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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통화정책, 한결같은 비트코인…결국엔 신뢰얻을 것 [한경 코알라]

기사출처
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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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 현상의 배경: 돈 회수하는 Fed


올해 초만 해도 1200원 밑에 있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부터 가파르게 올라 이제 1300원까지 뚫을 기세다. 지난달 23일엔 잠깐이지만 1303원을 찍고 내려오기까지 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원화 대비 달러의 가치가 더 높아진다는 뜻이다. 원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가 올라가면 우리나라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달러로 무역대금을 결제받는 국내 수출 기업들은 높아진 환율의 혜택을 받는다. 반면 내수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은 비싸진 수입물가에 직격탄을 맞는다. 최근 들어 점심 시간 외식 물가가 많이 오른 것을 느낀다. '점심'(Lunch)과 '물가상승'(Inflation)의 합성어로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달러화 강세는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16개 통화 바스켓 대비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WSJ달러인덱스는 지난 1년간 12% 가까이 상승했다. 선진국, 신흥국 가릴 것 없이 전 세계 주요 통화 대부분이 달러화 대비 평가 절하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미국 중앙은행(Fed)은 2020년 글로벌 팬데믹 발생 이후 지금까지 약 5조 달러에 이르는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 Fed가 대차대조표상 보유 중인 자산 규모로 보면 팬데믹 이전 대비 거의 2배가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동안 시장에 유동성 홍수를 퍼부은 것은 미국 만이 아니었다. 유럽 중앙은행인 ECB, 일본 중앙은행 BOJ, 그리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까지 전무후무한 규모의 유동성 공급 행렬에 동참했다. 네 국가의 중앙은행이 보유한 자산 규모는 팬데믹 이전 19조 달러에서 불과 2년만에 30조 달러까지 가파르게 늘었다.


달러화가 다른 통화들 대비 강세를 띄게 된 직접적인 배경엔 올해 3월과 5월, 그리고 6월에 걸쳐 세 차례 단행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때문이다. 국가간 통화가치는 모두 상대적으로 결정된다. 다른 국가들의 통화정책은 가만히 있는데 미국만 금리인상에 테이퍼링을 단행하니 상대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게 됐다. 유럽은 이제서야 7월부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겠다는 계획만 발표한 상태다. 중국은 기준금리 인상 흐름을 따르지 않는 것은 물론, 돈을 거둬들이는 양적 긴축에도 나서지 않고있다. 일본은 아예 정반대인 양적 완화까지 단행하는 중이다.


◇부루마블 게임 아날로지


어릴 적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앉아 즐겨했던 보드게임 중 ‘부루마블’이라는 게임이 있었다. 1982년 씨앗사에서 개발한 보드게임으로, 이름의 유래는 우주에서 바라 본 지구의 모습에서 따온 블루마블(Blue Marble) 이라고 한다. 출시 당시 흔히 사용했던 발음대로 '부루마불'로 지어졌다고 한다. 게임 참가자가 보드상의 땅을 구입하면서 그 이용료로 모든 상대 플레이어를 파산시키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다.


지금 우리 눈앞에 부루마블 판이 2개가 있다고 치자. 두 곳 모두 적용되는 규칙은 같다. 땅과 부동산 값도 동일하고 참가자의 말이 보드판을 한바퀴 돌면 은행으로 부터 받는 월급도 300만원으로 동일하다. 각 보드판에서 게임이 시작된다. 참가자의 말들이 주사위를 굴려 나오는 숫자만큼 전진하고 한바퀴를 다 돌면 300만원을 받는다. 차곡차곡 돈을 모아 마침내 땅을 사면 다음부터는 그 땅에 멈추는 다른 참가자들에게 통행세를 받을수 있다. 땅과 건물을 더 빨리 늘려나가는 참가자는 수입도 그만큼 더 빨리 늘어난다.


별안간 첫번째 보드판의 은행이 참가자들에게 몰래 속삭인다. “우리 보드판은 저쪽 보드판에 비해 게임 진행 속도가 너무 늦네요. 제가 이제부터 한바퀴 돌때마다 나오는 월급을 1000만원으로 인상해 드릴테니 속도를 올려보세요. 대신 저쪽 보드판에는 비밀입니다.” 첫번째 보드판의 참가자들은 이전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땅과 건물의 수를 늘려나갈 수 있으므로 대 환영이다. 그렇게 첫번째 보드판만 몰래 변경된 규칙을 적용한 채 게임이 진행된다. 두번째 보드판에서 게임을 하던 참가자들은 갑자기 첫번째 보드판에서 고층 건물들이 빠르게 늘어나는것을 보고 이상함을 느낀다. 첫번째 보드판의 참가자들은 넘쳐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서 이제 두번째 보드판에까지 넘어와 땅을 쓸어가는데 자신들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만 하는 게 수상하다. 결국 두번째 보드판의 참가자들도 은행에 달려가 월급인상을 요구하게 된다. 이제 두번째 보드판의 참가자들은 한바퀴를 돌때마다 1200만원을 받는다. 물론 첫번째 보드판에는 비밀이다.


팬데믹 이후로 미국, 유럽, 중국,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경제에 천문학적인 유동성이 풀린 과정도 위 부루마블의 상황과 상당히 비슷하다. 우리는 당연히 팬데믹 이후 위 4개국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에 추가된 11조 달러의 유동성이 치밀한 계산해 의거한 것일거라 믿지만, 사실 그런 믿음은 이미 깨졌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연초까지만 해도 “인플레는 일시적이며, 우리는 대응수단을 갖고 있다”고 자신 만만해 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과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나란히 8%대까지 치솟았다. 미국은 40년 만에, 유로존은 통계 집계(1997년) 이후 최고치다. 각국 중앙은행은 그동안 그저 경쟁적으로 돈풀기를 해왔을 뿐이다. 세계 경제는 그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부유층에게 집중되는 양적완화의 효과


각국 중앙은행은 양적 완화와 보편적 기본소득을 이용해 유동성을 풀어왔다. 이해를 돕기위해 다시 부루마불 예로 돌아가 보자. 어느 날 은행이 보드판에서 가장 많은 땅과 건물을 차지하고 있는 참가자에게 속삭인다. “당신이 게임에서 이길 확률이 가장 높아보이네요. 제가 아주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드릴테니 그걸로 땅을 더 확장해 보시죠.” 그 참가자는 거의 거저 얻게 된 돈으로 보드판의 남은 땅과 건물들을 싹쓸이한다. 심지어 다른 참가자에게 웃돈을 주고 땅을 매입해 자기 건물을 올리기도 한다.


위 예시에서 과연 낙수효과가 발생했을까. 낙수효과란 부유층의 경제활동을 촉진함으로써 국가 전체의 부가 증대되고 경기부양이 이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위 예시에서는 은행의 개입 때문에 보드판에서 가장 잘나가던 부자만 더 큰 부자가 됐을 뿐 다른 참가자들에게 이전된 부는 사실 전무하다. 실제 양적 완화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 2년간 중앙은행이 풀어댄 돈은 시중은행을 거쳐 부유층에게 가장 먼저 전달되었고, 부유층은 이를 이용해 더 많은 자산을 사들일 수 있었다. 그 결과 자산 가격은 폭등했다. 부익부 빈익빈은 더욱 심화됐다.


이 때 당신이 해당 부루마블 게임에서 지고있는 참가자 중 한 명이라면 무슨 생각이 들까. 어차피 순위를 뒤집기는 틀렸고 게임을 계속할수록 1위 참가자만 더 부자로 만들어줄 뿐이니 당장 게임을 그만두고 싶을 것이다. 이 때 은행이 지고있는 참가자들 앞에 나타나서 속삭인다. “여러분 아직 포기하지 마세요. 제가 특별히 1000만원을 지금 여러분 모두에게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게임을 계속하세요!”


이기고 있는 참가자 입장에서 제일 두려운 상황은 바로 나머지 참가자들이 게임을 그만두는 상황이다. 자신이 누리고있는 지위를 잃고싶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이 계속되게 하기위해 지고있는 참가자들 호주머니에 직접 찔러주는 돈이 현실세계의 보편적 기본소득이다. 나머지 참가자들은 잠시 숨쉴 틈이 생겼을뿐 부익부 빈익빈 구조는 해결되지 않는다.


◇비트코인의 장점: 일관된 통화정책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고 미국, 영국 등 일부 선진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조금씩 올리고 있지만 곧 한계에 다다를수 밖에 없을 것이다. 팬데믹 이후 2년동안 늘어난 11조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부채 때문에 금리를 올릴수록 정부의 이자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코로나의 충격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로 인해 이제 세계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려고 한다. 물가 상승을 잠재우지 못한채 경기침체까지 오면 팬데믹 직후와 같은 급격한 양상은 아니겠지만 각국 중앙은행은 다시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 기조로 돌아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투자해야할 자산은 무엇일까. 지금은 다른 모든 통화 대비 가치가 절상되고 있는 달러화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일지 모른다. 조만간 미국이 다시 “옆 보드판 몰래” 통화정책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맹신할 수는 없다. 주식은 어떨까. 우리 모두 팬데믹 이후 2년여 기간동안 미국을 필두로 한 전 세계 주식시장이 얼마나 큰 호황을 누려왔는지 잘 알고있다. 앞으로도 내실이 튼튼한 몇몇 주식은 중앙은행의 변덕스런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잘 해낼 것이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로 국가와 산업을 불문하고 거의 모든 주식의 가격이 꾸준하게 오른데는 같은 기간동안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글로벌 M2(본원통화)의 역할이 컸음을 잊어선 안된다.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동안 전반적인 주식시장의 멀티플 조정은 불가피하다. 설령 다시 완화적 기조로 돌아선다고 해도 팬데믹 직후와 같은 수준은 아닐 것이기 때문에 큰 반등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각국 중앙은행의 경쟁적인 통화가치 절하와 양적 완화 싸움에서 자유로운 자산을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 관점에서 비트코인은 유리한 위치에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일관된 통화 정책을 지녔고, 무슨 일이 생겨도 10분에 한번씩 블록이 쌓이며 블록 생성자에게는 6.25 BTC 가 주어진다 (현재 반감기 기준). 앞서 예로 들었던 부루마블 보드판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기존에는 1등 참가자만 갈수록 더욱 부자가 되었고 나머지 참가자들은 기본소득으로 근근히 게임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쓰이는 보드판에서는 특혜를 보는 참가자가 없기 때문에 모두가 더욱 열심히 게임에 임하게 된다. 건전한 게임 문화가 형성되고 참가자들 간에 건강한 관계가 맺어지며 더욱 견고하고 튼튼한 경제가 만들어진다. 이를 깨닫는 참가자들이 많아질수록 비트코인을 도입하는 보드판들이 늘어나고, 이는 곧 비트코인의 수요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바로 ‘하이퍼비트코이나이제이션 (Hyperbitconization, 다수의 신흥국이 자국화폐 대신 비트코인을 화폐로 채택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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