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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블록스에 은행 지점 내고 가상 사무실에서 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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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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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실험 속도 내는 KB국민은행…신입 행원 교육도 게더타운에서

[비즈니스 포커스]
2월28일 기자의 아바타가 로블록스 내 구현된 KB국민은행 지점을 방문해 대출 상담을 받았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신용 등급이 ‘B’ 등급입니다. 등급이 한 단계 올라가면 이자를 덜 낼 수 있어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Roblox) 내 문을 연 KB국민은행 가상 영업점 직원의 말이다. 2월 28일 오후 기자는 KB국민은행의 메타버스 영업점에서 대출을 실행하고 집 한 채를 장만했다.

◇ 메타버스 영업점 체험해 보니

KB국민은행은 올해 2월 로블록스 내에 KB금융타운 베타 버전을 만들어 가상 영업점과 금융을 접목한 게임을 론칭했다.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로블록스는 게임사가 만든 게임을 이용자들이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기존 게임과 달리 이용자가 레고처럼 생긴 캐릭터와 맵(게임)을 조립해 자체적으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로블록스 안에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도구인 스튜디오 기능이 있다.

KB국민은행은 로블록스에 맵을 만들고 그 마을에 부동산(집)과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해주는 KB국민은행 지점을 구현했다. 이 게임은 사용자의 금융 교육을 목적으로 고안돼 게임 안에서 가상의 돈을 빌려 집을 사거나 빌린 돈을 불리고 갚아 나가는 시나리오로 구성됐다. 다만 현실 세계에서 쓰이는 진짜 돈이 아니고 게임 안에서 쓸 수 있는 가상의 ‘돈(KBC)’을 활용한다.

통상 취재 현장을 나가면 항상 노트북을 넣은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데 이번엔 책상 위에 올려 둔 노트북을 통해 메타버스 영업점을 체험해 봤다. 먼저 KB국민은행이 알려준 로블록스 주소로 접속해 회원 가입을 했다.

게임을 실행하면 토끼 캐릭터의 안내자가 ‘집을 계약하고 부자가 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줄까?’라고 말을 건다. 이때 ‘응! 알려줘’라고 선택하면 KB국민은행이 로블록스 내에 구현한 마을에 입장하게 된다.

마을 광장에 기자의 아바타가 나타나고 화면 오른쪽 상단에 KBC와 대출금, 집 보유 수, 신용 등급 화면이 보인다. 처음 접속한 만큼 신용 등급은 ‘C’였고 보유하고 있는 돈은 없었다.

KB국민은행이 제시한 게임 규칙은 간단했다. 왼쪽 상단에 나타난 지도를 보면서 부동산 중개소를 찾아가 집을 계약하고 이후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 대출 후 다시 부동산 중개소를 찾아가 집을 구매한다.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신용 등급이 떨어진다.

광장에서 마을 상점으로 들어가는 과정에 게임 요소가 설치돼 있었다. 길 곳곳에서 KBC를 획득할 수 있도록 했고 자물쇠와 보물 상자 테마를 활용해 신용 등급을 높이거나 하락하는 게임 요소도 넣었다.

기자가 구매하기로 한 부동산 가격은 1억2000만 KBC, 은행까지 가는 동안 모은 돈은 21만 KBC, 신용 등급은 ‘B’였다. 가상 영업점 직원은 부동산 가격에서 현재 보유하고 있는 돈을 제외한 금액만큼 대출이 가능하다는 안내와 함께 약 1700만 KBC 만큼의 이자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 신용 등급이 한 단계 더 올라가면 이자가 줄어든다는 안내도 잇달아 화면에 올라왔다. 집을 장만한 후 빚을 제때 갚지 않아 신용 등급이 떨어지면 사용자는 보물 찾기 등의 ‘노동’을 통해 신용 등급을 회복할 수 있다.

사실 메타버스라고 해서 별다를 것은 없었다. 오히려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 등을 경험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겐 익숙한 또 하나의 가상세계와 같았다. 다만 KB국민은행은 집을 계약하고 대출하고 빌린 돈을 갚는 과정을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 구현했고 이 과정에서 신용 등급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가상공간 경험을 현실 세계로 연결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한 점도 특징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주식 시세 등 외부 정보 연계, KB 화상 상담 서비스와 모바일 브랜치의 연동, 아빠에게 용돈 조르기 서비스도 실험적으로 구현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휴대전화로 KB국민카드 발급 절차 혹은 화상 상담을 위한 링크를 보내 주는 수준이다.

◇ 메타버스에서 행사 진행 등 사업 잰걸음

KB국민은행은 지난해부터 메타버스 테스트베드를 금융과 연계하는 실험에 나섰다.

먼저 그룹 차원에서 직원들의 메타버스 활용과 경험 확산을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Gather Town)을 활용한 ‘KB금융타운’을 지난해 7월 선보였다. 게더타운은 같은 공간에 모인 아바타끼리만 화상 대화가 가능하도록 가상 공간을 구현한 플랫폼이다. 소통이 제한적인 모바일 뱅킹과 달리 현실과 혼합된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에서는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소통이 가능하다.

KB금융타운은 금융·비즈센터, 재택센터, 놀이 공간 등 총 3개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금융·비즈센터는 영업점, 홍보·채용 상담 부스, 대강당, 소셜 공간으로 구성됐다. 재택센터는 재택 근무자와 사무실 근무 직원 간의 원활한 소통과 협업이 가능하도록 꾸몄고 놀이 공간에는 공원과 미로 찾기 게임 등 휴식 공간으로 만들었다.

가상 영업점은 아직 실험단계이지만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가상 사무실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과의 회의나 비대면 업무를 KB금융타운 안에서 하고 있다. 직원이 자신의 아바타를 가상 사무실에 대기시킨 채 재택근무를 할 때 다른 직원의 아바타가 업무를 논의하기 위해 해당 직원을 찾아오면 즉시 화상으로 연결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재택근무로 팀원들 간 소통을 활발히 할 수 있어 업무 효율이 훨씬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엔 신입 행원 연수의 개강식과 주요 강의도 게더타운을 활용해 진행했다. 메타버스 공간에 여의도 신관·천안연수원·김포IT센터 등 은행의 주요 건물을 구성해 신입 행원들이 가상 공간에서 실제처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핵심 가치 찾기 미션, 세대공감 퀴즈존 운영을 통해 학습에 재미를 더한 프로그램으로 구성, 가상 공간 특유의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는 설명이다.

특히 메타버스 공간의 연수 과정은 신입 행원 각자가 자신의 개성을 나타낸 아바타를 통해 소통하고 학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대화존에선 본인이 지망하는 근무 부서 선배들과 질의응답을 통해 신입 행원 연수 기간 중 학습 방향과 은행 생활의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 또한 팀별 소모임 존을 통해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메타버스의 게더타운의 양방향 의사소통의 장점을 활용했다.

이어 11월엔 VR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금융 서비스 실험을 위해 ‘KB 메타버스 VR브랜치’ 테스트베드를 구축했다. KB 메타버스 VR브랜치는 가상 공간에 실감 나는 영업점 구축,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기반의 사용자 환경(UI)과 인터랙션 개발, 고객과 직원 아바타를 이용한 일대일 자산 상담 기능 등을 제공한다. VR 콘텐츠 전문 기업 쉐어박스와 협업해 구축했다.

VR브랜치는 크게 인트로·메인홀·개인종합창구·VIP라운지로 구성됐다. 인트로는 미래 KB금융타운을 이미지화했고 메인홀은 ‘마이페이지’ 메뉴에서 개인화된 금융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개인종합창구에서는 송금 등 간단한 금융 거래를 할 수 있고 VIP라운지에서는 직원아바타와 상담을 통한 투자 성향 분석과 포트폴리오 설계를 체험할 수 있다.

◇ '메타버스' 힘주는 은행권

은행권이 메타버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들의 최종 종착지는 메타버스 플랫폼 내 ‘가상 영업점’에서 고객과 만나는 것이다. 은행 업무가 가능한 메타버스를 개발한다면 시장 수혜를 앞서 받을 수 있다.

NH농협은행은 이달 핀테크 전문 기업 핑거와 제휴, 메타버스 플랫폼 ‘독도버스’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독도버스는 가상 공간 속 독도에서 아바타를 생성해 농사·낚시·쓰레기줍기·공병줍기 등 임무를 수행하며 성장시킨다. 1차 오픈에서는 사전 가입자 6만6500명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전 가입자는 독도버스를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고 퀘스트 등을 수행할 수 있다. 또 획득한 도스(DOS)로 도민권을 구입할 수 있는 특권도 주어진다. 도민권은 제한된 수량의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으로 발행될 예정이고 도민권이 있어야 집과 땅을 소유할 수 있는 구조다. 광복절인 8월 15일 서비스를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이미 일부 은행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메타버스 전문 업체인 오비스(oVice)와 함께 메타버스 공간에서 소상공인들이 실제 업무를 볼 수 있는 ‘우리메타브랜치’를 지난해 12월 선보였다. 우리메타브랜치는 우리은행이 운영 중인 ‘우리 소상공인 종합지원센터’를 메타버스로 구현했다. 이곳에선 전담 직원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정책 금융 대출, 상권·입지 분석, 각종 사업 계획 수립 지원 등 소상공인을 위한 일대일 맞춤 컨설팅을 제공한다. PC로 이용할 수 있고 모바일 버전은 올해 상반기 내 오픈할 예정이다.

IBK기업은행은 싸이월드 메타버스 플랫폼에 ‘IBK 도토리은행’을 선보일 계획이다. IBK 도토리은행은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누구나 방문해 IBK기업은행의 개인 상품과 서비스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구현한다. 도토리 구매 건수에 따라 리워드를 제공하는 ‘IBK 도토리통장(가칭)’ 등 싸이월드 유저들을 위한 맞춤형 금융 상품을 출시하고 게임 요소를 접목한 ‘메타버스 금융 체험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싸이월드는 3월 부활을 약속했는데 IBK기업은행은 싸이월드가 출시되면 도토리은행 프로젝트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한은행은 연내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론칭한 후 가상 영업점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가상 공간에서 오프라인 영업점과 같은 수준의 상담은 물론 예금과 대출 등 금융 상품 가입도 제공한다. 지난 2월엔 KT와 지분 교환을 통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한 ‘생활 밀착형 전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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