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메타버스 플랫폼 부재 적극 공략"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가 중동 지역에 본격 진출한다. 메타버스 서비스 수요가 높은 반면 대표적인 현지화 플랫폼이 없는 중동 시장에서 메타버스 시장 승기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중동 가는 네이버 '제페토'
20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제페토 운영사인 네이버제트는 올 3분기 중 제페토의 아랍어와 터키어 버전을 새로 출시할 계획이다. 제페토는 그간 이들 지역에 대해 영어 기반 글로벌 버전 서비스만 운영했다. 네이버제트 고위 관계자는 “조만간 중동 전용 제페토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며 “앞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키운다는 게 내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지화 전략도 펼친다. 기존엔 미국,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모두 같은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이젠 사우디 특화 콘텐츠를 키운다는 방침이다. 현지 이용자의 선호도를 반영한 로컬 콘텐츠를 확보하고 현지 기업들과 협업해 마케팅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현지 이용자를 ‘스타 크리에이터’로 만드는 방식으로 크리에이터 커뮤니티도 확대한다.
중동은 메타버스 유망 신시장으로 꼽힌다.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소비 여력이 높은 젊은 인구 비율이 매우 높아서다. 사우디의 경우엔 35세 이하 인구가 전체 인구의 67%다. 아랍에미리트(UAE)는 35세 미만 인구 비율이 57.4%다. 신기술 기반 플랫폼 서비스 수용률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이에 비해 대규모 메타버스 서비스를 하고 있는 현지 기업은 찾기 힘들다. 올초 사우디가 국책사업 신도시 프로젝트 네옴(NEOM)을 테마로 메타버스를 내놓은 정도다.
메타버스 아바타 관련 아이템 시장 수요도 높다는 평가다. 한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종교 교리 등의 영향으로 외출시 자신을 화려하게 꾸미지 못하는 이들이 메타버스를 자아 표현의 장으로 쓰는 수요도 높다”며 “제페토는 이미 이용자가 직접 아바타 의상·아이템 등을 디자인해 거래하는 장터가 활성화된 만큼 찾는 이용자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 둔화 메타버스 '승부수'
아랍어 버전 메타버스 서비스 출시는 기존엔 메타버스 ’현지화‘ 정책을 후순위로 뒀던 네이버가 방침을 선회한 대표 사례로 풀이된다. 2018년 8월 출시한 제페토는 그간 한글을 비롯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서비스만 운영했다. 약 3억명이 사용하는 아랍어에 대해서도 별도 언어 지원을 하지 않았다. 현지화 서비스가 없이도 가입자 성장세가 컸기 때문이다. 제페토는 그간 200여개국에 걸쳐 글로벌 누적 가입자 3억명을 넘겼다.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약 20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시장 추세가 달라졌다. 코로나19 이후 일상 회복 기조가 확대되면서 메타버스 플랫폼 사용률이 낮아지는 추세다. 제페토 가입자 성장세도 이전에 비해 완만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가 메타버스 ‘생존 승부수’로 현지화 카드를 꺼낸 이유다. 제페토는 최근 남미 운영 담당자, 태국 운영 담당자 등 각국 국가 담당자도 새로 채용하고 있다.
네이버제트는 지난해부터 제페토에 광폭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제페토의 콘텐츠를 확장하고 관련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올들어서는 해외 기업으로 투자 대상을 넓히고 있다. 지난 1월 네이버제트 홍콩 법인을 시작으로 피노키오, 페르소나스페이스, 하더레크 등 18곳에 투자를 단행했다. 네이버제트가 올해 제페토에 투자한 금액은 약 335억원에 달한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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