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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world View] 궁지 몰린 바이든, 산유국과 '원유 전쟁' 벌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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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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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도 어느덧 2년이 다 돼간다.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초기 기대와 달리 오미크론(Omicron)과 같은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 “Nobody knows(아무도 모른다)”라는 표현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정확한 진단이자 예상이다. 세계 경제와 글로벌 증시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뉴 애브노멀(new abnormal)’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1년 전 델타 변이보다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으로 세계 경제가 다시 ‘절연(insulation)’ 체제로 돌아간다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현실로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무서운 것은 개별 국가 입장에서는 정책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는 ‘3차 대전’(헨리 키신저), ‘2차 냉전’(니얼 퍼거슨)이란 경고가 나올 정도로 악화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경제패권 경쟁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이후 보복관세 부과, 첨단기술 통제, 미국 국채 매각 등을 매개로 한 미·중 간 마찰이 최근 들어서는 자국 통화 가치를 올리는 ‘평가절상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위안화 절하 문제를 놓고 환율 전쟁을 불사해온 종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본격적인 디지털 통화 시대를 앞두고 양국 간 새로운 화폐 전쟁이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까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양국 모두 인플레이션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기지로서 중국이 가장 중시하는 생산자물가(PPI) 상승률은 지난달 13.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달 소비시장으로서 미국이 가장 중시하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30년 만에 최고치인 6.2%를 기록했다. 국제금융협회(IIF)가 ‘퍼펙트 글로벌 인플레이션 스톰’이라는 극한 표현을 쓸 만큼 ‘인플레 쇼크’다.

최근 양국의 인플레는 경기 과열과 같은 총수요 요인보다 세계가치사슬(GVC)과 공급망(GSC) 붕괴에 따른 공급 측 요인이 강하다. 공급 측 인플레 대책으로 세 감면, 생산성 증대, 사회적 연대를 통한 임금상승 억제 등이 있으나 최근처럼 외부 충격에 따라 수입물가가 상승할 때는 자국 통화 가치를 높게 유지하는 것이 지금 당장 가져갈 수 있는 방안이다.

인플레 쇼크가 처음 발생한 지난 5월 이후 위안화 가치는 10% 정도 절상됐다. 한때 90선 밑으로 떨어졌던 달러인덱스도 최근 들어 96선을 넘어섰다. 인플레 쇼크가 범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준 10월 물가지표가 발표된 이후 양국의 통화가치 상승 폭이 크고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중국이 높은 생산자물가를 미국으로 ‘수출’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미·중이 벌이는 신화폐 전쟁은 미국과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 회원국 간 관계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상황과 맞물려 의외로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국제 원유 시장에서는 트럼프 정부 시절에 이어 원유 전쟁이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발단은 미국, 그중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다. ‘화합과 통합’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취임한 지 10개월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국민 지지도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외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조기 철수, 대내적으로는 제2 독립기념일 선언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잇따른 판단 착오의 결과다.

자동차 문화가 체질화된 미국 국민에게 가솔린 가격은 대통령 지지도와 직결될 만큼 특별한 의미가 있다. 특히 겨울철에 그렇다. 미국 국민은 집권당의 경제정책 성과를 ‘고통지수(MI=실업률+소비자물가 상승률)’로 판단한다. 1970년대 이후 국민 지지도가 떨어질 때마다 미국 대통령들이 저유가 정책을 추진하고 OPEC과의 관계가 악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2년 전 트럼프 정부 시절에도 OPEC 회원국 간 원유 전쟁 발발 직전까지 몰렸다. 연임 의지가 강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에서 뜻하지 않게 집권당인 공화당이 패하자 국민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OPEC에 대규모 증산을 요구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주도로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알래스카와 대륙붕 개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이든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지지도가 추락한 상황에서 본격적인 겨울철을 맞아 하루 100만 배럴 이상 증산을 요구했으나 이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OPEC은 성의 수준인 40만 배럴을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바이든 대통령은 전략원유 비축분 5000만 배럴 방출을 선언한 데 이어 일본, 한국, 영국, 인도 등에 동참을 요구해 약속을 받아냈다.

오랜 고민 끝에 차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으로 제롬 파월 현 의장을 재지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플레 파이터’로 나선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파월 의장보다 더 금융 완화를 주장하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를 차기 Fed 의장으로 앉힐 수 없어 행정담당 부의장으로 임명했다. 월가에서 파월 연임안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브레이너드 실세론’이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제2차 원유 전쟁이 발생할 것인가는 이번 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OPEC+ 장관회의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7년 전 국제 유가 배럴당 100달러 시대 종료와 함께 재정 사정이 악화돼온 OPEC 회원국들은 대규모 증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과 마찰하면서 인민의 힘을 얻어 시황제 반열에 오른 상황에서 영구 집권 야망을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더 이상 밀릴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도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다. 현 수준에서 지지도가 더 추락하면 임시방편으로 시한을 늘려 놓은 2022 회계연도 예산안, 연방부채 상한 유예 혹은 상향 조정, 사회적 인프라법 등이 공화당의 반대에 밀려 처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바이든 정부는 바이드노믹스를 제대로 추진해 보기도 전에 좀비 정부에 처하고 대통령 탄핵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미크론으로 2차 팬데믹이 우려될 만큼 코로나 확진자 수가 다시 급증하는 추세 속에 국제 유가마저 100달러 시대가 재연된다면 올해 2분기 이후 슬로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세계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로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1980년대 초반과 다른 것은 코로나 사태로 각국의 정책 여지가 다 소모된 여건에서는 더 심각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러시아, OPEC 회원국들이 모두 진퇴양난 국면에 처한 예민한 상황에서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으로 세계 경제가 재봉쇄돼 원유 수요마저 감소할 경우 국제 유가는 급락할 수 있다. 일부 예측기관의 시각대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밑으로 추락하면 OPEC 회원국들은 디폴트에 처할 확률이 높아져 바이든의 증산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감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때는 미국과 OPEC+ 회원국 간의 제2차 원유 전쟁이 예상된다.

문제는 우리다. 중동산 두바이유를 70% 이상 수입해 쓰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원유 비축분 방출 요구에 원칙적으로 동조한 상황에서 OPEC+ 회원국들로부터 불만 혹은 보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는 한 나라 경제와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가장 높은 수위의 비상과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가장 중요한 대체에너지원인 원자력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외면당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조력 등 다른 대체에너지원은 기후변화 등으로 효율성이 떨어진다. 지난달 13일 끝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그 어느 국가보다 빨리 석탄 사용 중지를 선언했다. 세계 모든 국가는 원전 복구와 증설에 나서고 있다. 탈원전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차기 정부에 바란다.

오미크론 변이 발생 이후 각국의 경제정책 운용에서는 현실로 닥칠 확률이 높아진 스태그플레이션을 어떻게 풀 것인가가 최대 난제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2차 오일 쇼크 이후 들이닥친 1980년대 초반의 스태그플레이션은 로널드 레이건 미국 정부가 세율 감면 등을 통한 ‘공급 중시 경제학’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물가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사태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통화와 재정정책 여력이 바닥 난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디지털 콘택트 육성 등 산업정책으로 풀어갈 가능성이 크다. 1990년대 후반 신경제 국면에서 확인됐듯이 네트워크만 깔면 갈수록 공급 능력이 확대되는 이른바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디지털 콘택트 산업이 발전하면 고성장하더라도 물가가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각국이 디지털 콘택트 산업을 더 육성하려면 두 가지 새로운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기업 권력이 국가 권력을 넘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테크래시(techlash)’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테크래시란 ‘기술(technology)’과 ‘반발(backlash)’의 합성어로 각국 정부와 빅테크 기업 간에 힘 겨루기하는 현상을 말한다.

또 다른 하나는 디지털 콘택트 기업이 시장을 독점할 경우 국가와 기업, 그리고 국민 사이에서 나타나는 ‘K’자형 양극화 구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빅테크’로 상징되는 디지털 콘택트 기업은 발전 정도에 따라 ‘횡재 효과’와 ‘상흔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소득 계층별로는 중산층이 무너지고 중하위 계층이 두터워진다.

코로나 사태 이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이드 섀플리 미국 UCLA 명예교수와 앨빈 로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의 공생적 게임이론이 부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공생적 게임이론을 경영에 접목하는 일환으로 ‘BOP(bottom of pyramid)’, 즉 빈곤층 비즈니스를 새로운 사업 모델로 주목하고 있다.

수익과 빈곤층 자립 기반 조성을 동시에 목표로 하는 BOP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동반자 관계 설정, 각종 기부 등을 통해 중소기업 및 저소득층과 함께 가는 제3의 길인 ‘임팩트(empact) 경영’에도 주력하고 있다. 임팩트란 감정이입을 뜻하는 ‘empathy’와 사회적 연대를 나타내는 ‘pact’가 결합된 용어로 사회적 연대경영을 말한다.

경제정책 운용과 관련해 공생적 게임이론이 ‘공유 혹은 공정 경제’ 논의로 진전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콘택트 산업 발전으로 자신의 능력과 결부되지 않은 외부 효과가 많이 발생함에 따라 경제게임 결과를 인정하고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거세다. 능력 이상으로 얻은 것은 거둬서 능력과 관계없이 피해를 본 계층에 나눠 주는 공유 혹은 공정 경제의 논리적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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