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미 동부 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대단한 롤러코스터 장세가 나타났습니다. 장 초반 2% 가까이 내리던 S&P500 지수가 플러스로 회복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과연 좋은 신호일까요?
지난 이틀간의 굉장했던 반등을 촉발한 건 미 중앙은행(Fed)가 예상보다 빨리 완화로 선회하거나 최소 금리 인상을 멈출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 덕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새벽부터 전해진 소식들은 모두 이런 기대를 낮추게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50bp 또 올렸습니다. 5회 연속 50bp 인상입니다. 그러면서 더 큰 폭의 75bp 인상도 검토했으며, 물가 안정을 위해 앞으로도 금리를 계속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날 호주중앙은행의 비둘기파적 행보와는 다른 움직임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뉴질랜드 달러의 환율은 높아지고 금리도 상승했습니다.
영국에서는 리즈 트러스 총리가 감세안에 대해 "도덕적으로, 경제적으로 옳은 일"이라고 주장하면서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한때 1.15달러까지 올랐던 영국 파운드화가 다시 1.13달러까지 떨어지고 영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심리적 레드라인인 4%를 다시 훌쩍 넘었습니다. 또 영국은행은 채권 시장 안정을 위해 하루 최대 50억 파운드씩 국채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었는데, 전날은 아예 한 푼도 쓰질 않았습니다. 채권 매입이 언제든 중단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진 것도 금리 상승을 부추겼습니다. ING는 "오늘 보수당 회의에서 트러스 총리의 연설을 보면 파운드화의 반등과 달러의 조정이 충분히 진행됐고, 파운드화가 다시 1.12달러 영역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채권 시장에서도 아침부터 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한때 3.719%까지 올랐고, 2년물 금리도 4.142%를 기록했었습니다. 어제 아침 각각 3.5%, 3.9%대까지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상당폭 올라간 것이지요. 또 시카고상품거래소(CME) Fed 워치 시장을 보면 Fed의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 예상은 지난주 내년 1분기 4.7%에 달했다가 지난 월요일에는 4.3%까지 내려왔었는데요. 다시 4.5% 수준으로 반등했습니다. JP모건의 데스크에서는 "물가 둔화 등을 가리키는 여러 가지 데이터들을 고려할 때 Fed가 긴축을 일시 중단하는 게 현명하다는 주장이 많지만, Fed가 그렇게 미래를 지향적일 것 같지는 않다"라고 관측했습니다.
미국에서 줄줄이 발표된 경제 지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민간 고용정보 업체인 ADP가 발표한 9월 민간고용은 20만80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월(18만5000명)보다 늘었고 시장 예상(20만 명)보다 많았습니다. 게다가 전달인 8월 민간고용 수치도 애초 13만2000명에서 5만3000명 많은 18만5000명으로 상향 수정됐습니다. ADP 측은 "사람들이 노동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가 있다. 노동 수요가 크고 공급도 나아지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날 나온 8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와 다릅니다. JOLTS에서 채용 공고는 전달보다 100만 건, 10%가량 감소했었죠. 오는 7일 발표될 노동부의 9월 고용보고서를 기다리는 월가의 불안감은 조금 커졌습니다. 월가는 비농업 신규고용이 26만 개 정도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지난 8월 31만5000개보다 줄어드는 겁니다. 노동 시장을 식히려는 Fed의 긴축 노력을 고려하면 더 많이 줄어드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ADP 수치처럼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면 더 공격적 긴축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물론 ADP 수치의 신뢰도는 높지는 않습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9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6.7로 전월(56.9)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시장 예상(56.0)은 상회했습니다. 특히 세부 지수중 고용 지수가 2.8포인트 상승한 53을 기록했습니다. 전반적인 서비스업 경기도 괜찮고, 고용은 상당폭 개선된 것입니다. ISM 측은 "어려운 노동 시장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계속해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발표된 지표만 보면 9월 고용보고서가 시장이 바라는 '나쁜 뉴스'가 될 확률은 낮아졌습니다.
또 미국의 8월 무역적자는 전달보다 4.3% 감소한 674억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1년 3개월 만의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수출은 전월보다 0.3% 감소했지만, 수입은 1.1%나 줄었습니다. 이는 미국 경제의 성장률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났다는 뜻이니까요.
실제 PMI가 나오고 무역적자가 발표된 뒤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GDP나우'는 3분기 미국의 GDP 증가율을 기존 2.3%에서 2.7%로 높였습니다. 고용과 성장이 좋다면 인플레이션이 꺾이기 어렵습니다. 물가 상승률을 2%까지 낮추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Fed는 더욱 공격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OPEC+는 오늘 월례 회의에서 11월 하루 원유 생산량을 200만 배럴 감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는 하루 세계 생산량의 2% 수준입니다. OPEC+ 측은 "세계 경제 둔화로 인한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대규모 감산을 결정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시장이 예상해온 하루 50만~150만 배럴 규모를 뛰어넘었습니다.
백악관은 회의 전부터 감산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전달했지만, OPEC+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백악관에서는 격렬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은 "OPEC+가 러시아와 손을 잡고 있다는 게 분명하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세계 경제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초래한 부정적 영향에 대응하는 가운데 나온 OPEC+의 근시안적 감산 결정에 실망했다"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정유업계에 제품 가격을 낮춰 달라고 요청하고, 미 의회와 함께 OPEC의 영향력을 줄이는 조치도 협의하기로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24달러(1.43%) 오른 배럴당 87.76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브렌트유도 1.8% 오른 배럴당 93.46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감산 얘기가 나돌면서 이미 상당 폭 오르긴 했지만, 예상보다 더 컸던 감산 규모를 고려하면 폭등한 것은 아닙니다. 이는 산유국들이 지금 할당된 생산량보다 하루 300만 배럴 가까이 생산하지 못하고 있어 실제 감산 규모는 200만 배럴보다 적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입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장관이 "실제 감산량은 하루 100만~110만 배럴 사이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과거 OPEC이 이렇게 수급이 빡빡한 상황에서 감산했던 적은 없다(골드만삭스)는 겁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다가오는 겨울, 미국 전략 비축유 방출 종료, 러시아 원유 추가 제재 등 여러 변수가 있는 상황이어서 유가는 다시 급등할 수도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의 4분기 전망치를 기존 100달러에서 110달러로 높였습니다. 감산이 유가를 높이는 요인이라는 겁니다. UBS도 "OPEC+의 감산이 4분기 브렌트유 유가를 110달러 선으로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JP모건은 "4분기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 선을 재시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감산 얘기가 나돌기 시작한 뒤 이미 유가는 15% 올랐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달 하순부터 2주째 미국 내 휘발유 가격도 다시 올라가고 있습니다. 2주 전 갤런당 3.67달러로 바닥을 친 뒤 오늘 갤런당 3.831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갤런당 16센트(4%) 상승한 것입니다. 그동안 유가 등 에너지 하락이 인플레이션 상승률 둔화의 가장 큰 역할을 해왔는데, 9월 말부터는 그런 효과를 누리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모든 일이 Fed가 더욱더 긴축해야 물가를 잡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됐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에단 해리스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우리는 이제 경착륙을 전망한다. 경제 활동이 급격히 위축되고 실업률은 5.6%까지 높아질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웰스파고는 "금융시장은 '파월 풋'(파월 의장의 시장 지원 조치)이 발동되기 전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겪게 될 것이다. 파월 풋은 Fed의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탓에 팬데믹 이전보다 발동이 어려워졌다. S&P500 지수의 수준(-24%)보다 주식의 위험(VIX>40)이 더 나은 지표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채권 시장에서 금리는 꾸준히 높아졌습니다. 10년물 금리는 오후 5시께 전장보다 12bp 상승한 3.757%에 거래됐습니다. 그것도 장 후반에 소폭 낮아져서 그렇습니다. 2년물은 3.7bp 오른 4.138%를 기록했습니다. 달러화도 다시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ICE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1.04% 오른 111.12를 기록했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1% 안팎의 내림세로 출발한 뒤 오전 10시 40분께 2%에 육박할 정도로 급락했습니다. 하지만 오후 12시가 되자 마법처럼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3시에는 3대 지수가 모두 플러스권으로 전환했습니다. 장 막판 약간의 매물이 나와 결국 다우는 0.14%, S&P500 지수는 0.20%, 나스닥은 0.25%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주가가 하락 폭을 크게 줄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요? 펀더멘털 차원에서는 별다른 이유가 없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웰스파고의 크리스토퍼 하비 전략가는 "오늘 정오쯤 대규모 파생상품 거래가 시작되었다. 우리 트레이딩 데스크는 그것을 '계약 관점에서 내 경력에서 본 가장 큰 거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 거래의 구조는 오는 10월 31일 만료되는 SPX(S&P500 지수) 콜옵션과 내년 3월 콜옵션을 매수하고 내년 1월 콜옵션을 매도하는 것이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달 S&P500 지수의 상승을 기대한 대형 베팅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 콜옵션을 매도한 금융사에서는 헤지 차원에서 현물 주식을 사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전날 일부 헤지펀드가 10월과 4분기에 증시 랠리를 예상하고 큰 베팅에 나서고 있다는 월가 소문을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이런 펀드들이 콜옵션을 산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트레이드 증권에 따르면 1990년 이후 S&P500 지수는 10월 수익률(중앙값)이 1.9%에 달합니다. 1년 12달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것입니다. 또 지난 32번 가운데 21번 긍정적 수익률을 보였습니다. 상승 확률이 66%로 열 두 달 가운데 세 번째로 높습니다. 또 5% 이상 상승했던 때도 7번으로 11월과 함께 가장 많습니다.
물론 10월은 호락호락한 달은 아닙니다. 1929년, 1987년, 2008년 10월에는 블랙먼데이 등 대폭락이 발생했었지요. 한 달 중에 발생한 최대 하락 폭을 따지면 거의 3%에 달해 1년 중 가장 큽니다.
이트레이드 증권은 "10월은 월간 평균 하락 폭은 크지만, 수익률은 평균보다 높고 상승 확률도 마찬가지"라면서 "10월 저점에서 매수한 투자자들은 중앙값 기준으로 4.4%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률을 거뒀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지속적 랠리가 나타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BCA리서치는 "미국 주식의 장기 하락이 그럴듯한 장기 시나리오임을 시사한다. 지속 가능한 반등을 위한 촉매제는 아직 부족하다"라며 네 가지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① 인플레이션은 내재되어 있고 광범위하다=공급망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이 지속하고 있다. 2% 목표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할 것입니다.
② Fed는 매파적이다=인플레이션과 고용이라는 두 가지 책무를 가진 Fed는 지금은 인플레이션만 쳐다보고 있다. 긴축 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Fed는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이를 유지할 것"이며 "높은 금리를 더 오래갈 것"이다. 완화적 통화 정책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했고, Fed는 긴축적 정책에 몰두하고 있으므로 그 반대가 사실일 것이다. Fed와 싸우지 말라.
③ 높은 금리는 경제 성장을 급격히 둔화시킨다=투자자들의 우려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에서 성장에 대한 걱정으로 옮겨가고 있다.
④ 기업 실적 침체 가능성이 크다=비용 상승은 기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립니다. 수익이 실망스러운 경우 시장에서 다음 하락 단계가 발생할 것이다. 우리의 기업 이익 모델은 올해 하반기 이익 감소를 예측한다.
블루밍비트 뉴스룸
news@bloomingbit.io뉴스 제보는 news@bloomingbit.io뉴스에 대한 의견과 질문을 자유롭게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