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주일 만에 100弗대로
가스프롬發 천연가스 급등도
경기침체 닥치면 석유수요 '뚝'
천연가스는 공급조정 기구 없고
냉난방 수요는 유지될 가능성
EQT 등 관련업체 주가 들썩
주춤했던 국제 에너지 가격이 18일(현지시간) 다시 급등세를 탔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에너지 종목 중에서도 석유 회사보다는 천연가스 회사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냉·난방에 주로 사용되는 천연가스는 불황에도 높은 수요가 유지돼 주가 흐름이 안정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가격 급변동 시 공급을 조정하는 국제 협의체가 없다는 점도 투자 이유로 꼽았다.
○다시 상승세 탄 에너지 가격
지난주 경기침체 우려의 확산으로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주일 만에 100달러 선을 회복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를 증산할 가능성이 낮아진 것이 유가 하락의 주요 원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음주 기준금리를 1%포인트가 아니라 0.7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강달러 우려가 다소 잦아든 것도 유가를 밀어 올렸다.
6월 말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천연가스 가격도 이날 큰 폭으로 뛰었다. 19일 기준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MMbtu(백만Btu)당 7.42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6월 말 MMbtu당 5.77달러에서 28% 이상 급등했다.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은 것은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스프롬이 유럽 고객사 최소 세 곳에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수출물량 일부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불가항력 선언은 무역 거래 중 재난이나 전쟁 등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계약자가 계약 이행 의무를 면할 수 있는 조치다. 가스프롬이 가스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셈이다.
○불황에도 꿋꿋한 천연가스 기업
에너지 가격 급등에 힘입어 에너지주도 오르고 있다. 배런스는 이 중에서도 천연가스 기업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통상 원유는 인플레이션 시기에 가격이 함께 올라가기 때문에 좋은 헤지(위험 회피) 수단이 된다. 하지만 배런스는 최근 상황은 다르다고 분석했다. 유가가 너무 큰 폭으로 뛰었다는 점과 경기침체 우려로 석유 수요가 늘지 않을 가능성을 근거로 들었다. 스콧 그루버 씨티 애널리스트는 “석유 관련 종목들의 주가는 현재 ‘지옥’에 있을 수도 있다”며 “경기침체가 닥치면 유가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천연가스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천연가스는 냉·난방 수단으로 주로 사용된다. 최근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은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하고 있다. 추운 겨울에도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 불황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석유처럼 가격 급변동 시 공급을 조정하는 기구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없는 점도 천연가스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프랑시스코 블랑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애널리스트는 “천연가스는 석유와 달리 가격을 안정시키는 카르텔이 없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 부족이라는 문제가 있다”며 “장기간 높은 가격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가 흐름도 안정적이다. 최근 한 달간 미국 최대 천연가스 생산업체인 EQT코퍼레이션 주가는 2.88% 올랐다. 미국의 천연가스 탐사·생산 기업인 레인지리소시스도 3.38% 상승했다.
반면 정유사와 정유 서비스 회사 주가는 같은 기간 5% 이상 하락했다. 미국 석유회사인 코노코필립스는 한 달 사이 주가가 14.31% 떨어졌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