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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캐시 우드 실패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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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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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길 글로벌마켓부장

미국 뉴욕의 월가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 있다. CNBC 방송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으로 투자클럽을 운영하고 있지만 특정 종목 매수를 추천할 때마다 “이젠 해당 종목을 팔 때”란 반응이 쏟아졌다. 그동안의 수익률이 신통치 않았던 탓이다.

그런 크레이머가 최근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혹평했다. 손대는 종목마다 주가가 급락한다면서다. ‘죽음의 키스(kiss of death)’란 별명까지 붙여주며 “끔찍하다”고 했다. 증권가에선 두 사람의 신경전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우드는 한때 월가에서 가장 잘나가는 펀드매니저였다. 팬데믹 이후 급등하는 종목을 족집게처럼 골라냈다. 직접 운용하는 여러 개의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은 대부분 100%를 넘겼다. 한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돈나무 언니’란 애칭으로 불렸다.

◇최고 수익 자랑하다 조롱거리로
우드 인기가 바닥까지 떨어진 건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수익률이 추락하면서다. 대표 상품인 아크혁신 ETF와 아크차세대인터넷 ETF 수익률은 올해 들어서만 60% 가까이 떨어졌다. 한때 600억달러에 달했던 9개 ETF 순자산은 22일 기준 164억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우드가 고른 종목들을 추적해 반대로 투자(공매도)하는 상품(터틀캐피털쇼트 ETF) 수익률은 작년 11월 상장 후 110%에 달하고 있다.

뭐가 문제였을까. 일단 아크인베스트에서 내부 통제와 위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월가의 지적이다. 아크혁신 ETF와 아크차세대인터넷 ETF에 담긴 종목은 36개씩이다. 아크핀테크 ETF엔 30개뿐이다. 이런 액티브 펀드엔 100개 넘는 종목을 담는 게 일반적이다. 우드의 ETF가 애당초 일부 종목 움직임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였다는 얘기다.

게다가 서로 다른 ETF인데도 겹치는 종목이 많았다. 아크혁신 ETF와 차세대인터넷 ETF의 상위 10개 종목 중 7개가 중복됐다. 로쿠 줌비디오 블록 텔라독 코인베이스 트윌리오 테슬라 등이다. 테슬라를 빼면 올해 주가 하락률이 50~60%에 달했다. 우드의 투자 업종이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는 고성장 기술주에 편중됐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미국에서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어서다. 고금리는 차입에 많이 의존하는 고성장 기술 기업의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종목 쏠림·독단 결정 등이 자초
아크인베스트 펀드들이 우드의 독단적 결정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는다. 철저한 자료 분석과 집단 지성 대신 개인의 ‘감’에 따른 종목 선택이 많다는 게 내부 전언이다. 그렇다고 우드의 판단이 항상 맞아떨어진 것도 아니다. 작년 “비트코인 가격이 50만달러까지 뛸 것”이라고 밝힌 뒤 관련 종목을 대거 편입했지만, 암호화폐 시장이 뒷걸음질 쳐온 게 좋은 예다.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개당 3만달러 안팎이다. 펀드 평가업체인 모닝스타는 “후계자를 키우지 않아 우드를 대체할 인물이 아예 없다는 게 큰 약점”이라며 아크의 모든 ETF에 부정적 등급을 매겼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드는 자사 ETF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란 믿음이다. 수익률이 급락한 데 대해선 미국 중앙은행(Fed)에 화살을 돌렸다. “Fed가 금리를 갖고 불장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고물가에 따른 정책 변화를 예측하고 투자 전략을 고민하는 대신 Fed에 날을 세운 것이다.

우드에 대한 월가의 차가운 시선은 바닥을 헤매는 수익률보다 놀랄 만큼 해이한 위험 관리와 전략의 부재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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