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관 걸어 잠근 러시아…유럽 천연가스 4개월 만에 최고가 [원자재 포커스]

러시아의 ‘자원 무기화’로 원자재 가격이 출렁이고 있다.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걸어잠그면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전쟁 초기 수준으로 급등했다. 우크라이나와 밀 등 곡물 수출 재개를 보장하는 합의를 한 후 주요 항구에 미사일을 쏘면서 밀 가격도 뛰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런던ICE거래소에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 기준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3.2% 오른 199.92유로에 마감했다. 최근 이틀간 30%가량 상승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TTF 천연가스 가격은 장중 20% 급등하며 ㎿h(메가와트시)당 210유로까지 뛰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 초 이후 최고가다. 2010년~2020년 가격 평균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은 전날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터빈 하나에 문제가 있어 가스 송출량을 전체 공급 능력의 20%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이 원유 수입을 줄이기로 하는 등 대러 제재를 강화하자 부품 수리를 핑계로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고 있다.

밀 가격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타격을 받았다. 26일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9월물 밀 선물 가격은 부셸당 8.03달러로 전장(7.7달러) 대비 4.36% 상승했다. 밀 가격은 지난 5월 부셸당 12.77달러를 돌파한 후 하락세를 그리다 이날 반등했다.

앞서 지난 22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UN)과 튀르키예(터키)는 4자 협상을 열고 흑해를 지나는 수출입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23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주요 항구인 오데사를 미사일을 폭격하면서 합의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폭격에도 곡물 수출 재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4자 합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25일 밝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