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코인베이스 전 직원을 내부자 거래 혐의로 기소하면서 앰프(AMP), 랠리(RLY), 데리바다오(DDX), XYO, 라리 거버넌스 다오(RGT), LCX, 파워렛저(POWR), DFX 파이낸스(DFX), 크로마티카(KROM) 등 9개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지목했다.
SEC의 이번 결정은 국내 증권형 코인 선별 가이드라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 정부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제정해 가상자산을 증권형 코인과 비 증권형 코인으로 구분해 규제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이미 윤창현 국민의힘 가상자산특위원장 등은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월 서명한 디지털 자산 행정명령 등에 근거해 규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 SEC의 증권형 코인 선별 기준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증권형 코인 구분 기준 마련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SEC가 증권이라고 지적한 9개 가상자산이 왜 증권인지에 대한 근거조차 분명하지 않기 때문인데 가상자산의 증권 여부를 어떻게 결론짓느냐에 따라 후발 주지의 토큰 발행이 원천 차단될 가능성이 높고 불명확한 규제에 반발한 후발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잇따른 소송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미국 현지 언론의 지적이다.
이는 SEC가 지난 2020년 13억 달러 가량의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리플(XRP)을 기소한 뒤 현재까지 소송이 이어지고 있으며 리플의 집단소송에 참여한 유저 숫자가 7만 명이 넘어 점차 늘어나는 상황이라 SEC는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필자는 우리나라가 미국에서 제정하는 증권 구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 명확해 보이기에 일단 대규모의 STO 진행은 보류시키되 현행 법규내에서 허용되고 있는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수단인 크라우드 펀딩을 STO 방식으로 전환하여 허용하는 방법을 강력히 촉구한다.
크라우드펀딩은 군중 또는 다수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크라우드(Crowd)와 자금조달을 뜻하는 펀딩(Funding)을 조합한 용어로 창의적 아이템을 가진 초기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중개업자(온라인 소액투자중개업자)의 플랫폼에서 다수의 소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부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로 크라우드 펀딩법이 시행되고 있으며 2018년 개정을 통해 개인별 투자 한도와 총 투자 유치 금액이 상향 조정되어 개인 투자자는 한 기업에 1년에 1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고 크라우드펀딩 중개회사의 난립을 막기 위해 자본금 규모를 5억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일종의 금융회사이기에 “예탁결재원”의 관리를 받게 했다.
적격투자자의 경우 동일 기업당 1000만원 총 2000만원을 투자할 수 있고 전문투자자는 투자한도에 제한이 없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자본시장 이용이 불가능했던 사회적기업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보다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2020년 금융위원회는 크라우드펀딩 조달 자금의 한도를 연간 15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확대하였으며 투자 대상 기업의 업종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여 과거 문화산업·신기술개발·산업재산권 창출 등 일부만 허용하던 대상 업종을 시행령 개정으로 금융·보험업 부동산업 및 유흥업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모든 분야로 확대하였다.
따라서 스타트업(또는 창업 7년 이내의 중소기업)이라면 누구나 30억 원 이내의 범위 내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창업 및 필요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크라우드 펀딩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무엇보다 투자 회수기간이 길고 투자 지분의 유동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투자 대상 기업이 IPO를 하지 못할 경우 비상장 스타트업 지분은 거의 거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러한 스타트업 투자 환경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방법이 STO를 통한 크라우드 펀딩을 활성화 하는 방법이라고 본다.
STO(Security Token Offering)는 증권대신 토큰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인데 이 토큰은 규제 당국이 증권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증권의 발행 및 판매 등에 대한 기존 규제를 그대로 적용받는다. 따라서 STO를 진행하려면 자본시장법에 맞춰 발행 요건과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를 제출한 후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는 자본시장법 등 금융관계법령에 따른 투자자 보호 규정이 적용되는 방식이므로 기존의 ICO보다 투자자 보호가 훨씬 강화된 방식이며 안정성이 확보되고 실물자산과의 가치연동으로 제도권 내에서 발행되므로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도 가능하다.
기존에 발행된 유틸리티 토큰 대부분은 무분별한 ICO의 남발로 대규모의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였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본질적 가치를 보유한 증권형 토큰을 통한 STO(Security Token Offering) 방식이 대두되었고 이번에 미 SEC의 이슈 제기로 법제화가 촉진되면서 이제 본격 증권형 토큰에 대한 시장이 개화되는 초기라고 볼 수 있다.
STO로 발행된 토큰은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자산의 유동성이 대폭 증가하는데 블록체인 특성상 거래의 장소 및 시간적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매우 작은 단위의 거래가 가능하기에 부동산 같은 물리적 자산의 유동성을 대폭 높일 수 있고 소액 투자자의 투가 기회를 넓힐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에 따른 증권의 발행 외에 다른 방식의 증권 발행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 증권형 토큰은 혁신금융서비스의 규제 샌드박스 제도 내에서만 지정된 사업자에 한하여 일부 시범 허용되어 수익증권의 한 종류인 DABS (디지털유동화증권)의 제한적인 형태로 발행 거래되고 있다.
STO를 통한 크라우드 펀딩을 허용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후 회수 기간이 너무 길다는데 그 이유가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으로 벤처캐피탈이 투자한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상장되기까지 걸리는 기간(IPO 소요기간)은 평균 11.9년이었다. 반면 벤처펀드의 존속 기간은 평균 6.9년에 그쳐 펀드가 해산되기 전 IPO를 통해 자산을 유동화하고 투자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스타트업에의 투자는 평균 12년 이상을 기다려야 그 결실을 볼 수 있다는 현실에 많은 투자자가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STO를 허용할 경우 발행된 토큰을 거래소에 상장하면 투자 회수 기간이 대폭 단축될 것이기에 투자는 탄력을 받게 되어 스타트업 자금조달에 획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며, VC(벤처캐피탈)가 독점하고 있는 우수 스타트업에 대한 일반 투자자의 투자기회 역시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국내 투자자 중 최소 500만 명 이상은 암호화폐를 사고 팔아본 경험이 있으며 이들은 언제든 좋은 스타트업을 또 좋은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 특히 크라우드 펀딩 법은 투자 금액의 한도를 정해져 있기에 무분별하게 대박의 환상에 빠져 엄청난 재산을 탕진해온 과거 ICO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따라서 STO를 통한 크라우드 펀딩 제도의 도입은 스타트업의 활성화에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므로 조속한 검토와 도입을 촉구한다.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신근영 사)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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