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러건트 리플랩스 임원 "디파이, 기관이 진입한다…혁신 불러올 것"
"디파이(탈중앙화금융, Decentralized Finance, DeFi)는 기술적 발전을 지속하면서 궁극적으로 기관들이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거듭날 것이다. 현재 다수의 기관들이 디파이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 절감을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보리스 엘러건트(Boris Alergant) 리플랩스(Ripple Labs) 디파이 총괄은 10일 블루밍비트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엘러건트 총괄은 디파이를 미래에 혁신을 가져올 기술로 보고, 그 바탕에는 기관 진입의 본격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먼저 그는 그동안 디파이 플랫폼들이 말 그대로 '탈중앙화 금융'이 현실화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용자들의 활동량이 크게 증가한 점을 주목했다.
엘러건트 총괄은 "지난 2년여간 유니스왑, 스시스왑 등 디파이 플랫폼들은 금융이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라며 "기반이 되는 자산을 소유할 뿐만 아니라 중개인 없이 가치를 이전시키고, 관련 비용과 수수료를 낮춰 효율성을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루나·테라 사태 등 일부 이슈들로 인해 디파이 프로토콜의 TVL(Total Value Locked, 총 예치금)은 감소했고, 미래 전망에 대해 다소 자신감을 잃은 분위기지만 디파이에 대한 신뢰는 다시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리플은 설립된 지 10년이 넘은, 가장 오래된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회사 중 한 곳으로 많은 기관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다"라며 "실제 XRP, XRP Ledger를 사용하고 있는 기관들은 이를 통해 수십억 달러의 자산을 움직이고 있다. 그들은 수많은 이유로 XRP를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 테라·루나 사태로 인한 신뢰 추락…기관 진입·제도화가 열쇠
엘러건트 총괄은 현재 시점에서 디파이 산업의 확산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상처 입은 신뢰'와 '불완전한 소비자 보호'를 꼽았다. 연 20%의 수익률을 제공하면서 세계적 열풍을 일으켰던 루나와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의 붕괴가 그 시발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테라 사태로 인해 일부 사람들은 디파이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됐으며, 디파이가 과연 지속 가능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게 됐다"라면서 "부족한 소비자 보호 시스템 역시 디파이 산업이 확장해 나가는 데 큰 도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디파이 산업의 문제를 정부의 명확한 규제가 해결해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지난 1929년 미국 월가를 기점으로 시작된 세계 대공황 당시 주식 시장의 대폭락으로 사람들이 혼돈에 빠졌을 때 정부가 개입해 시스템을 만들고, 금융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 사건을 예로 들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은행들이 고객 자산을 이용해 방만한 투자에 나선 것을 대공황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은행 개혁(상업은행·투자은행의 분리)에 나섰으며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설립한 바 있다.
엘러건트 총괄은 "대공황 사태 이후 만들어진 연방예금보험공사가 은행 이용자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예금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를 통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었다"라며 향후 디파이 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그는 "당장 정부가 디파이 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를 내놓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면서도 "가장 주목할 점은 현재 기관들이 디파이 채택의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소비자 보호 등 기반 시스템이 안정화되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 탈중앙화 거래소의 스테이블 코인, 외환시장 자금 끌어올 것
엘러건트 총괄은 디파이의 가장 큰 장점은 중앙 집중화된 기관에 많은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이로 인해 금융 소비자가 대출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는 점, 전통 시장 대비 높은 투명성 등이라고 강조했다.
반대로 현재 전통금융 대비 디파이의 단점은 대출을 위해 담보가 필요하다는 점, 특히 초과 담보화된 대출(over collateralized loans)이 이뤄진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내가 만약 1달러와 연동되는 1USDC(USD코인)를 빌리기 위해서는 50달러어치를 담보물로 락업(보관)해야 한다"라며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에서 보면, 사람들은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을 받기를 원하기에 '초과 담보화된 대출'은 현재 디파이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디파이의 '초과 담보 대출'은 디파이 인프라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신용조회를 하지 않았을 때 대출을 해주는 사람이 디앱에서 대출을 실행해주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보험의 한 형태다. 즉 대출을 해주는 사람이 대출 자체의 가치보다 더 많은 자산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엘러건트 총괄은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스테이블 코인의 역할을 주목했다.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트레이딩이 촉진되고, 탈중앙화 거래소로의 법정화폐 유출입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외환거래 시장을 탈중앙화 거래소로 끌어올 수 있다. 외환 시장은 하루에도 수조 달러 규모의 거래가 일어나는, 엄청나게 큰 시장이다"라며 "이는 디파이의 실제 활용 사례 확대 다음 단계에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 리플 'ODL' 자금 지속 유입…'XLS-20'·'XLS-30d' 등 도입 기대
엘러건트 총괄은 리플의 'ODL'(On Demand Liquidity) 서비스가 현재까지 수십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ODL은 리플의 결제용 디지털 자산인 XRP를 통해 서비스 대상국에서 미리 자금을 조달할 필요 없이 빠르고 저렴하게 실시간 국제결제가 가능하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더불어 그는 리플 렛저의 'XLS-20' 표준 도입이 곧 승인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리플 렛저에서 완전히 새로운 사용 사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XLS-20은 리플 렛저 내에서 NFT(대체불가토큰) 지원을 위한 신규 표준으로, NFT 발행 과정을 간소화해 효율성을 높이고 보안 리스크를 낮추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초당 2199건 처리 등 빠른 속도, 낮은 비용 뿐만 아니라 친환경, 탈중앙화 등 관련 장점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달 13일(현지시간) XLS-20 제안 투표는 일부 문제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철회된 바 있다. 당시 리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닉 부갈리스는 "곧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정안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향후 해당 제안 투표가 재개되고 찬성표가 압도적일 경우, XLS-20은 리플 렛저에 도입된다.
엘러건트 총괄은 리플 렛저의 자동화 마켓 메이커(AMM) 기능 도입 제안인 'XLS-30d'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현재 리플 렛저 기반 탈중앙화 거래소는 수동 마켓 메이킹과 오더북을 통해 유동성이 제공되고 있는데, XLS-30d는 기존의 오더북 없이 유동성 풀을 통해 자동화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24시간 기준 차익거래 이용자에게 거래 우위성을 저렴한 수수료로 경매하는 '연속 경매 메커니즘', 적정 거래 가격을 알고리즘으로 결정하게 하는 'GM3'(Geometric mean market makers) 등 기능이 있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XLS-30d' 기능 도입 여부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으며, 채택이 될 경우 리플 렛저 기반 탈중앙화 거래소의 유동성 공급자는 수익을 극대화하고 변동성으로 인한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엘러건트 총괄은 마지막으로 가상자산(암호화폐) 산업의 지속 가능성은 실제로 사람들의 삶에 가치 있는 가상자산 활용 사례가 얼만큼 확장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전까지 업계 관계자들은 다들 생산량(차익 실현) 확보에만 매달렸고 이는 결국 가상자산 관련 TVL(총 예치금)과 채택의 증가로 이어졌으나,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가져올 순 없었다"라며 "단지 가장 높은 수익률을 얻은 자가 어떤 체인이나 앱을 이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가상자산 산업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엘러건트 총괄은 "가상자산의 지속 가능성은 블록체인이 실제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실용적인 사례를 만들어 내는 것에서 비롯될 것"이라며 "이는 가상자산 자체의 가격, 금리 따위와 무관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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