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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하나 멈췄다고 이럴 줄은"…국민앱 배신에 난리 난 주말

기사출처
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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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금·결제·코인거래까지…'디지털 정전'에 대한민국 일상 올스톱
카카오 '먹통'에 멈춰선 플랫폼 경제

데이터센터 화재에 일상 마비…'디지털 한국' 민낯 드러나
메신저·택시호출 등 주말내내 장애…"완전 복구시점 미정"
尹 "사태 무겁게 느껴"…과기부 상황실, 장관 주재로 격상



카카오가 멈추자 대한민국이 멈췄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등 카카오 서비스 대다수가 24시간 이상 장애를 겪으면서 전 국민이 불편을 감수해야했다. 카카오 사태로 '플랫폼 경제'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3시33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C&C 데이터센터(SK 판교캠퍼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A동 지하 3층 전기실의 배터리를 보관하는 선반에서 불꽃과 연기가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생한 불은 8시간여 뒤인 오후 11시46분께 진화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날 화재로 서버 전원이 차단되면서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카카오, 네이버 등의 서비스에 문제가 생겼다. 네이버는 쇼핑 검색 등 일부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지만 같은 날 오후 9시30분께 정상화됐다. 반면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카카오톡을 비롯해 다음(포털), 카카오맵(지도), 카카오페이(송금), 카카오모빌리티(택시·대리 호출), 카카오게임즈, 멜론 등 대다수 서비스가 중단됐다.


전 국민의 일상과 밀접한 카카오 서비스가 멈추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속출했다. 카카오톡 단톡방을 이용해 주말 모임을 하려던 사람들은 일일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야 했다. 카카오T로 영업하는 택시·대리기사들도 지장을 겪었다.


다음날 오전 1시30분께 카카오톡의 메시지 수발신 등 일부 기능이 복구됐지만 16일 오후 9시 30분 현재 사진·파일 전송 등 일부 기능은 회복되지 않았다. 다른 서비스 역시 복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완전한 복구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전망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언제쯤 완전히 복구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연결'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민해야 한다는 반성도 나온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로 우리 삶의 무게추가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된 것에 비해 관련 정책이나 규율은 속도를 따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국민앱의 배신…'플랫폼 의존'에 난리통 주말

디지털 재해에 규제 강화되나…플랫폼사 '정부기류 변화' 초긴장


"카톡 하나 멈췄다고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어요."


서울 마포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김지희 씨(39)는 지난 15일 하루 장사를 망쳤다.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달부터 카카오톡을 통해서만 꽃 주문 예약을 받은 게 화근이 됐다. 카톡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오후 예약을 받지 못한 것이다. 사전 예약 손님 절반은 카톡 먹통을 핑계 삼아 '노쇼'를 했다. 김씨는 평소 하루 매출의 3분의 1도 벌지 못했다. 카카오톡은 이날 오후 3시30분께부터 다음날 새벽 1시30분까지 10시간이나 예고 없이 멈춰 섰다.


'카톡 먹통 사태'로 대한민국의 토요일 오후가 마비됐다. 주말 대목을 기대했던 온라인 판매는 물론 택시호출, 암호화폐 거래 등 카카오 플랫폼으로 운영되는 여러 일상 활동이 올스톱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 카톡 부재에 멈춰버린 일상


택시호출, 대리운전 호출 등을 수행하는 카카오모빌리티 서비스 '카카오T'가 먹통이 되면서 소비자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평소 택시호출 서비스로 카카오T만 사용해오던 양성욱 씨(59)는 이날 저녁 택시를 잡기 위해 길거리에서 1시간 넘게 보내야 했다. 스마트폰 조작이 익숙지 않아 카카오T 외 다른 앱을 사용하기가 버거웠기 때문이다.


양씨는 "나이가 들어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일수록 플랫폼 하나에 기대는 정도가 크다"며 "카카오T 서비스를 사용하기까지도 오래 걸렸는데 찰나에 다른 서비스를 사용할 엄두가 안 났다"고 말했다.


정부 행정 서비스도 멈춰 섰다. 지승우 씨(33)는 연금보험료 납부 내역, 예상연금월액 등이 기재된 국민연금 전자문서를 이날 열람하지 못했다. 지씨는 "전날인 14일 전자문서를 받았고 열람 가능 기간이 언제까지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답답했다"고 말했다.


◇ 금융서비스도 마비


암호화폐 거래 등 카카오 기반 금융 서비스도 먹통사태를 피하지 못해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정확한 집계가 되지 않았지만, '상당한 규모의 금전적 피해'가 예상된다. 카카오톡 인증이 막혀 매매나 입출금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과 연동된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도 실명 인증이 작동하지 않아 송금, 이체 등 서비스에 커다란 불편을 겪었다. 카카오페이 역시 카카오T 등 일부 가맹점 결제와 카톡송금 서비스 등에서 작동을 멈췄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카카오톡 알림톡 등에 기반한 실명 확인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회원가입, 간편이체, 모임통장 친구 초대, 비상금대출 등 서비스에서 장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서도 로그인이 막히면서 고객 손실이 불가피했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가 그동안 카카오톡을 이용한 로그인만 허용했기 때문이다. 자동로그인 기능을 이용하지 않던 투자자들은 매매 자체가 불가능했다. 두나무 관계자는 "로그인 인증 수단을 오는 31일부터 자체 로그인 방식으로 바꿀 예정"이라며 "이번 사태에 따른 피해보상 계획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 "플랫폼 종속 사회 부작용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플랫폼 종속 사회'의 부작용에 대비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디지털 연결'의 중요성과 연결이 사라졌을 때의 문제점을 깊이 생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이번 사태는 물리적인 산업 재해보다도 심각한 일이며 이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카카오 외 다른 플랫폼 업체들은 정부의 기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플랫폼 사업자 전체를 규제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라고 말했다.


구민기/이광식/박진우/이승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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