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업체 엔비디아가 올해 2분기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게임 시장이 위축된 여파로 그래픽카드 수요가 급감해서다.
엔비디아는 24일(현지시간) 2023년회계연도 2분기(올해 5~7월) 매출이 67억달러(약 8조 9572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3% 상승했지만 전분기에 비해 19% 감소했다. 월가 전망치인 81억달러는 크게 밑돌았다. 순이익은 6억 5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2% 급감했다. 주당순이익(EPS)도 0.51달러로 집계돼 전망치(1.26달러)에 비해 큰 차이를 보였다.
‘어닝쇼크’를 맞은 엔비디아는 실적 악화가 2023년회계연도 3분기(올해 8~10월)까지 이어질 거라고 전망했다. 3분기 매출이 59억달러에 달할 거라고 예상했다. 전문가 컨센서스(69억달러)에서 낮아진 수치다.
엔비디아 실적이 악화한 건 게임산업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비디오 게임용 그래픽카드(GPU) 판매가 총매출의 33%를 차지한다. 그래픽카드를 생산하는 게임 부문 2분기 매출은 20억 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다. 직전 분기에 비해선 44% 축소됐다.
리서치업체인 NPD그룹에 따르면 지난 4~6월 미국 비디오게임 지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게임에 관한 지출을 축소하자 GPU 수요가 급감했다는 설명이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야외 활동이 늘어나자 게임 수요 감소 폭이 더 가팔라졌다.
콜릿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세계적으로 거시경제가 악화하자 게임용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수요가 급감하자 재고가 급증했다. 엔비디아의 재고액은 2분기 동안 38억 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억 1000만 달러에서 85% 증대됐다. 재고 순매입액은 92억 2000만달러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재고가 불어나자 비용이 늘자 마진율은 떨어졌다. 영업이익률은 7%대로 전년 동기 대비 19.7%포인트 감소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거시 경제 환경이 악화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극복할 것”이라며 “공급망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닝쇼크 소식에 주가가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24% 상승한 172.22달러에 마감했다. 하지만 실적이 발표된 뒤 시간 외 거래에서 4.56% 급락했다.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먼트는 실적 발표 직전 5100만달러 규모의 엔비디아 주식을 매도했다.
엔비디아가 흔들리자 반도체 업종 주가가 시간 외 거래에서 소폭 하락했다. 뉴욕증시에서 반도체주 중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종목이다. 엔비디아 실적이 악화할 정도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제조사인 인텔(0.27%)을 비롯해 모바일 반도체 제조업체 퀄컴(0.15%) 등의 주가가 소폭 하락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23일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3%에서 13.9%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26.2%)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내년에도 반도체 시장이 4.6% 성장하는 데 그칠 거라고 전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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