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PI 7개월 연속 8% 이상
물가 주범 휘발유값 내렸지만
주거·교통·의료비 등 급등
5연속 자이언트스텝 밟나
11·12월 0.75%P 금리 인상 유력
연말 금리 年 4.75% 가능성
13일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또다시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40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 중앙은행(Fed)이 6월부터 지난달까지 3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올렸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져 연말 기준금리가 기존 Fed 예상치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에도 예상치 넘은 美 물가
9월 물가 상승률은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9월 전체 CPI는 1년 전보다 8.2% 올라 시장 전망치(8.1%)보다 0.1%포인트 높았다. 전월 기준으로도 0.4% 올라 시장 전망치(0.3%)를 소폭 상회했다.
9월 근원 CPI도 1년 전보다 6.6% 상승해 시장 예상치(6.5%)를 넘어섰다. 전월 대비 기준으로도 0.6% 상승해 시장 예상치(0.4%)보다 높았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 기준으로는 1982년 8월 이후 최고치였다.
근원 CPI는 올 3월에 6.5%를 기록한 뒤 7월까지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에너지 가격만 잡히면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9월에 다시 근원 CPI가 연고점을 넘어서 물가 정점론은 힘을 잃게 됐다. 전체 CPI도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지만 8% 아래로 내려오지 않아 물가상승률이 Fed 목표치인 2%에 근접할 것이란 기대는 거의 사라졌다.
그동안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던 휘발유 가격은 전달보다 4.9% 하락했다. 휘발유를 포함한 전체 에너지 부문 가격은 전월 대비 2.1% 떨어졌다. 하지만 CPI의 30%를 차지하는 주거비 상승이 하락폭을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9월 주거비는 전년 동기 대비 6.6%, 전월 대비 0.7% 상승했다. 교통비와 의료 서비스 비용은 작년 9월보다 각각 14.6%, 6.5% 올랐다. 식료품 가격도 1년 전보다 11.2% 뛰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8%로 8월 오름폭과 같았다.
11월 울트라스텝 전망까지 나와
기름값이 뛰면 CPI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일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하루 200만 배럴의 원유 감산 결정을 내리면서 유가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휘발유 가격은 OPEC+의 원유 감산 결정 이후 바닥을 쳤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크라이나전쟁에 따른 식량 가격 상승 위험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물가가 확실하게 잡히지 않은 만큼 Fed가 올해 남은 두 차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모두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 경우 6월과 7월, 9월에 이은 다섯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이 된다. 이렇게 되면 연 3.0~3.25%인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말에 연 4.5~4.75%로 높아진다.
CPI 발표 직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Fed가 11월에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95% 이상으로 수직 상승했다. 1%포인트 인상하는 울트라스텝 확률도 4%가 넘었다. 12월 FOMC에서도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확률이 60%를 넘어서 0.5%포인트 인상할 확률보다 높아졌다.
로이터는 "CPI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오르면서 Fed가 다음달에 기준금리를 4연속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핵심 물가 지표인 근원 CPI가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CPI 상승률이 몇 달 동안 완만해지겠지만 Fed의 목표에는 미치지 못하는 속도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뉴욕증시는 장 초반 급락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1% 넘게 빠졌고 나스닥지수도 2%대 하락률을 보였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허세민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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