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사실상 정책 실패를 시인하면서도 "사퇴는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7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트러스 총리는 "다음 총선까지 내가 보수당을 이끌겠다는 결심에는 변함이 없다"며 사퇴설을 일축했다. 트러스 내각이 지난달 23일 야심차게 내놓은 대규모 감세정책 등 경제계획을 제러미 헌트 신임 재무장관(사진)이 대부분 철회하기로 했지만, 그로 인해 불거진 자신의 거취 논란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것이다.
트러스 총리는 이날 BBC에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취임 후 첫 한달동안의 업무 수행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 실수를 바로 잡았다"며 "(시장 혼란에도 불구하고)정책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면 그게 더 무책임한 일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영국의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헌트 장관은 450억파운드(약 72조원) 규모 감세안의 대부분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년 4월 기본 소득세율을 현재 20%에서 19%로 낮추려 했던 계획을 철회하고, 경제 사정이 나아질 때까지 이를 영구적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배당세율 인하, 관광객 면세, 주세 동결 계획 등도 모두 취소됐다.
이 같은 정책 혼선으로 인해 영국 현지언론들은 "트러스 총리는 취임 한달여 만에 레임덕에 이른 총리가 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트러스 총리는 이날 하원에 출석해 경제정책 실패 관련 질의에 응하라는 노동당의 요구를 거절하고 페니 모돈트 하원 원내대표를 내보냈다. 이에 노동당 의원들은 "트러스가 책상 밑에 숨어있는것 아니냐"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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