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50bp 인상, 커진 침체 공포…나스닥 계속 오르는 이유?[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21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가 개장하기 전 유럽에서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모두가 우려했던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은 일단 정기 보수가 끝나자 재개됐습니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경고한 것처럼 공급량은 정상적 수준의 40%에 그치고 있습니다. 어쨌든 공급 재개 소식에 유로화는 강세를 보였습니다.
세 시간 뒤 이탈리아에선 마리오 드라기 총리의 사임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최대 정당이자 연합정부의 중심인 오성운동이 지지를 철회한 데 따른 것입니다. 전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였던 드라기는 작년 2월부터 총리를 맞아 팬데믹에 따른 위기를 잘 수습해왔습니다. 특히 높은 국가부채 비율로 재정위기를 겪었던 이탈리아의 재정을 잘 운영해왔죠. 그게 오성운동이 지지를 철회한 이유이지만요. 드라기 총리의 낙마 소식으로 밀라노 증시는 한때 3% 넘게 급락하기도 했고,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치솟아 독일 국채와의 스프레드(금리 차이)가 한 달 내 최고인 233bp까지 확대됐습니다. 이는 유로화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전 8시 15분에는 ECB가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0bp 인상했습니다. 2011년 7월 이후 11년 만에 처음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빅 스텝'을 밟은 것입니다. ECB는 성명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새로운 평가, 통화정책의 효과적 전달을 위한 분열 방지기구(TPI) 강화에 근거해 지난 회의 때 예고했던 것보다 더 큰 첫걸음을 내딛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주목할 내용은 세 가지입니다.
① 금리가 만장일치로 50bp 인상됨
=기준금리는 0.5%, 한계 대출금리는 0.75%, 예금금리는 0%가 됨.
② 포워드 가이던스는 회의 별 접근 방식으로 바뀜
=미리 예고하기보다 회의 전 데이터에 의존해 정책을 결정하는 방식임. ECB는 "회의 때마다 금리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정책금리 경로는 데이터에 의존할 것이라고 밝힘. 다만 "다음 회의들에서도 추가 금리 정상화는 적절할 것"이라고 발표.
③ TPI 도입을 만장일치로 승인
=ECB 긴축으로 이탈리아 스페인 등 부채비율이 높은 주변국의 국채 금리가 치솟는 것을 막기 위한 도구임. ECB는 TPI에 대해 △통화정책 전달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부당하고 무질서한 시장 역학에 대응하기 위해 활성화될 수 있다 △채권 매입 규모는 위험의 심각성에 따라 다르다 △ 매입 규모는 사전에 제한되지 않는다고 밝힘. 다만 매입을 시작하는 구체적 조건 등은 공개하지 않음.
예상보다 높은 50bp 인상에 유로/달러 환율은 순간 1유로당 1.018달러에서 1.0278달러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잠시뿐이었고 금세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결국, 전날보다 0.1%가량 오른 1.0193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유로존 국채 금리도 처음에는 급등했지만 이후 하락했습니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3.6bp 내린 1.223%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세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① ECB가 50bp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는 뉴스가 지난 월요일에 미리 나왔다. 그래서 월요일에 이미 유로 달러 환율이 약 1% 상승했다. 50bp 인상은 이미 회의 전에 상당 부분 가격이 책정되었다.
② ECB가 50bp를 올려 인플레이션 퇴치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은 좋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유럽은 경제가 침체에 빠질 위험이 크다. 오늘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가스 공급이 재개됐지만, 다시 중단되거나 공급량이 추가 감소할 위험이 여전하다. 그래서 유로화가 계속 오르기 어렵다.
③ 이탈리아의 정치 혼란 탓이다. ECB는 TPI를 도입하기로 했는데, 정치 혼란으로 인해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가 급등한다면 과연 TPI를 통해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할지 불확실하다. 이날 TPI 도입 발표에도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 스프레드는 더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ECB가 금리를 많이 올리기 어렵다. 유로도 힘을 받기 어렵다.
ING는 "ECB가 마침내 현실(높은 물가)을 따라잡기 위해, 또 인플레이션 전사라는 인식을 심기 위해 금리를 50bp 올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TPI는 주변국 금리 분열을 안정화하려는 시도이며 작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ING는 "ECB가 겨울이 오기 전 총 50bp 추가 인상을 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이후로는 인상을 기대하지 않는다"라며 "현재 ECB의 정책 정상화는 긴 금리 인상 주기 대신 짧은 여정처럼 보인다"라고 전망했습니다. 에너지 등 높은 물가, 공급망 혼란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로존을 올해 말까지 침체에 몰아넣을 것 같고, ECB가 계속 금리를 올리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런 움직임은 금세 끝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씨티는 "ECB가 50bp를 올렸어도 경기 침체 위험을 고려하면 그건 선제적 인상일 뿐 큰 폭의 장기 금리 인상 주기가 시작된 것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높은 인플레이션, 매우 높은 천연가스 가격과 피할 수 없는 실질 소득 감소로 인해 경기 침체 위험이 심화함에 따라 시장은 더 짧고 덜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가격을 책정할 것으로 본다. 유로화가 지속해서 평가절상될 수 있을 만한 기준은 매우 높고 우리는 유로화에 대해 공매도 입장을 유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6시간 늦게 개장한 뉴욕 금융시장으로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ECB의 50bp 인상 소식이 알려진 뒤 금리가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ECB가 금리를 예상보다 높게 인상하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은 커지고, 인플레이션은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이날 미국의 경제 지표들이 줄줄이 나쁘게 발표되고, 오전 10시께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금리 내림세는 심화했습니다. 게다가 AT&T가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가입자 연체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힌 것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키웠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오후 4시 16분께 전날보다 13.6bp나 급락한 2.895%, 2년물은 13.8bp 내린 3.095%에 거래됐습니다. 2년물 이상 곡선에서 모두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지난주(~16일)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주보다 7000건 증가한 25만1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11월 이후 약 8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이전 주(24만4000건)뿐 아니라 월가 예상(24만 건)을 모두 넘어섰습니다. KPMG의 다이언 스웽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통상적인 경기 침체 수준(30만 건 이상)까지에 아직 도달하지 않았지만, 추세는 점점 더 우려스러워 보이기 시작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콘퍼런스보드의 6월 경기선행지수도 전월보다 0.8% 하락한 117.1을 기록, 넉 달째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이는 수정된 전월 치(0.6% 하락)보다 악화한 것이고, 월가 예상(0.6% 하락)보다도 부진했습니다.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선행지수가 넉 달 연속 하락하면 미국 경제의 12개월 내 침체 확률은 70%를 넘습니다. 콘퍼런스 보드는 "선행지수에 기초해 추정하면 미국의 경기 침체는 올해 말, 내년 초에 발생할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이 발표하는 7월 필라델피아 제조업 지수는 -12.3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달 -3.3으로 약 2년 만에 처음 마이너스로 떨어진 데 이어 더 악화한 것입니다. 월가는 0을 예상했었습니다. 지수는 제로(0)를 기준으로 확장과 위축을 가늠합니다. 특히 세부 지수 가운데 신규 수주가 -24.8로 전월(12.4)보다 급락했습니다. 또 고용 지수도 19.4로 전달(28.1) 보다 하락했습니다. 기업들의 감원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오전 10시께 나온 바이든 대통령의 감염 소식은 순간적으로 주가를 급락시키기도 했습니다. 올해 79세로 건강이 우려되니까요. 바이든 대통령이 "나는 괜찮다"(I'm doing great)라고 말하는 동영상을 띄우면서 우려는 사그라들었습니다. 백악관의 장-피에르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매우 가벼운 증상을 보이며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AT&T의 주가는 이날 7.62% 급락했습니다. 장 중 한때 11%까지 떨어져 200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버라이즌(-2.88%), 티모바일(-3.10%) 등 다른 통신업체들 주가도 줄줄이 하락했습니다. 사실 AT&T가 이날 발표한 실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매출은 297억 달러로 예상 295억 달러보다 많았고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0.65달러로 예상 0.616달러를 상회했습니다. 문제는 "더 많은 고객의 청구서가 연체되기 시작했다"라고 밝힌 것입니다. 존 스태니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고객들이 계속해서 요금을 낼 것으로 본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걸리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경제가 어려울 때 성장하는 후불제 고객도 2분기 81만3000건 순증해 월가 예측 40만 건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AT&T는 지난 6월부터 요금을 올렸습니다. 회사 측은 이를 반영해 올해 잉여현금흐름 목표를 20억 달러 낮춰 140억 달러로 제시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하지만 뉴욕 증시의 상승세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감염 소식을 털어낸 증시는 이후 상승 폭을 계속 확대하더니 다우는 0.51%, S&P500 지수는 0.99%, 나스닥은 1.36%나 올랐습니다.
증시 상승 이유는 무엇일까요? 월가 관계자는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침체가 현실화하기 시작하면 Fed가 돌아설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올해 말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 예상은 15bp가량 떨어졌습니다. 또 기준금리는 내년 2월에 3.47%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곳곳에서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것이란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ECB의 50bp 인상도 글로벌 수요를 줄여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7월 필라델피아 제조업 지수의 세부 지주 가운데 가격 지불 지수는 52.2로 전달의 64.5에서 하락했고, 가격수용 지수는 30.3으로 전월의 49.2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가격 지불 지수는 작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Fed의 긴축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필라델피아뿐이 아닙니다. 며칠 전 뉴욕 연은이 발표한 7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에서도 가격수용지수는 31.3으로 전월 43.6보다 하락했고, 가격 지불 지수는 64.3으로 전월 78.6보다 낮아졌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7월 들어 미시간대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하락했고 지역 제조업체의 거래 가격들도 낮아지고 있다"라고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징후로 해석했습니다. 실업급여 청구 건수 증가 등도 이런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입니다.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Fed가 7월에 75bp를 올리고 나면 확연히 인플레이션이 꺾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도 계속 내려가고 있습니다. 휘발유 선물 가격은 이날도 3% 넘게 떨어져 갤런당 3.152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지난 4월 11일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고점부터 1.2달러나 떨어졌습니다. 소매 휘발유 가격도 그보다는 덜하지만 내려가고 있습니다. AAA에 따르면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전국 평균 4.467달러를 기록해 6월 중순의 고점에서 55센트 하락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낮아진다면 Fed가 긴축 속도를 늦출 가능성도 커집니다.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집니다. 월가 관계자는 "올해 경기 침체가 올 확률은 여전히 반반 수준이고, 온다 해도 미국 경제 내에 별다른 불균형이 없는 만큼 순한 침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어닝시즌도 계속 예상보다는 나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날 마진을 빼고는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공개한 테슬라는 9.78%나 급등해 다시 8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테슬라의 상승세는 기술주 전반을 견인했습니다. 나스닥이 크게 오른 이유입니다.
다만 장 마감 뒤 실적을 공개한 스냅이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시간 외 거래에서 20% 넘게 급락하고 있습니다. 스냅의 매출은 11억1000만 달러로 예상(11억4000만 달러)을 밑돌았고, 손실은 주당 2센트를 기록해 시장 예상(주당 1센트 손실)보다 많았습니다. 일일 활성 사용자가 3억4700만 명으로 예상(3억4320만 명)을 웃돌았는데, 매출과 이익이 따르지 못했습니다. 스냅은 광고사업이 침체를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거시 경제가 어려워 전망이 힘들다며 다음 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스냅의 폭락에 메타 핀터레스트 알파벳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주식들이 동반 하락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테슬라가 살려놓은 분위기가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여전히 2분기 어닝시즌과 관련해서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베쓰앤드바디윅스(BBWI)는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지만, 수요일에도 올랐고 오늘은 7% 폭등했다. 또 DR호튼은 사업이 둔화하고 있다며 월가 예상보다 낮은 가이던스를 내놓았지만 이날 3% 올랐다. 이는 이번 어닝시즌을 맞는 기준이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준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기업실적발표를 앞두고 수많은 걱정이 이미 가격에 반영되었다는 얘기입니다.
LPL리서치에 따르면 경기 침체가 마일드할 경우 기업 이익은 10% 초중반 정도로 감소했다가 통상 1~2년 이내에 복구됩니다. 어닝은 1970년대 초반에 정점에서 바닥까지 13% 감소했었고 중반에는 15%까지 줄었었습니다. 2020년에도 13% 감소했다가 금세 회복됐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둔화하면 기업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주가에 반영될 것이란 주장이 강합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는 "이번 어닝 시즌이 앞으로 나타날 여러 실망스러운 시즌 중 첫 번째 시즌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경기 침체가 발생한다면 더욱 그렇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런 상황이라면 향후 몇 달 동안 주식에서 방어 지향적 상태를 유지하는 게 최상의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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