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봉쇄·우크라 전쟁 등 여파
美·유럽 기준금리 인상 가속
반도체 등 제조업 생산 직격탄
추경호 "당장은 물가 급하지만
시간 갈수록 경기 봐야할 상황"
경기침체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3개월 만에 생산, 소비, 설비투자가 동시에 뒷걸음질치는 ‘트리플 감소’가 재연되면서다. 게다가 소매판매는 1995년 통계 작성 이후 27년 만에 처음으로 5개월 연속 후퇴했다. 단기 극약처방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 중국의 도시 봉쇄 조치가 5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데다 미국 등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의 고삐를 죄면서 세계 경제도 둔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도 지금 당장은 물가 안정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 하강 위험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 변수로 발생한 ‘트리플 감소’
트리플 감소는 올 들어 벌써 두 차례 발생했다. 처음이었던 지난 4월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2월 이후 26개월 만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국제 원자재 가격을 밀어 올린 데다 3월 말 시작된 중국의 상하이 봉쇄 여파가 국내 산업계를 강타한 결과였다. 기획재정부는 트리플 감소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시 “오미크론 확산으로 코로나19 특수를 받았던 의약품 소비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전체 소비가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이고, 중국 봉쇄 조치 영향도 곧 풀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3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가 재연되면서 ‘일시적’이란 진단은 빗나갔다. 트리플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꼽힌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상하이를 시작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된 지역의 이동을 전면 중단하는 봉쇄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제조업 생산이 직접적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기준 대중 수출 의존도가 39.7%에 달하는 반도체 생산이 지난 7월 전월 대비 3.4% 감소했다. 기계장비(-3.4%) 생산 역시 줄었다. 반도체조립장비, 웨이퍼가공장비 등 반도체 장비 생산이 타격을 받은 결과다.
수출 차질이 빚어지면서 지난 7월 제조업 재고는 전월 대비 1.4%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재고가 17.2% 늘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75.2%)은 전월 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중국 내부 사정으로 반도체 수요가 주춤한 가운데 스마트폰 등 전방 산업 수요도 둔화하면서 생산과 출하가 감소하고, 재고가 쌓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경기침체 우려
기재부는 3개월 만에 트리플 현상이 재발한 데 대해 이날 자료를 내 “어려운 여건 속에도 회복 흐름이 유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서비스업 생산이 반등하고 경기동행지수가 3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서비스업 생산 증감률(전월 대비)은 지난 6월 -0.2%에서 7월 0.3%로 상승 전환했고, 현재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7월 101.8로 전월 대비 0.5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향후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같은 기간 0.3포인트 떨어지며 2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통계청은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가 두 분기 연속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 경기가 전환됐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9일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면서 “지금 당장은 물가 안정이 정책의 우선 과제지만 시간이 갈수록 경기도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경기 하강 우려를 드러냈다.
기재부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 금리 인상 등 대외 측면의 어려움이 지속되며 향후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은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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