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일부상품 도지코인 결제 허용
취소·환불 안되고 최장 6시간 걸려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4일 암호화폐 도지코인(DOGE)으로 테슬라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테슬라는 이날 온라인 쇼핑몰에서 일부 물품에 도지코인 결제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지만, 살 수 있는 물건이 딱 세 개 뿐이다. 도지코인 1만2020개라는 가격표가 붙은 어린이용 전기 바이크 '사이버쿼드 포 키즈', 300개로 책정된 '사이버휘슬' 호루라기, 835개로 값이 매겨진 '기가 텍사스' 벨트 버클이 전부다. 전기차는 도지코인으로 못 산다.
◇ "알트코인 활용 새 길 개척"
그래도 암호화폐 업계는 환영한다. 가상자산 투자회사 비트코인IRA의 크리스 클라인 공동창업자는 "머스크는 수년간 크립토 커뮤니티의 든든한 지지자였다"며 "이번 발표는 상거래의 새 시대를 열고, 실생활에서 알트코인 사용처를 개척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도지코인 공동개발자인 빌리 마커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호루라기 이미지를 공유하며 흥미를 드러냈다. 그는 "도지코인은 비트코인과 달리 가치 저장보다 소비를 권장하는 통화"라고 했다.
포브스의 암호화폐 뉴스레터 크립토코덱스는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 명성을 높이면서 결제 수단으로서의 사용은 줄었다"며 "지난해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한 대신 도지코인을 받기로 한 머스크의 결정은 두 암호화폐가 얼마나 다른지를 부각시킨다"고 설명했다.
◇ 현금·카드보다 불편한 구석 많아
그런데 테슬라의 도지코인 도입은, 역설적으로 이 암호화폐가 현금이나 신용카드에 비해 결제수단으로서 갈 길이 멀다는 점도 드러냈다.
경제매체 CNBC는 "도지코인으로 테슬라 상품을 사려면 여러 가지 규정이 따라붙는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 반드시 도지코인 지갑이 필요한 건 그렇다 쳐도, 도지코인으로 주문한 상품은 취소와 환불이 불가능하다. 테슬라 공식 매장에서 일반적인 결제 수단으로 상품을 구입하면 수령 후 30일 안에 반품이 가능한 것과 차이가 있다.
테슬라는 도지코인 네트워크를 통해 지급 여부를 확인하는 데 최장 6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적시했다. 소비자가 실수로 물건값보다 많은 도지코인을 송금했거나 엉뚱한 코인을 보냈더라도 돌려받지 못한다. 블록체인 고수라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억울해할 일이다.
◇ 비트보단 적다지만, 도지도 에너지 잡아먹어
외신들은 암호화폐 채굴과 거래가 일으키는 에너지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3월 비트코인을 테슬라 결제수단으로 채택했다가, 화석연료 소비를 유발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50일 만에 취소한 이력이 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전문가들은 도지코인이 비트코인보다 에너지 측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지만, 채굴은 여전히 상당한 환경 비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며 "테슬라는 도지코인과 관련한 환경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지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TRG데이터센터의 지난해 5월 분석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거래 건당 707KWh, 도지코인은 12KWh의 전력을 소비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 머스크 영향력도 밈코인 인기도 주춤
세간의 가장 큰 관심은 이번 발표가 도지코인 시세에 미칠 영향이다.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머스크가 글을 올리기 직전인 오후 1시30분께 215원이던 국내 가격은 3시19분 255원까지 폭등했다. 이후 상승분 일부를 반납하면서 오후 11시 들어 230원대를 유지했다.
도지코인은 지난해 5월 8일 889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나는 데 열흘이 채 걸리지 않은 탓에 '500~800층' 사이에 물려버린 투자자도 존재한다. 현재 도지코인값은 역대 최고가 대비 70% 이상 빠진 상태다.
문제는 '도지파더' 머스크의 SNS가 시세를 흔드는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이다. 그의 트윗이 투자자를 쥐락펴락하던 때는 코인시장 활황기였고, 지금은 거래량 자체가 크게 줄었다. 연합인포맥스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업비트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5조739억원으로, 도지코인의 전성기였던 5월(19조1485억원)에 비해 4분의 1 토막이 났다. 도지가 주도했던 '밈(meme) 코인' 테마도 투자자들의 관심권에서 다소 멀어졌다.
머스크가 장기적 관점에서 도지코인 생태계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그는 도지코인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자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적도 있다.
도지코인은 2013년 소프트웨어 개발자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장난 삼아' 만든 암호화폐다. 최대 발행량이 정해지지 않아 누구나 무제한 채굴할 수 있다. 이날 기준 시가총액 11위 암호화폐이며 1326억7076만4300개가 유통되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취소·환불 안되고 최장 6시간 걸려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4일 암호화폐 도지코인(DOGE)으로 테슬라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테슬라는 이날 온라인 쇼핑몰에서 일부 물품에 도지코인 결제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지만, 살 수 있는 물건이 딱 세 개 뿐이다. 도지코인 1만2020개라는 가격표가 붙은 어린이용 전기 바이크 '사이버쿼드 포 키즈', 300개로 책정된 '사이버휘슬' 호루라기, 835개로 값이 매겨진 '기가 텍사스' 벨트 버클이 전부다. 전기차는 도지코인으로 못 산다.
◇ "알트코인 활용 새 길 개척"
그래도 암호화폐 업계는 환영한다. 가상자산 투자회사 비트코인IRA의 크리스 클라인 공동창업자는 "머스크는 수년간 크립토 커뮤니티의 든든한 지지자였다"며 "이번 발표는 상거래의 새 시대를 열고, 실생활에서 알트코인 사용처를 개척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도지코인 공동개발자인 빌리 마커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호루라기 이미지를 공유하며 흥미를 드러냈다. 그는 "도지코인은 비트코인과 달리 가치 저장보다 소비를 권장하는 통화"라고 했다.
포브스의 암호화폐 뉴스레터 크립토코덱스는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 명성을 높이면서 결제 수단으로서의 사용은 줄었다"며 "지난해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한 대신 도지코인을 받기로 한 머스크의 결정은 두 암호화폐가 얼마나 다른지를 부각시킨다"고 설명했다.
◇ 현금·카드보다 불편한 구석 많아
그런데 테슬라의 도지코인 도입은, 역설적으로 이 암호화폐가 현금이나 신용카드에 비해 결제수단으로서 갈 길이 멀다는 점도 드러냈다.
경제매체 CNBC는 "도지코인으로 테슬라 상품을 사려면 여러 가지 규정이 따라붙는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 반드시 도지코인 지갑이 필요한 건 그렇다 쳐도, 도지코인으로 주문한 상품은 취소와 환불이 불가능하다. 테슬라 공식 매장에서 일반적인 결제 수단으로 상품을 구입하면 수령 후 30일 안에 반품이 가능한 것과 차이가 있다.
테슬라는 도지코인 네트워크를 통해 지급 여부를 확인하는 데 최장 6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적시했다. 소비자가 실수로 물건값보다 많은 도지코인을 송금했거나 엉뚱한 코인을 보냈더라도 돌려받지 못한다. 블록체인 고수라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억울해할 일이다.
◇ 비트보단 적다지만, 도지도 에너지 잡아먹어
외신들은 암호화폐 채굴과 거래가 일으키는 에너지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3월 비트코인을 테슬라 결제수단으로 채택했다가, 화석연료 소비를 유발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50일 만에 취소한 이력이 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전문가들은 도지코인이 비트코인보다 에너지 측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지만, 채굴은 여전히 상당한 환경 비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며 "테슬라는 도지코인과 관련한 환경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지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TRG데이터센터의 지난해 5월 분석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거래 건당 707KWh, 도지코인은 12KWh의 전력을 소비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 머스크 영향력도 밈코인 인기도 주춤
세간의 가장 큰 관심은 이번 발표가 도지코인 시세에 미칠 영향이다.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머스크가 글을 올리기 직전인 오후 1시30분께 215원이던 국내 가격은 3시19분 255원까지 폭등했다. 이후 상승분 일부를 반납하면서 오후 11시 들어 230원대를 유지했다.
도지코인은 지난해 5월 8일 889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나는 데 열흘이 채 걸리지 않은 탓에 '500~800층' 사이에 물려버린 투자자도 존재한다. 현재 도지코인값은 역대 최고가 대비 70% 이상 빠진 상태다.
문제는 '도지파더' 머스크의 SNS가 시세를 흔드는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이다. 그의 트윗이 투자자를 쥐락펴락하던 때는 코인시장 활황기였고, 지금은 거래량 자체가 크게 줄었다. 연합인포맥스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업비트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5조739억원으로, 도지코인의 전성기였던 5월(19조1485억원)에 비해 4분의 1 토막이 났다. 도지가 주도했던 '밈(meme) 코인' 테마도 투자자들의 관심권에서 다소 멀어졌다.
머스크가 장기적 관점에서 도지코인 생태계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그는 도지코인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자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적도 있다.
도지코인은 2013년 소프트웨어 개발자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장난 삼아' 만든 암호화폐다. 최대 발행량이 정해지지 않아 누구나 무제한 채굴할 수 있다. 이날 기준 시가총액 11위 암호화폐이며 1326억7076만4300개가 유통되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블루밍비트 뉴스룸
news@bloomingbit.io뉴스 제보는 news@bloomingbit.io뉴스에 대한 의견과 질문을 자유롭게 남겨보세요!
방금 읽은 기사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