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회사채는 발행·유통 '마비'
국내 채권시장 경색으로 초우량 국책은행들까지 자금난에 허덕이는 모습이다.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특수은행이 웃돈까지 얹어주며 발행한 채권은 이달 들어서만 12조원에 달한다. 신용등급 트리플A 국책은행들까지 고금리 채권을 쏟아내면서 여신전문금융회사채나 일반 회사채는 발행은커녕 유통조차 모두 막혔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전날 2년 만기 산업금융채 2500억원을 연 5.43% 금리로 발행했다. 민평 금리 대비 0.4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지난 17일에는 2년 만기 산금채 4100억원어치가 민평 금리보다 0.23%포인트 높은 연 5%에 발행되기도 했다. 갈수록 금리 급등세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은행이 발행하는 중금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디폴트 위험이 없는 국책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에 이렇게 높은 가산금리가 붙는 것은 처음 본다"고 전했다.
연초만 해도 연 1%대였던 산금채는 8월 연 3%대, 9월 연 4%대를 넘은 데 이어 곧 연 6%를 넘볼 기세다. 산업은행은 이날 민평 대비 0.60%포인트 높은 연 5.65% 금리에 2년 만기 산금채를 최소 2500억원 발행하겠다는 수요 조사 공지를 냈다. 발행 금리를 오히려 더 높인 것이다. 전날 금융위원회가 채권시장안정펀드 신속 가동 등 대책을 약속했지만 시장 안정 효과는 없었다.
특수은행 채권이 급증하면서 회사채 시장은 거의 마비 상태다.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특수은행들이 이달 들어 20일까지 발행한 채권은 모두 11조8900억원 규모다. 작년 같은 기간(3조1200억원)보다 네 배 가까이 급증했다. 한 운용사 채권 펀드매니저는 "산금채·은행채가 쏟아지면서 다른 회사채는 아예 내놓을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들고 있는 채권을 팔 수가 없으니 매입도 못하고 그냥 손가락만 빨고 있다"고 했다.
빈난새/이동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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