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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도미넌스 더 떨어져도, 1등은 바뀌지 않는다 [한경 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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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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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도미넌스란?

요즘 비트코인 도미넌스 지수(Bitcoin dominance index)가 점점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 말이 많다.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시장 지배력을 나타내는 수치로, 쉽게 말해 비트코인의 시가총액과 나머지 모든 알트코인의 시가총액을 비교하는 것이다.

주식시장을 떠올려보면 쉽다. 우리나라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약 20%를 왔다 갔다 한다. 이 비중이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의 자본이 다른 곳으로 옮겨간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삼성전자 가격이 8만 원 벽을 시원하게 뚫지 못하고 비실댄 이유는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에서 돈을 빼서 코스닥 블루칩 중·소형주나 해외주식에 더 많이 투자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하락하는 것을 두고 그동안 비트코인에 치중되었던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관심이 본격적으로 저마다 꽤 성공한 다른 알트코인들로 옮겨가고 있다고 해석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듯 하다. 실제 비트코인의 도미넌스 지수는 1년 전만 해도 70%에 육박하다가 18일 기준 39.79%까지 내려왔는데, 이는 2018년 이후 4년여 만에 최저치이다.▲과거 1년 비트코인 도미넌스 추이 / 출처: TradingView

하지만 단순히 비트코인의 시가총액 비율이 하락했다고 해서 비트코인의 시장 지배력이 감소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암호화폐 시장은 주식시장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 이유를 알아보자.

◇스테이블 코인까지 포함해야할까?

코인마켓캡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개 코인의 리스트를 살펴보면, 4위와 6위에 각각 ‘USD테더’와 ‘USD코인’이 자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으로 사실상 탈중앙 암호화폐라고 보기 어렵다. 코인의 형태로 발행되었을 뿐 그저 각 운영사가 은행 계좌에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발행된 일종의 달러 파생상품인 셈이다.


▲18일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개 코인 리스트 / 출처: 코인마켓캡

사실상 달러나 마찬가지인 이들을 굳이 비트코인 도미넌스 계산에 포함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차라리 스테이블 코인들의 시가총액을 광의통화(M2) 에 포함하여 비트코인 시가총액과 비교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된다. 달러의 글로벌 기축통화의 지위를 비트코인(또는 다른 레이어1 코인)이 얼마나 뺏어오고 있는지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의 역할은 주로 거래소나 디파이에서 트레이딩을 하려는 목적으로 사용될 뿐 블록체인 생태계가 발전하거나 암호화폐를 활용한 탈중앙식 경제가 커나가는 것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따라서 비트코인의 시가총액과 나머지 코인들의 시가총액 합산을 비교할 때 이들 스테이블 코인은 제외하는 것이 정확하다.

◇1만6903종의 암호화폐

필자가 처음 암호화폐 산업에 발을 들인 2018년만 하더라도 전 세계에 존재하는 암호화폐는 약 2000종류 정도였다. 그 수가 지난 4년 동안 무섭게 늘어 지금은 코인마켓캡 기준으로만 1만6903개의 코인이 존재한다. 대략 연간 4000개 안팎의 신규 코인이 생겨난 것이다. 이론상 코인을 발행하는 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으므로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코인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훨씬 더 많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상장되어 있는 코스피에서는 아무리 많아야 한 해에 20종목 정도만 신규로 상장된다. 작년 역대 최대 공모금액을 모았다는 중소형 바이오·기술주 중심의 코스닥도 겨우 115개 사만 신규로 상장되었을 뿐이다. 1년에 수천 개의 신규 코인이 등장하여 시가총액에 합산되는 암호화폐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비트코인 시가총액과 나머지 모든 알트코인의 시가총액을 비교하는 건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암호화폐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면 질수록 후자 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가총액 상위 10개 암호화폐로 범위를 줄여서 비트코인 대 나머지 9개 암호화폐를 비교하는 것은 어떨까? 조금 더 의미 있는 시도이긴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있다. 아래 그림은 2020년 1월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개 코인 리스트이다. 불과 2년 전이지만 지금 10대 코인 리스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코인들이 많이 보인다.

▲2020년 1월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개 코인 리스트 / 출처: 코인마켓캡

이렇듯 이더리움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3~10위 코인은 수시로 순위가 바뀌기 때문에 비트코인이 이들 때문에 시장 지배력을 잃어간다는 설명도 맞지 않는다. 새로운 암호화폐는 지금도 무수히 생겨나는 중이고 현재 10위권에 포진해있는 알트코인들은 끊임없이 신규 코인들의 도전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의 역사가 증명하듯 앞으로도 3위 이하의 코인들 순위는 계속해서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이야기는 1위 비트코인과 2위 이더리움 간의 대결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대마불사로 자리매김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시가총액간 간극은 좁혀질 것인가? 더 나아가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을 뛰어넘어 왕좌에 등극할 것인가?

◇The King Stay The King

위 질문에 대한 필자의 답으로 유명 암호화폐 리서치 회사인 메사리(Messari)에서 내놓은 ‘2022년 암호화폐 대전망(Crypto Theses For 2022)’ 리포트의 36페이지 내용을 소개한다. 리포트는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을 추월할 가능성을 약 20% 정도로 전망했다.

20%는 매우 낮은 가능성을 의미한다. 리포트는 이런 수치를 제시한 이유로 비트코인을 ‘본원통화(M0)’, 그리고 이더리움을 ‘구글’에 비교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이 현존하는 암호화폐 중 가장 우월한 형태의 돈이라면 이더리움은 가장 발달한 가상 컴퓨팅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전체 본원통화량(Total monetary base)는 6조 달러, 그리고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Alphabet)의 시가총액은 1조8600억 달러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현존하는 돈의 양보다 한 회사의 시가총액이 더 큰 상황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물론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누가 알겠는가? 원숭이 그림 NFT가 100억 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는 세상이니 말이다.

문제는 이더리움의 경우 이미 다른 레이어1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들의 도전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2년 전만 해도 10위권 밖에 있던 폴카닷, 테라, 솔라나, 카르다노의 시총은 작년 한 해 동안 무섭게 성장하여 이제 각각 10위, 9위, 7위, 그리고 5위에 자리매김하여 있다. 이에 따른 여파로 동기간 이더리움의 레이어 1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 시장 점유율은 80%에서 60%로 하락했다.

반면 완벽한 탈중앙화를 통해 가장 강력한 돈이 되려는 비트코인은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상태다. 도지코인, 시바이누, 비트코인캐시 등이 비트코인처럼 ‘탈중앙화된 돈’을 콘셉트로 한 대표적인 암호화폐이지만 아직 비트코인의 아성을 위협하기에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이는 희소성이라는 특성을 무기로 내세운 다른 재화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구글에 모나리자를 검색하면 수만 건의 이미지가 검색되지만, 가장 큰 가치를 인정받는 건 여전히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원작이다. 복제품이나 비슷하게 그린 아류작은 태생적으로 원작의 가치를 뛰어넘기가 어렵다.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앞으로도 계속 하락할 수 있다. 암호화폐 시장이라는 파이 자체가 커지는 속도가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는 속도보다 빠르다면 말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비트코인이 시가총액 1위에서 내려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비트멕스의 창업자 아서 헤이스(Arthur Hayes)는 비트코인 도미넌스의 미래를 이렇게 정리했다. 필자도 이 전망에 공감한다. “어떤 암호화폐도 최고의 화폐와 최고의 컴퓨팅 플랫폼이 동시에 될 수는 없다. 그리고 크립토 세상에서 가장 큰 화폐는 앞으로도 쭉 크립토 세상에서 가장 큰 기술 기업보다 규모가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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