도 꿈틀대고 있습니다. 게다가 반도체 부족으로 폭등하다가 꺾였던 중고차 가격까지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ING는 12월 소비자물가가 헤드라인은 6%, 음식물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5%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4분기부터 경기 회복세가 강해질 것이란 겁니다. 2019년 말 이후 미국의 자산 가격이 26조 달러 이상 폭증했고 임금 상승도 이어지고 있어 강한 소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여기에 연방정부는 추가로 2조 달러가 넘는 돈을 인프라 및 사회복지에 쓸 것이고, 11월부터는 백신을 다 맞은 해외 관광객의 미국 입국이 가능해집니다. ING는 내년 미국 경제가 4.5%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아직 ING와 같은 매파적 관측은 컨센서스는 아닙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테이퍼링 내년 6월 종료, 내년 12월까지 기준금리 1회 인상입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내년이면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면서 Fed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겨울을 지나면서 공급망 혼란이 조금씩 풀리고 올해 인플레이션이 치솟은 4월부터는 기저효과가 역으로 작용하면서 내년 4월부터는 물가가 확연히 떨어질 것이란 관측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골드만삭스처럼 생각하는 이들도 그동안은 내년 2~3월부터 물가가 2%대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해왔는데 요즘은 3%대로 낮아질 것으로 얘기하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전날 장 마감 뒤 애플과 아마존은 실망스러운 3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애플은 공급망 혼란 탓에, 아마존은 구인난과 임금 상승 등으로 인해 월가 예상에 못 미치는 실적을 공개했죠. 스타벅스도 전체 매출은 늘었지만, 중국 시장 매출이 7% 감소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날 7% 급락했습니다.
이들이 모두 하락하면서 3대 지수는 0.3~0.7% 내림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오후로 접어들자 S&P500 지수는 상승 전환했고 처음으로 4600을 넘었습니다. 결국 0.19% 오른 4605.38로 장을 마쳤습니다. 다우는 0.25%, 나스닥은 0.33% 상승했습니다. S&P500 시가총액의 거의 10%를 차지하는 애플(-1.82%), 아마존(-2.15%)의 주가가 내렸지만, 시장 복원력은 대단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24% 폭등해 애플을 제치고 시총 1위에 등극하며 상승세를 견인했습니다. 테슬라는 또다시 3.43% 폭등했고 나이키와 인텔도 거들었습니다. 이날 국제 유가 상승으로 시장 예상보다 많은 3분기 이익을 발표한 셰브론, 엑슨모빌도 각각 1.21%, 0.25% 오르며 지원 사격을 했습니다.
이에 따라 S&P500 지수는 10월 한 달 동안에만 6.9% 폭등해 작년 11월 이후 최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7.3%, 다우는 5.8% 올랐습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미국 경제의 반등, 기업 이익의 전반적 선전, 뉴욕 증시의 계절성(연말 상승) 등 덕분에 투자자들이 눈에 띄는 기업들의 실적 타격을 잘 흡수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S&P500 기업의 절반 정도가 3분기 실적을 공개한 가운데 80% 이상이 월가 예상을 넘는 이익을 냈습니다. 그는 또 "애플, 아마존의 실적 저하 요인은 모두가 이미 알고 있거나 두려워했던 것이고 이미 정점에 달했을 수도 있다. 또 수요는 소멸하는 게 아니라 지연된 것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JP모간도 애플과 관련, "이번 공급망 혼란 영향은 일시적이며 매출과 수요가 뒤로 미뤄질 뿐"이라며 목표주가 180달러를 유지했습니다.
다음 주에도 160개 이상의 S&P500 기업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월요일(1일) NXP반도체 로우스 클로락스 △화요일(2일) 화이자 티모바일 에스티로더 액티비전블라자드 듀폰 데본에너지 △수요일(3일) 퀄컴 CVS헬스 메리어트 앨버말 MGM리조트 △목요일(4일) 모더나 조에티스 익스피디아 바이아컴CBS △금요일(5일) 버크셔헤서웨이 존슨콘트롤즈 등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아마존의 경우를 보면 저임 노동자가 많은 기업의 임금 부담이 매우 커졌다는 걸 알 수 있다"라며 "앞으로 소비, 유통 관련 기업들 일부가 예상보다 나쁜 실적을 내놓을 수 있다"라고 경계했습니다.
월가의 시장정보업체 날리지바이털은 이날 뉴욕 증시의 강세와 약세를 뒷받침하는 논리를 정리했습니다.
강세장 논리는 △기업 이익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자사주 매입 등 자본환원이 늘어나고 있다 △가장 큰 거시적 위험인 증세가 사라졌다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혼란은 이제 개선되기 시작할 것이다 등입니다.
반면 약세장 논리는 △경제 성장, 기업 이익, 통화 및 재정 부양책 등 모든 게 정점을 지나고 있다 △테슬라 비트코인 등 주가 움직임을 보면 대단하면서도 황당하다 △로빈후드의 실적을 보면 시장을 이끌어온 개인들이 주식에 관심을 잃기 시작한 것 같다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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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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