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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주식과 비트코인은 함께 떨어질까 [한경 코알라]

기사출처
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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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훈종의 알쓸₿잡 [21]

△비트코인과 주식의 동조화
암호화폐 리서치 기관인 인투더블록(IntotheBlock)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격과 나스닥 100지수의 상관계수가 0.9로 역대 최대치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암호화폐와 주식이 완벽히 동조화되었다는 의미이다.

인투더블록은 이 현상을 “아직 대부분의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나스닥 2배 레버리지 ETF쯤 되는 상품으로 여기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주 넷플릭스의 작년 4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자 주가가 20%나 급락했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미국 주가지수와 비트코인 가격이 함께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1월 전고점인 6만 9000달러에서 절반 정도 하락한 3만 5000달러대를 유지 중이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의 가치저장 수단으로의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모양이다. 실제 지난 한 주간 나스닥과 비트코인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동안 미국 국채와 금 가격은 반대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시장에 전반적인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난 것인데, 비트코인이 진정한 가치저장 수단이라면 함께 올랐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치저장 수단과 가격방어 수단의 차이
여기서 잠깐 가치저장 수단이 무엇인지부터 짚고 넘어가 보자. 가치저장 수단은 한 마디로 ‘미래의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중앙은행과 정치인들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돈의 가치를 희석해도 지금 내가 보유한 구매력을 미래에도 똑같이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가장 완벽한 가치저장 수단인 셈이다.

금은 수천 년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가장 안전한 가치저장 수단의 지위를 다져왔다. 금이 지닌 몇 가지 속성이 이런 지위를 획득하는 데 크게 일조했는데, 아무리 더 만들고 싶어도 1년에 2% 이상 공급량을 늘릴 수 없는 ‘희소성’과 시간이 흘러도 다른 물질에 의해 화학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영원성’이 그것이다. 역사적으로 이 두 가지 속성이 부족한 귀금속들은 모두 가치저장 수단이 되는 데 실패했다.

비트코인은 4년에 한 번씩 공급량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라는 장치를 통해 금보다 더 뛰어난 희소성을 획득했으며 암호학, 작업증명 방식의 채굴 메커니즘, 블록체인 기술, 난이도 조절 기능, 1메가바이트 블록 용량 등의 장치들을 적절히 조합하여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탈중앙 네트워크를 만들어 냄으로써 영원성까지 획득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주식시장과 동조화하는 것은 서두에 인투더블록이 정확히 지적하였듯, 아직 대부분의 투자자가 비트코인을 ‘나스닥 레버리지 ETF’ 정도로 생각할 뿐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이 지닌 속성을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비트코인이 가치저장 수단인지 아닌지는 지금과 같이 이따금 주식과 동조화하는지 여부에 달린 것이 아니라 긴 시간 동안 화폐가치 타락과 인플레이션에서 대중의 구매력을 방어해 내는지에 달린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단순히 주식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가격방어 수단’에는 인버스 ETF 상품 같은 것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가치저장 수단’인 것은 아니다.

△가치저장 수단도 변동성에 시달린다
비트코인은 금이 지닌 가치저장 수단의 특성을 더욱 극단적인 형태로 보유했지만, 세상에 등장한 지 이제 겨우 13년밖에 되지 않았다. 모든 신기술은 시장에서 통용되고 대중에게 보급되기까지 넘어야 하는 침체기가 있다는 캐즘(Chasm) 이론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현재 이 침체기의 한 가운데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든 기술에 이런 침체기가 존재하는 이유는 대다수 일반인은 언제나 새로운 기술에 큰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이커머스 시장의 50%를 석권 중인 아마존(Amazon)도 처음 세상에 등장한 1997년부터 거의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사기라는 소리를 들었다. 겨우 사업모델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2015년 즈음에는 고평가 논란이 시작되었는데, 주당 500달러이던 주가가 3000달러까지 오르는 동안 고평가 논란은 매년 끊이질 않았다. 지금은 아마존의 기업가치를 의심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신기술이 대중화되어 본격적인 가치가 반영될 때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가격이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가격 변동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가장 안정적인 가치저장 수단인 금 역시 마찬가지다.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붕괴했던 2008년, 금 가격은 거의 30% 하락하며 안전자산이자 세이프 헤이븐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즉,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제아무리 가치저장 수단이라고 해도 시장에 가해진 충격이 얼마나 크냐에 따라 변동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으로 도망가는 시대가 온다
지난 2008년과 같은 커다란 금융 위기가 찾아오면 사람들은 주식, 금, 은, 채권, 신흥국 통화 등 모든 자산을 내던지고 최후의 보루인 미국 달러화로 갈아타려고 한다. 이를 투자 용어로 플라이트 투 퀄리티(Flight to Quality)라고 하는데 의역하자면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이동’을 의미한다.

그러나 시장은 최근 미국 달러가 정말 ‘퀄리티’인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자 주식과 미국 국채 가격은 동반 하락했다. 그동안 거시적인 위기가 발생하면 두 자산이 디커플링(탈동조화)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무언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아직 금의 10%밖에 되지 않는 이유는 아직 대다수의 사람이 이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비트코인을 기술주 정도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 국채와 달러화가 정말 최후의 보루의 역할을 더 이상 못하는 시점이 오면, 비트코인의 가치는 가장 안전한 가치저장 수단이자 글로벌 기축통화로서 재조명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비트코인 가격은 여러 차례 반토막 나며 우리에게 뼈아픈 경험을 선사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캐즘을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면 그 길은 험난할지라도 끝은 창대하리라 기대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앞으로도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출렁일 수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의 구매력을 높이고 부를 지켜주는 가치저장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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