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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금리 올려도 "침체 없다면 바닥 지났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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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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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3일(미 동부 시간) 무사히 대만을 떠나 한국으로 향하면서 뉴욕 증시에서 주요 지수 선물은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전날 장 마감 이후 스타벅스와 AMD, 그리고 이날 모더나 페이팔 CVS 등 기업들이 줄줄이 좋은 실적을 내놓으면서 시장 분위기는 더 좋아졌습니다.


아침 9시 30분 주요 지수는 0.3~0.5%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걸림돌은 있었습니다. 전날부터 미 중앙은행(Fed) 관계자들이 연달아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며 '비둘기파적 전환'(dovish pivot)에 대한 희망을 꺾었습니다. 전날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 등 네 명에 이어 이날은 제임스 불러드 총재와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그리고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톰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 등 다섯 명이 발언에 나섰습니다. 모두가 매파적이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CNBC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고공 행진하고 있는 만큼, 기존보다 더 공격적 금리 인상 정책이 필요해졌다"라면서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3.75~4%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현재 기준금리가 2.25∼2.5%인 점을 고려하면 150bp 인상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내려갔다는 증거를 얻기 위해 기준금리를 긴 기간 더 높게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데일리 총재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9월에 50bp를 높이는 게 합리적이지만 인플레이션 거침없이 치솟고 노동 시장이 둔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75bp 인상이 더 적절할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준금리가 아직 중립 수준도 아니고 약 3% 수준이 제한적이라며, 연말까지 3.4%로 높이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제 중립 수준에 도달했다는 제롬 파월 의장의 인식보다 더 매파적입니다. 씨티그룹은 "Fed 인사들은 비둘기파적인 전환에 접근하기보다는 ‘끝은 아직 멀었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라며 "빡빡한 노동 시장과 높은 임금,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Fed는 9월에 75bp 인상 가능성을 포함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주요 지수의 상승 폭은 점점 더 커졌습니다. B라일리 파이낸셜의 아트 호건 수석 시장 전략가는 "Fed 인사들의 퍼레이드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데이터(경제 지표)"라고 밝혔습니다. 파월 의장은 정책 결정이 데이터에 달려있다고 했습니다. 그 데이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날 오전 10시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훨씬 좋게 나오면서 주가 상승세에 휘발유를 부었습니다.


6월 공장재 수주 실적은 전월 대비 2.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월 1.8% 증가에 비해 증가 폭이 커졌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문가 예상치 1.2% 증가도 상회했습니다.




특히 같은 시간 발표된 공급관리협회(ISM)의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대단했습니다. 7월 PMI는 56.7로 전달의 55.3보다 개선됐고, 월가 예상치 54도 크게 상회했습니다. 26개월 연속 확장세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세부 지수에서 신규 수주는 59.9로 전월 55.6보다 4.3포인트가 높아졌고, 반면 지불가격은 72.3으로 전월의 801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72.3은 2021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고, 하락 폭은 2017년 5월 이후 가장 컸습니다. 서비스업 인플레이션이 꺾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또 고용은 49.1을 기록해 위축 국면이긴 하지만 전달보다는 개선됐습니다.




수주는 늘어나고 물가는 내려가는 '골디락스' 수준의 지표가 나온 것입니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서비스업이 뜨겁다면 경기 침체에 빠질 수가 없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7월 서비스업 PMI를 보면 전반적으로 강력하고 경기 침체와는 거리가 멀다. 단기적 서비스업 전망은 더 밝아졌다"라고 분석했습니다.


PMI에서 결함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조사에 참여한 한 사업서비스 기업은 "경제가 약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고객사들은 경기 침체를 예상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한 유틸리티 업체는 "사업은 안정적이지만 확실히 일부 경제적 역풍이 다가오고 있다. 공급망 문제는 완화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좋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S&P 글로벌이 발표한 7월 서비스업 PMI는 47.3으로 50을 밑돌았습니다. 2년 1개월 만에 처음으로 위축 국면에 진입한 것입니다.


심지어 모기지은행협회(MBA)가 발표하는 지난주(~7월 29일) 모기지 신청 건수도 5주 만에 처음 증가세로 돌아서 1.2% 증가했습니다. 직전 주 1.8% 감소에서 반등한 것입니다.


전날 발표된 6월 JOLTs(구인·이직 보고서)도 채용 공고 수는 60만 건이 감소했지만, 고용률이나 퇴사율, 해고율 등은 전달과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연착륙 시나리오를 뒷받침하는 것이었습니다. 월요일 발표됐던 ISM 제조업 PMI에서도 헤드라인 수치가 52.8로 예상보다 좋았고, 특히 지불가격이 60으로 6월 78보다 18.5포인트나 하락했었습니다. 2020년 8월(59.5) 이후 2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이었고, 하락 폭만 보면 2010년 이후 가장 컸습니다. 매크로마켓데일리는 "7월 제조업과 서비스업 물가 지수는 통상적으로 3% 인플레이션과 일치하는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날 불러드 총재의 발언 중 "현재 경기 침체는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에 더 주목했습니다. 또 데일리 총재도 "중앙은행이 대량 실업과 경기 침체를 일으키지 않고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Fed가 금리를 올려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데,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지지 않고 버틸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일 겁니다. 그리고 이날 나온 PMI는 그런 시나리오를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경기 침체가 없다면, 즉 연착륙할 수 있다면 미 증시는 이미 바닥을 지났을 수 있습니다. 인베스코에 따르면 모든 베어마켓의 평균 하락 폭은 30.5%에 달합니다. 이를 침체 발생 여부를 기준으로 나누면 침체가 동반되는 베어마켓의 하락 폭은 43.2%에 달하지만, 그렇지 않은 베어마켓은 27.4%에 그칩니다. S&P500 지수는 지난 6월 16일 고점에서 23.6% 하락한 뒤 반등했었습니다.




이번 주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건 금요일(5일) 7월 고용보고서입니다. 이날 PMI가 나온 뒤 월가 금융사들은 줄줄이 7월 신규고용 추정치를 높였습니다. 웰스파고는 "ISM PMI에서 나온 새로운 정보를 반영해 7월 신규고용을 21만5000개 증가에서 24만 개 증가로 수정한다"라고 밝혔고, 모건스탠리는 27만 개에서 30만 개 증가로 높였습니다. 월가의 컨센서스는 현재 26만 개 수준입니다. 이는 경기 침체와는 거리가 멉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5번의 경기 침체 가운데 4번은 침체 두 번째 달에 신규고용이 마이너스로 돌아섰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의 전환에 대한 기대가 컸다면 이날 PMI가 좋게 나오고 5일 신규고용이 높게 발표된다면 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었지만, Fed 스피커들이 이런 기대를 낮춰놓아서 '좋은 뉴스는 좋은 뉴스'로 받아들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Fed 멤버들의 매파적 발언, 그리고 PMI 등 좋은 경제 지표가 이어지자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폭등세를 이어갔습니다. 오후 4시 반께 2년물 금리는 3.3bp 오른 3.070%에 거래됐습니다. 한때 3.192%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10년물 수익률도 2.839%까지 상승하기도 했지만, 오후 4시 반께는 전날보다 4.4bp 내린 2.709%를 기록했습니다. 한 채권 트레이더는 "금리가 급격히 오른 탓에 단기 트레이딩 차원에서 공매도 포지션을 정리하면서 차익을 실현한 탓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후 4시 다우 지수는 1.29%, S&P500 지수는 1.56% 올랐고 나스닥은 2.59%나 급등했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줄어 성장주가 강세를 이어갔습니다. 코인베이스(20.2%) 블록(11.35%) 쇼피파이(11.1%) 등 고평가 기술주가 폭등하면서 아크이노베이션펀드(ARKK)는 6.08%나 올랐습니다. 애플(3.82%) 아마존(4.0%) 마이크로소프트(2.56%) 메타(5.37%) 등 빅테크도 급등했습니다.




또 좋은 실적을 발표한 모더나는 16%, 페이팔은 9.3% 올랐습니다. CVS도 6% 상승했습니다. 2분기 어닝시즌은 어제까지 67% 진행됐습니다. JP모건에 따르면 69%의 기업이 이익에서 월가 추정치를 넘어섰고, 65%가 매출에서 추정치를 웃돌았습니다. 좋은 것이긴 하지만 지난 4개 분기의 각각 79%, 77%보다는 낮습니다.




트루이스트에 따르면 이익이 추정치를 밑돈 기업들의 주가는 당일 평균 1.2% 오른 것으로 나왔습니다. 트루이스트는 "이익 예상을 밑돈 기업들의 주가가 이상하게 강하다. 이는 시장이 이미 나쁜 뉴스를 모두 반영하고 있다는 걸 암시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피델리티의 줄리언 티머 전략가는 "어닝시즌은 전반적으로 예상에 부합한다. 하지만 숨겨진 면을 보면 이익 추정치가 낮아지고 있고 단지 3분의 1의 기업에 대해서만 추정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엑슨모빌(-3.24%) 옥시덴탈페트롤리엄(-6.26%) 등 에너지 주식은 급락했습니다. 최근 유가가 떨어져 내년 이익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커진 탓입니다. 이날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3.76달러(4%) 하락한 배럴당 90.66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인 지난 2월 10일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브렌트유도 4% 가까이 떨어져서 배럴당 97달러에 턱걸이했습니다.




이날 OPEC+는 월간 정례회의를 열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뒤 추가 증산을 둘러싼 많은 관측이 있었는데 9월부터 하루 10만 배럴씩 증산하기로 했습니다. 이건 7월, 8월에 각각 하루 60만 배럴 규모를 증산하기로 했던 것보다 더 줄어든 겁니다. 유가가 OPEC+의 결정이 나온 뒤 잠깐 상승세로 전환하기도 했지만 세계 경기 둔화의 그늘을 벗어나진 못했습니다. 이날 중국과 아시아, 유럽에서 나온 서비스업 PMI는 전반적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유가 하락도 주가 상승세에 힘을 실어준 요인입니다. 사실 제조업과 서비스업 PMI 조사에서 지불가격이 떨어진 대부분 요인이 에너지 가격 하락입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에너지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의 '골디락스 시나리오'는 또다시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UBS는 OPEC+가 지금의 할당량을 생산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들의 생산 가능 능력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며 " 우리는 OPEC+가 단기간에 의미 있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UBS는 "글로벌 수요는 충분히 견고하며 중국 경제가 2분기를 저점에서 회복되고 있다고 본다"라며 원유 시장은 여전히 근본적으로 빡빡하기 때문에 최근의 가격 하락세는 반전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도 "원유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란 시각을 유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OPEC+가 추가 증산을 계속한다고 해도 이는 거의 한계에 다다른 글로벌 원유 생산 능력을 갉아먹는 것인 만큼 구조적으로 빡빡한 수급 상황의 어려움을 가중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연말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월가 일부에서는 매일 100만 배럴씩 풀고 있는 미국의 전략 비축유 방출이 10월에 끝나면 유가가 폭등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물가도 정점은 찍었을 수 있지만 쉽게 내려오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소비자물가(CPI)와 관련해, 근원 물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임대료가 계속 뜨겁게 유지될 것이란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다음 몇 달 동안 매월 0.6~0.7%씩 상승할 것이고 이후 연말까지는 0.4~0.5%씩 오를 것이란 것입니다. 이에 따라 올해 말에 전년 대비 상승률이 약 7%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봤습니다. 근원 CPI가 올해 말까지 계속 뜨거울 것이란 뜻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 CPI의 전월 대비 상승률이 앞으로 0%로 계속 나올 경우에도 연말 헤드라인 CPI는 6.3%라고 계산했습니다. 만약 0.2%씩 오른다면 연말 7.8%에 달하고 0.4%씩 오른다면 8.9%, 0.6%씩 오른다면 지금보다 높은 10.2%에 달하게 됩니다. 지난 7월 CPI 발표에서 전월 대비 상승률은 1.3%에 달했고 지난 6월에도 1.0%였습니다.




BCA리서치는 "물가 압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단기에 Fed의 목표인 2%로 되돌리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뉴욕 연방은행이 집계하는 기본 인플레이션은 2월 이후 4.8-4.9%의 좁은 범위 내에서 유지되고 있고 현재도 4.8%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클리블랜드 연은의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을 보면 7월, 8월 CPI는 헤드라인 8.8%대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BCA 측은 "팬데믹으로 인한 왜곡이 완화되면서 CPI 인플레이션이 9.1% 수준에서는 떨어지겠지만 2%로 내려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Fed는 내년에도 금리 인상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네드데이비스 리서치는 6월 저점이 새로운 강세장의 시작일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지난 6월 17일 이후 시장의 폭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50일 이동평균선 위에 있는 종목 비율, 63일 신고가 종목 비율 등)를 과거 베어마켓 랠리 및 새로운 불마켓 랠리의 첫 30거래일 특징과 비교했더니 베어마켓에서 볼 수 있는 최대 중앙값보다 훨씬 높았고, 대부분 강세장 때에 볼 수 있는 폭을 증가했다는 것이죠. 대부분의 폭 측정에 대해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여러 강세장의 시작보다 더 강력합니다.




반면 에버코어ISI의 줄리언 에마뉴엘 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아직 바닥을 보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투자자들이 지난달 랠리 이후 안도하고 있지만 다시 한번 6월 저점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옵션과 밈주식 거래가 지나치게 많음을 지적했습니다. 채권 시장에서는 성장 둔화 등 우려스러운 신호를 내놓고 있고, 이는 주식 시장에 앞으로 많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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