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엄습하기 시작했던 2년전 5000달러 초반대에 머물렀던 비트코인 가격이 작년 11월에는 66,000달러를 넘어섰다. 수익률만 13배가 넘었다. 한 뿌리 가격이 1년 중산층 생활비의 10배를 웃도는 수준까지 올랐던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가격보다 더 오를 정도로 투기 광풍이 불고 있는 셈이다.
2017년과는 다른 것은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테라, 루나와 같은 다른 가상화폐도 투기 열풍이 불었다는 점이다. 가상화폐 시장으로 자금의 대이동(great rotation)이 발생함에 따라 전통적인 자산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감지된다. 법정화폐 시장의 미국 달러화처럼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비트코인 중심으로 가상화폐 질서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4년 만에 미세스 와다나베도 또다시 등장했다. 와다나베 부인은 엔화를 차입해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일본 여성을 통칭해서 부르는 용어다. 미세스 와다나베는 엔화를 차입해 크립토커렌시, 즉 가상화폐과 같은 암호 화폐를 한국과 같은 비트코인 거래가 활발한 국가에서 매입해 차익을 겨냥하는 일본 남성을 말한다.
아직까지 공식화되지 않는 가상화폐에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것은 코로나 사태 이후 돈일 너무 많이 풀렸고 이를 회수하는 출구전략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이 거품이 우려될 정도로 너무 올라 대체자산을 찾는 과정에서 언택트와 디지털 콘택트의 급진전으로 가상화폐의 매력이 재차 부상하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특히 한국인이 열광하는 것은 가상화폐 가격 움직임이 냄비 속성이 강한 국민성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가상화폐의 경우 공급의 가격탄력성이 완전 비탄력적이어서 수요가 증가해 수요 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하면 ‘가격이 급등(sky rocketing)’하고, 반대의 경우 수요곡선이 좌측으로 이동해 ‘순간 폭락(flash crash)’ 현상이 발생한다.
초기 호기심에서 관심을 끌고 이내 곧 사라질 것으로 봤던 각국이 비상이 걸렸다. 이제 방치하기에는 가상화폐의 위상이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거래액은 골드만삭스, 모건 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을 넘어섰다. 테슬라 등은 자사 제품의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것을 선언했을 뿐만 아니라 가상화폐관련 금융상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위기 조짐도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2017년 6월 이더리움, 같은 해 9월 영국의 비트코인 펀드에 이어 이번에는 테라와 루나 가격이 폭락하면서 마진콜이 발생했다. 작년 3월 한국계 빌황이 이끄는 아케고스발 사태에서 재확인됐듯이 마진콜이 발생하면 이에 응하는 ‘디레버리지(deleverage?기존 자산회수) 과정에서 다른 자산시장으로 전염될 가능성도 높다. 테라와 루나발 금융위기 우려가 제기되는 이 때문이다.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각국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크게 두 가지 방향이다.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과 같은 신흥국은 적극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는 가상화폐 대책에서 거래금지(청소년), 시세차익에 대한 과세,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등과 같은 강력한 대책을 다시 꺼내들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은 가상화폐와 같은 종전에 볼 수 없었던 현안에 대한 대책을 세울 때 시장 움직임을 중시한다. 일본과 영국은 법정화할 계획을 선언했다. 미국은 달러화와 충돌하는 문제로 법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크게 규제하지 않고 시장에 맡겨놓는 불간섭 원칙을 지키고 있다.
신흥국과 선진국의 대책에 있어서 서로 다른 방향을 채택하는 것은 가상화폐가 갖고 있는 양면성 때문이다. 투기 광풍, 금융 불안 등과 같은 부정적 측면을 우려하는 신흥국은 규제하는 대신 4차 산업혁명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 ‘블록체인’이라는 가상화폐 핵심기술 등을 주목하는 선진국은 법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록체인은 블록(block)을 잇따라 연결(chain)한 모임을 뜻한다. 블록에는 일정 기간 동안 가상화폐 거래 내역이 담겨있다. 이를 체인으로 묶은 것처럼 연결해 인터넷에 접속된 수많은 컴퓨터에 동시에 저장한다. 모든 정보를 슈퍼컴퓨터(서버) 한 곳에 저장해 언제든지 해커의 공격을 받거나 오류가 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이 때문에 JP모건과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으로부터 월마트와 같은 유통사, 세계 최대 해운회사인 머스크에 이르기까지 블록체인을 상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흥국이 단기적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선진국의 움직임을 따라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상화폐 앞날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논쟁이 있다. ‘과연 화폐가 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비트코인이 달러보다 낫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비트코인에 가치가 있다는 것은 수표를 만드는 종이에 가치가 있다“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말했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단위인 ‘비트(bit)’와 동전(coin)을 합친 용어다. 2009년 비트코인을 처음 개발한 나카모도 사카시라는 가명의 프로그래머는 빠르게 진전되는 온라인 추세에 맞춰 갈수록 기능이 떨어지는 달러화, 엔화, 원화 등과 같은 기존의 법화(法貨?legal tender)를 대신할 새로운 화폐를 만들겠다는 발상에서 비트코인을 개발했다.
가상화폐가 화폐가 되기 위해서는 거래 단위, 가치저장 기능, 회계단위 등의 본래적 기능을 다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이런 요건을 갖춰다 하더라도 국민의 보편적인 화폐로 정착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경과돼야 한다. 공식적으로 기존의 화폐를 가상화폐로 대체하는 화폐개혁도 단행해야 한다.
<표1> 화폐적 측면에서 법화, 전자화폐, 비트코인 비교 (자료 : 한국은행)
분명한 것은 각국 국민의 화폐생활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큰 변하는 현금 없는 사회가 닥치고 있는 점이다. 오히려 국가의 공식적인 화폐인 법화를 갖고 있으면 부패와 탈세 등의 혐의로 의심받는, 즉 하버드대 케네스 로코프 교수가 주장한 ’현금의 저주(curse of cash)’ 단계까지 이르고 있다.
통화정책 여건도 급변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종전의 이론과 관행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함에 따라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떨어지고 있는 점이다. 각국 중앙은행은 이런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가상화폐 확산’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가상화폐를 누가 발행하느냐와 어느 단계까지 발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중앙은행의 금리조절 능력 △가변성이 더 높아질 통화승수와 통화유통속도 △잘 작동되지 않을 통화정책의 전달경로(통화공급 조절→금리 변화→총수요 증감→성장률?물가 조절) △통화정책 추진 과정에서 흐트러진 정책수단과 중간조작, 최종목표 간 인과 관계 재정립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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