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원유 수요 증가할 가능성 크다" 반론
경기침체 공포로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8월물) 가격이 5일(현지시간)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밀리면서 국제유가의 향방을 둘러싼 시장의 논쟁도 달아올랐다.
이날 WTI 근월물은 전 장보다 8.2%(8.93달러) 밀린 배럴당 99.5달러로 장을 마쳤다. 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 5월 이후 두 달 만이다. 국제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전 장보다 9.5%(10.73달러) 급락한 배럴당 102.77달러로 마감했다. 두 유종은 지난 4월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브렌트유와 WTI 선물은 나란히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했다.
씨티그룹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경기침체가 온다는 가정 아래 “국제유가는 올 연말 배럴당 65달러, 내년 말 45달러까지 밀릴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씨티그룹은 “국제유가는 거의 모든 경기침체 국면에서 한계비용까지 떨어졌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에드 모스 씨티그룹 글로벌 원자재리서치 대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지난달 내놓은 대표 하락론자다.
그러나 같은 날 골드만삭스는 “불황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세계 경제는 여전히 성장세”라며 “올해 원유 수요 증가율은 세계 경제성장률을 웃돌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제프리 커리 골드만삭스 글로벌 원자재리서치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의 원자재리서치 대표들이 국제유가의 향방에 대해 매우 상반된 의견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리서치회사 에너지애스펙츠의 암리타 센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심각한 불황에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며 “최근 원유 생산능력 축소 등을 감안할 때 배럴당 90달러를 하회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하락론자들은 경기침체 우려, 강(强) 달러에 따른 실질 가격 상승 등의 여파를 크게 본다. 반면 국제유가의 추가 낙폭이 제한되거나 오히려 오를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공급 경색에 주목한다.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의 증산 능력에 한계가 뚜렷하고 정유업계의 투자가 줄어든데다 러시아 원유 수입금지 제재까지 겹쳐서다. 앞서 미국 은행 JP모간체이스는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가 원유를 하루 500만배럴씩 감산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380달러로 급등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중국이 방역을 완화하면서 원유 수요가 늘어나 국제유가를 방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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